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5. TV와 닌텐도만 하고 있는 녀석이 안타까왔는지

녀석에게 할머니가 몰래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씀을 하셨나보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N군의 대답이 걸작이다.

"열심히 할 때가 있겠지요."라고 했단다.

기가 막혀서..


[13년 전 오늘]


[지난 오늘] 내가 썼던 글을 읽어보며 우연의 일치지만 "재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 위의 글은 13년 전 오늘 내가 알라딘에 올렸던 페이퍼라고 알라딘이 알려준다. 뭐든 하면 악착(?)같이 하는 H양과는 다르게 뭐든 안 하는 N군 때문에 "속상하다, 포기한다, 마음을 비웠다" 등등의 글을 많이도 올렸었는데 녀석이 저 말을 친정 엄마에게 했다며 엄마도 좀 어이가 없어 하시면서 내게 전해주셨더랬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얼마나 어이가 없으셨으면;;;) 말씀해 주셨다. 웃기는 녀석이라시며. 그 당시 아이가 저렇게 말했다는 말을 말을 전해 듣고, "말이야 방귀야?" 그랬는데...


그런 N군이 예견한 열심히 할 때가 있을 거라는 때가 바로 지금부터? 인가? 싶어서 김칫국부터 마신다.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신기한데 지난 번에 인터뷰를 했던 베트남어 통역 한 결과가 나왔다며 좀 전에 연락이 왔다. 시간이 없어서 소식만 전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통화를 마쳤다. 나도 어차피 일을 해야 하니까 길게 통화할 시간도 없었지만..


아무튼, 통역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자기가 통역에 합격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뺨 맞은 것 같을 거라며, 그거 보고 싶다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내 뺨이 얼얼한 것 같은? ^^;; 뭐 그 정도로 N 군이 공부와는 담을 철저하게 높이, 지구 밖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처럼 쌓았었으니, 남들에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우리 N군에게는 아주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낳은 녀석이지만, 늘 뭐가 될지 궁금했다. 지금도 궁금하다. 하지만 한 가지 내가 녀석을 믿었던 것은 '가능성' 그거 하나였는데. (언젠가 정말 N군의 가능성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어제부터 내 자신이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급우울해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는데, 좋은 소식을 들어서, 더구나 N군의 소식이라 그런지 기운이 좀 난다. 이제 나도 N군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러 가야겠다. 우리 N군이 했으면 나도 할 수 있을테니까. (N군을 너무 얕잡아 봤;;;;)



나는 방금 이 글을 쓰기 전에 병원에 가져 갈 물건이 있어서 사무실에 들르면서 이 책에서 얘기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반세기 전보다 10년 이상 길어진 청년기도 문제이고, (그러니 자연히 아이들 걱정) 더구나 더 길어진 노년기는 어쩔건가? 나는 얼마나 오래 살게 될까? 등등


딸아이에게 언제 아이를 낳을 것이냐고 물어 본 적이 없는데 N군이 소식을 전하고 나간 후 딸과 나만 남게 되었을 때 물어봤다. 이제 사위도 곧 졸업을 해서 직장을 구할텐데 너네들 아이에 대한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계획하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갖은 것은 없는데, 더구나 막막하기만 하고 대책없는 내 노후가 걱정이 되면서도 손주는 보고 싶은 이 이율배반. 닥치고 일이나 하러 가자. 오늘은 깨지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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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3 0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21-02-09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믿음하나로기다려온시간들, 완전 좋아요.
덩달아 힘 받고, 『기나긴 청춘』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라로님^^

라로 2021-02-13 05:43   좋아요 0 | URL
하하하 테그가 좀 감정이 앞섰죵~!^^;;
기나긴 청춘, 기나긴 노년,,,걱정이네요.

기억의집 2021-02-09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들냄 축하드려요~ 결실을 맺었군요. 저도 딸냄 걱정인데.. 잘해나게겠죠!!!

저도 오십 초반이지만... 손주 보고 싶어요. 사유리의 비혼모가 그래서 나쁘지 않었다는~ 저희애들은 결혼도 애도 안 낳는다 하는데.. 참 애 키울 때 힘들었는데.. 손주는 보고 싶네요.

라로 2021-02-13 05:45   좋아요 0 | URL
결실이라는 말은 아직 너무 이르고요. 그냥 이런 기쁜 일이 있었다 뭐 그런 의미로 올린 거에요. 하면 되긴 되는 구나,,뭐 이런.ㅎㅎㅎ 우리 애들 다 잘할 거라고 믿자구요!! 그거 말고는 없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기억의집 님은 아직 손주 보긴 어려요. 근데 진짜 우리 애들 키우기는 힘든데, 손주는 보고 싶으니...늙나봐요.ㅋ

scott 2021-02-09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것 같아요 출발점 도착지 이런거 사회와 다른이들이 정해놓은 기준과 달리 자기만의 보폭과 속도로 가는것 중도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길을 찾은 라로님에 아들, 그리고 묵묵히 지켜봐준 라로님! 축하합니다. 손주, 손녀는 영원한 사랑과 기쁨 ❤*.(๓‘ ˘ `͈๓).*❤

라로 2021-02-13 05:47   좋아요 1 | URL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말 너무 좋아요!!! 아들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것 정말 중요한 거 같은데, 자식에 대해서는 늘 평정심을 갖기 어려우니까 이렇게 일희일비 하나봐요.^^;;
손주손녀,,,아무래도 저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ㅠㅠ

감은빛 2021-02-09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공부만이 답은 아닐테니, 아드님께선 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 적응하며 지냈던 것이고, 이제 남들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라로님께서도 하루빨리 잘 자리잡으시길 바랍니다.

