그 아들이 바로 나의 N군이다.
N군의 학교는 시골 학교라 학교 도서관이 미흡했고
학교 도서관을 증축하기 이전에 공립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을 대출해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었나 보다. 가끔 **도서관이라고 되어 있는 바코드가
붙어 있는 책을 N군 녀석이 읽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어제도 그 도서관에서 빌려온 <원문으로 읽고 듣는 오바마명연설집>을
가방에 넣으면서 돌릴꺼라는 말을 해서
엄마도 읽어 보고 싶으니 다음주에 돌리면 안될까?라고 했더니
녀석이 안된다며 가져갔었다.

어제 바둑학원에서 돌아온 녀석이 엄마에게 줄것이 있다면서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바로 신경숙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였다.
녀석이 날 위해 도서관에서 자기가 볼 책도 아닌 내 책을 대출해온 것도 놀랍지만
내가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거의 읽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엄마를 부탁해>를 골랐을까?도 놀라웠다.
녀석은 아마도 책 제목이 좋아서 골랐을 거다.
엄마에게 엄마라는 글이 들어 있는 책을 주고 싶어서.
시큰둥하고 말이 없는 녀석이라 녀석의 속이 늘 궁금한데
저렇게 가끔 날 감동시킨다.
하긴 요즘 자꾸 나에게 뭔가를 주려고 한다. 지난주에도 그랬고,,,
월요일엔 피아노 선생님이 주셨다면서 노란색 운동화모양의 핸드폰 고리를 주려고 했고,
화요일엔 친구가 준 쿠키인데 자기가 반은 먹고 반은 남겨와서 먹으라고 줬다.
그리고 수요일엔 학교 선생님이 자기와 친구에게 다이어리를 줬는데
자기는 필요없다며 나보고 가지라고 했다.
완전 소녀취향의 다이어리라 누나에게 주는게 더 좋을것 같다고 하니 누나를 줬었다.
그리고 자주 "엄마 사탕먹을래요?"라고 하면서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거리며
꼬질꼬질한 사탕을 꺼낸다. 학원에서 뭔가를 잘했다고 주는건가 보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녀석이 내미는 작고 미천한(?)것들이 참 좋았다.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해서 봤는지 모르지만 나달나달 해져 있었다.
그것만 봐도 그 책의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책이 읽기 싫었다. 워낙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읽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지만,
더구나 <외딴방>의 신경숙작가가 쓴 글이니 더더욱 관심이 많이 갔지만
책에 나오는 엄마가 싫어서 읽기 싫었다. .싫은게 아니라,,(아 이 표현의 조악함이라니,,ㅠㅠ)
내 엄마가 아닌 다른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런데 아들녀석이 날 위해 그 책을 골라왔다.
빼도 박도 못하고 읽어야 한다. 그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도 그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도 흘리면서...더구나 돌려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하루빨리 읽어야 한다,,,ㅠㅠ
아뭏든 아들! 고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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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2009-10-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아들을 키울 수 있는 건가요? 귀뜸 좀..
이제 두살배기 아이를 둔 초보엄마의 질문이예요~ ^^

라로 2009-10-23 22:52   좋아요 0 | URL
저러다가 또 지멋대로 라는,,,오늘 애들 둘을 집에 놓고 전주에 갔다 왔는데,,,말도 아니에요~.ㅠㅠ

다락방 2009-10-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N군 완전 예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로 2009-10-23 22:54   좋아요 0 | URL
미울때는 완전 미워요~.ㅎㅎㅎㅎㅎ

2009-10-23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3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5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10-27 00:05   좋아요 0 | URL
그걸 기억하시다니!!!ㅎㅎㅎ

치니 2009-10-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날린 추천1은 N군에게 보냅니다. ^-^

라로 2009-10-23 22:5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페이퍼 보니까 추천 2~3개는 보낼수 있다는데 왜 한개만 보내????ㅎㅎㅎㅎ

조선인 2009-10-2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페이퍼는 마로에게 꼬옥 보여줘야겠어요. 살아있는 효도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의 마음. 움하하핫

라로 2009-10-23 22:57   좋아요 0 | URL
마로에게 보여주는 대신 마로를 N군에게 소개해주세요~.홍홍홍

비로그인 2009-10-2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모습들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문득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가르칠 때 사탕따위를 뒤적거려 주곤 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는군요!

