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 보그에서 만든 유튭 시리즈 In The Bag 보는 거 좋아하는데 보면서 거의 모든 셀렙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물론 전화기이지만, 또 다른 아이템은 핸드 세니타이져! 어쩜 브랜드도 다 다양한지!! 놀랐음. 나는 병원에 비치되어 있는 거 사용하는데 이 에피소드들 보면서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음. ^^;;
모든 에피소드가 개성이 있지만 나는 헬렌 미렌의 것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녀가 자기 물건을 꺼내면서 영국 악센트로 연기하듯 얘기하는 것도 좋았지만, 자기 가방이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지 말하는 부분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What is my bag say about me that I'm organized, disorganized skirting around the edge of chaos but somehow holding it together!
멋진 표현이에요, 헬렌!! 재밌는 건 여왕이 핸드백을 떨어뜨렸을 때 아치비숍이 가방을 주워주는데 그 안에 놀라운 게 들어 있었는데 기억은 안 난다면서 콘돔은 아니라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머도 있으셔!!ㅋㅋ 또 역시 그녀가 입고 나온 병아리 같은 예쁜 노란 터틀넥 스웨터에 은발이 잘 어울렸다. 나도 그녀의 머리 스탈처럼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머리카락이 가늘긴 하지만 저렇게 곱슬이 아닌 데다 숱도 그녀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저 삘이 나진 않을 것 같긴 하다만,,, 한국이라면 미용사가 충분히 저런 느낌이 나게 해줄 텐데,,,라는 생각이 미친다. 여기서 저렇게 하려면 몇 백 불은 감수해야 할 테니까 어쩌면 저 머리 스탈 하러 한국 가는 게 더 경제적일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대부분의 셀렙들이 어떤 사이즈의 가방이든 책이 들어 있었다는 점!! 특히 기억나는 사람은 빅토리아 베컴!! 그녀의 가방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My Name is Lucy Barton>이 들어있더라는!! 내가 수없이 오디오북으로 듣고 책으로 읽은 <올리브>도 좋아하지만, 나는 <내 이름은 루시 바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 책이 빅토리아의 백에서 나온 양장본인 것 같다.
나는 이 오디오북으로 들었고
이 표지로 읽었는데 빅토리아가 갖고 있는 에디션은 작고 단단하게 만들어 진 것 같아서 그런가 그 책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건 대부분 필기도구를 갖고 다닌다는 점! 누군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연필이랑 볼펜을 5자루 정도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간호사라서 필기도구가 많이(?) 필요한 편인데 지금 확인해 보니까 펜라이트(환자들 동공 확인) 한 자루, 샤피 2자루,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이 각각 두 자루씩. 잃어버릴 것을 대비해서. lol 하이라이트도 있고,,, 그리고 한 자루에 여러가지 색 넣을 수 있는 것도 갖고 다니는 데 정작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까와서.ㅋㅋㅋ 그런데 예쁘게 생긴 여성들이 가방/핸드백 안에 책과 필기도구가 필수로 있는 것을 보니까 좀 감동스러웠던 것 같다. 어느 메이커의 가방/핸드백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가방에는 청진기도 들어 있다는. 가방 바꿔들기 귀찮아서 일하러 안 갈 때도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청진기도 늘 가방안에 있다는.ㅋㅋㅋ
어쨌든 일하느라 볼펜을 많이 사용하니까 상대적으로 만년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 저 많은 잉크를 어쩌나~~~ 이런 한숨이 절로 나온다는. 그래서 좀 한가해지면 얼렁 필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내가 좋아하는 핸드백 브랜드가 있는데 아주 가벼운 나일론 소재로 만든 것이다. 뉴욕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회사인데 정말 가볍고 주머니가 많아서 나도 몇 년 전부터 이 가방만 (거의) 들고 다니는데 제인 폰다도 나와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이가 들면서 백팩을 메고 다닌다. 왜냐하면 한 손은 개를 안고 다른 한 손은 난간을 붙잡아야 하니까." 음 폰다 할머니, 여전히 멋쟁이지만 정말 늙긴 늙으셨군요!! 흑
하지만 늙어도 품위있고 페미니스트 답게 자신 만만하고 실용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가 존경스럽다. 거울이 필수품이라고 하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하지만 사막에 혼자 남았을 때 거울로 불을 일으킬 생각은 못했는데,,, 나도 거울 갖고 다녀야지. 나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얼굴에 눈꼽이나 꼬딱지가 보이/있는지 보려고.ㅋ
2. 이틀 동안 같은 환자들을 돌봤는데 한 사람은 80세 된 일본인 할아버지. 나이에 비해서 몸이나 얼굴이 젊어 보였다. 역시 아시안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나이가 어려 보이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어떻게 해서든 연결되어 아는 사람이 환자가 되는 날), 엔 군의 학교 동창을 간호하게 되었다!!! 한국어로는 크론병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영어로는 Crohn’s disease라고 한다.
첫날 간호를 하면서 대화를 하다가 이 환자가 우리 엔 군이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것을 알게 되어 내 아들도 거기 졸업했다고 하니까 몇 년도에 졸업했냐고 해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나 엄마 맞아??ㅠㅠ) 이름이 뭐냐고 해서 이름이 뭐라고 하니까 자기랑 영어 수업을 같이 들었다면서 우리 아들 엔 군이 자기가 만나 본 사람 중에 "funniest guy ever!"라며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너 엔 군이랑 페이스타임 하고 싶어?라고 했더니 만약 엔 군이 괜찮다면 하고 싶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이러저러해서 너 학교 동창이 엄마 환자인데 같이 얘기할래? 했더니 하겠다고 해서 거의 30분이 넘게 둘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 환자는 크론병으로 2달이 넘게 설사를 하고 병원을 들락날락했고 너무 약해져서 혈압이 낮고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혈압약을 투약 받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중환자실에 오게 된 거다)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해서 나는 상대적으로 혈압약을 낮춰야 했다. 어제 일 끝나고 아침에 집에 오면서 엔 군에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해줬더니 외로운 환자들에게 전화해주는 서비스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암튼 그랬는데 어젯밤에 다시 맡게 되어 보니까 낮 동안 많이 피곤했는지 대부분 잠을 잤는데 중간에 심장의 리듬이 바뀌어서 12 lead ECG order 하고 난리 났었다는. 암튼 젊어도 너무 젊은 사람이 아픈 것을 보니까 맘이 안 좋았다. 오늘 쉬었으니까 내일 쉬면 다시 일하러 가는데 그 친구가 여전히 입원해 있을지 아닐지 넘 궁금하다.
3.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아주 재밌게 읽었지만, 짧아서 아쉬웠는데 방금 알라딘에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라는 책이 보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즐겁게 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거 박완서 작가를 팔아먹는 책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도 혹시 그런 책이 아닐지 의심 먼저 든다. 그분은 이미 돌아가셔서 자기의 이름이, 작품이, 글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실 테니까. 만약 아신다면 이런 책(어떤 책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지만)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읽어 본 바로는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뒤편에 "지금 만약 박완서가 살아있다면 어떤 이야기로 나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었을까"라고 나오는데,, 살아 계시다면 정말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하실지........ 물론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느낌이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