라로 2021-02-13 05:48   좋아요 0 | URL
공부만이 답이 아닌 것은 확실해요!! 저도 주변을 봐서 알고 있고, 그런데,,,,이게 한국에서 공부에 대한 주입이 되서 그런가 그 생각을 떨치기 어렵네요.^^;;

저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이젠 좀 지쳐요.^^;

행복한책읽기 2021-02-09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가능성을 알았던 아들이네요. 답이 아주 찰집니다. 축하드려요.^^
근데 손녀손자가 벌써 보고 싶다고요? 레알?? 와~~~ 저는 둘째가 아직 어려 손자랑 사는 느낌입니다요. ㅋㅋ
라로님도 급우울을 겪으시는구나. 이 증상이 나이와 관련 있지 싶습니다. 지두 그렇걸랑요^^;; 내 우울감을 라로님 글 보며 위안할 때 많습니다. 나두 쳐져 있지 말아야쥐~~함시롱.^^ 라로님 기운 나게 울집 김치 쏴드리고 싶습다용. 이모티콘 만드는법 scott님께 배워야할까봐요^^

라로 2021-02-13 05: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남의 얘기 하듯 하잖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지난 날 M에게 또 깨져서 정말 간호가 저와 안 맞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여러가지로 걱정이 되면서 우울했어요. 저도 우울해야죠. 언제나 하하호호 할 수는 없는게 인간 아닌가요??ㅎㅎㅎㅎ 나이와도 분명 관련이 있고요. 나이 들어서 마음이 급해져요. 책님은 젊어서 좋겠어요!!^^
책님네 김치, 소리만 들어도 기운이 나요!! 그 김장 사진 (올리셨던) 생각이 나면서!!^^ 고마와요, 마음 써 주셔서!!!^^

바람돌이 2021-02-09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글을 읽고 또 우리집 녀석들에 대한 희망을 다집니다. 언젠가는 하겠죠? ㅎㅎ

라로 2021-02-13 05:52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선생님 댁 아이들과 제 아들을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따님들 예쁘게 잘 크고 잘 하는 거 느껴져요!!^^

psyche 2021-02-1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N군!! 저희 집 M군도 그런 날이 곧 오리라 믿쑵니다.
그리고 H 양은 아직 나이가 어린데, 지금 한참 공부 중인데 아이라뇨. 공부가 끝나고 자리를 좀 잡고 천천히 아이를 계획해도 되지 않을까하는데....저는 딸들이 아이는 늦게 낳았으면 해요.여자의 발목을 잡는 건 결혼보다는 아이인 거 같아서요.

라로 2021-02-13 05:57   좋아요 0 | URL
엠군은 너무 잘하는데 왜 그러세요??? 참, 소식은 있어요?? 좋은 소식 있기를요!!!
맞아요, 딸은 지금은 안 되죠.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이죠. 그냥,,, 손주가 보고 싶다,, 뭐 그런. 정말 나이 드나봐요!!!^^;; 저도 사실 딸아이 서른에 낳았는데, 지금 딸아이가 23인데, 제가 너무 조급해요. 저희들 (아이들도 물론) 앞으로 헤쳐나갈 길도 먼데 (해든이 이제 13살;;) 손주는 적어도 7년은 있어야 하겠죠? 제 형님이 저보다 1살 윈데 10번째 손주가 7월에 태어날 거에요. 그래서 더 맘이 급했나 봐요. 부러움.ㅎㅎㅎ

scott 2021-02-12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2021년 신축년 가족 모두 새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福주머니(한쿡산) 하나 놓고 가여 ㅋㅋ

\│ /
.*˝ ☆˝*. ..
( + 福 + )

라로 2021-02-13 05:57   좋아요 1 | URL
스캇님!!!!!!!!!! 너무 감사합니다!!! 스캇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1-02-14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아이는 믿고 기다려 줘야하는데요. 전 큰애에게 자꾸 실망하고 채근만 하게 되요.
코로나 때문이라지만 너무 게으르게 사는 모습이 매순간 제 눈 앞에 있어서요. 이렇게 이십대를 흘러 보내면 어쩌니, 싶어요. 전 제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요즘은 조급증만 더해가고요. 그러다 라로님 이야기를 읽으면 힘도 납니다. 부럽고 그 에너지를 조금은 나눠 받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 건강하세요, 라로님. N군의 창창한 앞날 기대합니다.

blanca 2021-02-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할 때가 있겠지요, 아우, 이 말이 왜 이리 좋고 귀엽게 들리죠? 대견하네요. 라로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