그때 더 많이 줄걸 그랬습니다.

라로 2009-10-23 22:59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자주 사탕이 있는거 보면~.ㅎㅎ
학생들을 가르치셨군요~. circle96님은 좋은 선생님이셨을것 같아요~.^^
앞으로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시게 된다면 사탕 많이 주세요~.^^

후애(厚愛) 2009-10-2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럽고요.
N군이 너무 기특해요!^^

라로 2009-10-23 23:00   좋아요 0 | URL
후애님은 재밌고 자상하신 옆지기님이 계시잖아요~.^^
마이크가 좋은 분이라서 전 부럽던걸요~. 술도 잘 마시고~.ㅎㅎㅎ

꿈꾸는섬 2009-10-2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군 너무 귀엽고 예쁜데요.^^ 꼭 안아주세요.ㅎㅎ

라로 2009-10-23 23:00   좋아요 0 | URL
오늘도 시험을 잘봤다고 해서 꼭 안아줬어요~.ㅎㅎ
자식들 키우기 힘들지만 아주 가끔 이맛에 살아요~.ㅎㅎㅎ

카스피 2009-10-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주 훌륭한 아들을 두셨네요^^

라로 2009-10-23 23:01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이건 가뭄에 콩나듯 생기는 일이라 제가 페이퍼까지 써서 기록해 놓으려고 한거에요~.ㅎㅎㅎ

순오기 2009-10-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아드님은 어떤 엄마를 부탁하고 싶은걸까요?
뭐든지 엄마를 주고 싶은 마음~~ 음, 좋다!!
조금 있으면 그 마음도 사춘기 따라 옮겨갈 수 있어요.ㅋㅋ

라로 2009-10-23 23:02   좋아요 0 | URL
녀석이 저에게 준 숙제가 무거워요~.
정말 그 책을 별로 읽고 싶지 않았거든요,,,언니가 너무 좋다는 리뷰를 쓰셨어도~.ㅎㅎㅎ
사춘기,,,생각만 해도 두려워요~.

순오기 2009-10-24 21:48   좋아요 0 | URL
엄마를 부탁해에서 내가 좋다고 생각한 건, 엄마에게 곰소의 그 남자가 있었다는 것~~ 그거 하나로 엄마의 인생이 억울하진 않았구나 생각했거든요.^^

라로 2009-10-27 09: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부분이 아니었다면 저도 신경숙작가에게 화가 났을거에요~.ㅎㅎㅎ

프레이야 2009-10-23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난 이런 아들 없다요 ㅠㅠ

라로 2009-10-23 23:03   좋아요 0 | URL
그럼 우리 아들 데릴사위로 데려가서 키워봐요~.ㅎㅎㅎ

마냐 2009-10-2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식교육 비법을 강의하셔야 해요. N군에게 추천 한방.

라로 2009-10-23 23:04   좋아요 0 | URL
마냐님,,,평상시는 맨날 저에게 혼난답니다. 제가 동네 소문난 무서운 엄마라는~.ㅎㅎㅎ하지만 마냐님의 추천은 정말 달콤하군요~. 감사!^^

같은하늘 2009-10-2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N군에서 추천한방 날리고~~~~
어찌 키우셨는지 비법을 전수 받아야겠습니다.^^
우리 아들도 그 나이되면 철 좀 들라나?
저 요즘 아주 속이 뒤집어집니다. ㅠㅠ

라로 2009-10-27 00:06   좋아요 0 | URL
아들들은 평생 철 안든다에 백표 걸겠습니다~.ㅎㅎㅎ
그러니 우리 기대하지 말고 살자구요~.ㅜㅜ
그러다 좋은일이 생기면 저처럼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로 기쁘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