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아니라 혼자 진지한 사춘기 소년 되시겠습니다. 어찌나 분위기 잡고 심각하신지.
저 사진은 어제 아침에 우리 셋이서 페블리 비치라고 조약돌로 된 해변까지 걸어갔다가 잠시 물 마시고 쉴때 몰래 찍은 거에요. 이제는 사진도 몰래 찍어야 하는 어려운 분 되시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저렇게 그룹으로 사진 편집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겸사겸사 필터도 사용해 봤습지요. 이왕이면 분위기 있어보이게. 😅
좀 아까 제가 북풀을 설렁설렁 보는데 녀석에게 사진 올린 것을 들켰어요. 녀석이 프라이버시 어쩌고, 자기에게 미리 허락을 안 받았다고 어쩌고 저쩌고, 앞으로는 꼭 자기에게 먼저 허락을 받고 올리라고... 당연한 것이지만, 워낙 어려서부터 (아니죠, 태어나기 전부터 해든이는 알라딘 아기였으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막내까지 사춘기가 되었으니 당연히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이 맞네요. 그래서 이 사진들은 허락을 받았어요. 이거 올려도 될까? 하니까 고개만 한 번 끄덕여 주네요. 조마조마 간 떨렸음. ㅎㅎㅎ
생각해 보니까 올 10월 해든이 생일이 지나면 permit 받아서 운전도 시작 할 나이가 되더라구요. 정말 세월에 장사없다더니, 이제야 그것을 느끼네요.
해든이는 이제 저보다 키가 훨씬 커졌어요. 170센티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우리집 공식 젤로 작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걸어가는데 자기가 나보다 크다고 제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이 늙은 엄마를 아기 취급. 🙃
그런데 저는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해든이도 벌써 사춘기 소년이 되었고, 큰 아이들은 독립을 한 아이도 있고, 다른 아이는 준비를 하고 있고,,,, 이만하면 내가 생물학적으로, 또는 진화론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으로 내게 주어진 책임을 잘 완수해 가고 있는 건가? 나의 황금시대는 이제 정말 다 지나가는 건가? 조금 더 하면 나는 그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인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면서 죽어도 나쁘진 않겠다,,, 뭐 이런 엉뚱한 결론까지. ㅎㅎㅎ
아이가 커가는 거, 어쨌든 한편으로 홀가분하면서 많이 서운하네요. 이런 기분 책 읽으면서 보내야 하는구나,,, 뭐 그런 생각. 여전히 책이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