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전에서 살 때 퀼트를 했었다. 내가 영어를 가르치던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퀼트 가게였는데 그 선생님의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우리나라 퀼트 보급 1세대라는 자부심. 내가 엄마 가게를 돌본다고 일산과 대전을 왔다갔다하지 않고, 미국에도 오지 않고 계속 대전에 살았다면 나는 퀼트로 이름을 날렸을 수도 있을까? 어쩌면 퀼트에 대한 책을 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런 일은 없겠다. ㅎㅎㅎ 하지만, 선견지명은 있어서 실을 바늘에 꿰는 도구를 샀다. 일본에서 수입해 온 거라며 꽤 비싸다고 하시면서 눈이 좋으니 살 필요가 없을 거라고도 하셨는데 워낙 뭐 하면 도구 사는 거 좋아하는 일인이라 실력도 없으면서 선생님이 사용하는 거 거의 다 장만했;;;; 네, 늘 멍석 먼저 깔아야 하는 인간이라. ㅎㅎㅎ
그런데 이제는 눈이 나빠서 안경 안 쓰고는 책은 커녕 메뉴도 읽을 수 없는 지경에 바늘에 실 꿰어주는 도구가 얼마나 유용한지!!! 너무 잘 사용하고 있다.
새로 산 오리털 이불에 듀베를 씌우면서 오늘도 나의 선견지명을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ㅎㅎㅎ
<아버지의 해방일지 >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 밑줄도 많이 긋고!! 아 글을 참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잘 쓰는 것 같은 이런 책을 쓰려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오랜만에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책을 읽고 있다. 남편에게 빨치산이니 빨갱이라는 말을 해주니까 영 모른다. 모르는 것도 있어야지 이 사람아!!
저녁은 남편이 소바처럼 맛도 심플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구글링을 해서 찾아 간 곳인데 아주 맘에 든다!! 열심히 먹다가 “왜 이렇게 먹기만 해?”라고 하니까 남편이, “너무 맛있어서”래!!! ㅎㅎㅎ 음식에 열광하지 않는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뇌리에 각인된 것 같다. 이 집은 맛있는 집!으로!!!
마침 돈까스와 메밀 소바 콤보 메뉴가 있어서 남편과 나는 그거 먹고 해든이는 돈까스 정식을 시켰는데 맛있다고 잘 먹으면서 사진도 찍는다. 왜 찍냐고 하니까 친구들하고 “Be Real”이라는 앱 활동하고 있다고. 아 놔~~~~!! ㅎㅎㅎ
다 먹고 남편이 배를 사겠다고 해서 한남체인 들른 김에 파리 바게트 가서 나는 컵 티라미수 먹고 해든이는 치즈케이크 먹었다. 컵 티라미수가 촉촉하니 얼마나 맛있던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렸다!!
잘 먹고 집에 와서 새로 산 이불을 듀베에 넣었다. 깨끗하고 뽀송뽀송 한 새 이불 덮고 자게 될 것 생각하니 황홀하다. 그 전에 <아버지의 해방일지> 다 읽을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