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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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런 책들을 좋아한다. 미술사에 대한 거창한 분석말고 적당한 에세이와 적당한 설명이 곁들여진 책. 게다가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으니 이보다 내 구미에 맞아 떨어지는 책을 찾을 수 있을까.  

묵직한 책들을 읽다가, 혹은 의무감에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읽다가 나는 이런 책들을 꺼내 읽는다. 서점에 들르면 주저없이 한 권씩 사들고 돌아오는 책들은 대개 이런 책들이다. 무거운 책들은 고심을 하고 리뷰를 읽고 독서의 순서를 정해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해 읽는 반면, 서점에 가서 가져 오고 싶은 책들은 이런 책들이다.  

이 책은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79년생이자 조선일보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곽아람이 기억하고 있는 책들과 그 책들에 대한 상념과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그림들을 한 편씩 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부터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도 다양하고 그리고 모나지 않았다.  

하루 저녁 느슨한 자세로 앉아 이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었다. 뭐가 어찌됬건간에 나에겐 좋은 휴식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다음 번에 또 미술에 대한 휴식같은 책을 고르라면 그녀의 다른 책도 또 읽어보리라 생각하면서.  

201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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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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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문장, 긴 호흡, 살떨리는 묘사등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  

한국엔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고, 출판시장에서 그들의 사사로운 에세이까지 찾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에 반해 그냥 사장되고 묻혀지는 작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올해는 그런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겠다고 생각하자 마자, 이화경이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의 <꾼>이라는 소설이 나에게 주어졌다.  

<꾼>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던 전기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김흑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붙인 젊은 전기수가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이야기. 별의 별 이야기를 다 겪고 별의 별 이야기를 해주던 젊은이의 이야기.  

문장은 아름답고 호흡은 길고, 조선의 고즈넉한 안타까움이 소설 여기저기에 배어나온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소설은 정조의 이야기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도한 노옹의 이야기와 전기수인 김흑의 이야기인 세 가지의 축을 따라 이어지는데, 마지막의 마무리를 염두에 둔다면 김흑의 이야기의 비중이 오히려 적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클라이막스가 너무 뒷부분에 치우쳐져 있어 긴박감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한 번 읽어볼만한 문장들이 가득하므로 그정도의 단점은 서사라는 장르에 좀 더 가까운 이 소설의 흠이 되기엔 어려울 터.  

재미있게 읽었다. 낯선 이야기들을 낯익게 그리고 농밀하게 펼쳐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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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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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의외로 우리 출판시장에서 눈에 띄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찾아 보기 어렵다.  

이 책은 중국의 유명한 대학자인 지셴린 선생의 수필집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썼던 잡문들을 모았는데 일단 시기가 들쭉 날쭉하여 읽기가 약간 불편했다. 각 꼭지의 말미에 몇 년도 몇 월에 썼던 글인가를 적었으면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다. 중국어의 문체는 이렇듯 약간 딱딱하다. 황홀한 비유는 적고 에둘러 가지 않으며 고사를 인용하는 식의 비유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장구한 문학사에서 굳이 새롭게 비유를 취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건덕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셴린 선생의 이 책은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좋을 듯 하다. 물론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니 그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리라.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나도 나이를 먹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만난 책이라 적당한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났다 싶다.  

그리고 지셴린 선생이 내내 강조하던 도연명의 싯구들이 특히 가슴에 많이 남았다. 한손에 들어와 읽기에 좋은 책. 어린 후배들에게 선물하긴 약간 난감하지만 같이 나이 먹어가는 친구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라고나 할까. 뭐 그렇다.  

<커다란 격랑 속에서도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네.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더는 걱정하지 마시게> 하는 문구를 가슴에 팍 새겨본다.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 일. 삼십대의 중반을 건너가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201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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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어글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콘스턴스 브리스코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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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학대에 대한 명확한 이유도,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저자 역시 왜 학대 받았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어머니가 어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왜 굳이 주인공에게만 투영시켰는지에 대한 이해도 없다. 학대를 가했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감싸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일곱명의 아이들 중 모든 아이들을 학대했지만 그 학대의 정도가 지나쳤던 단 한아이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학대의 원인 말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그 어머니는 과연 왜 그런 학대를 일삼으며 세월을 보냈으며 이 저자는 용서하지 못할 과거를 드러내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했다 - 가 아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그랬으리라고 이해한다 - 그리하여 언젠가는 용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였다.  

살면서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은 많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나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라.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은 다르다. 실수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자식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부모도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다르다. 철저한 학대와 증오만이 가득차 있다. 현실을 무시하고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노력이 안스러울 따름이다. 그녀는 아직도 상처 받고 있고 아직도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쓰고 글로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 하면서 조금은 치유받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명예훼손으로 저자를 고소했으며 그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것이 책 끝에 적혀 있었다. 난감할 뿐이었다. 남의 집안 싸움에 뛰어들어 구경꾼이 된 느낌이었다. 어머니의 학대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런 식의 싸움은 똑같이 응대하는 같은 수준의 인간임을 밝히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책이다. 안타까운 사연이며 안타까운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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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의 여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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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만 보고 내용을 유추하는 일은 재미있다.  

나는 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언덕배기에 서 있는 한 여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일러스트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을 추정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던 한 여자가 결국 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그로 인해 혹독한 수업료를 내면서 내 집마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절감하며 결국 내 집을 마련하게 되고 그 수업의 연장으로 부동산의 거물이 되며 타락과 퇴락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 하는 것은 나의 몽상이었다. ㅎ 

내 집마련의 여왕은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어찌저찌 해 경제적 위험에 봉착한 주인공이 귀인을 만나 경매나 투자의 손을 대게 되고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살만한 집을 찾아주는 사실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기 보다 남의 집 마련의 여왕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경쾌하고 쉽게 읽히며 재미있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고 평이하다. 더러운 인간의 욕정따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 대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말에서 작가는 소설에도 하이브리드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칙릿정도의 경쾌함을 갖추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앞에 말한대로 내 집마련이 어려운 시대에 사는 것에 대한 집요한 파고듦이나 부조리함에 대한 철저한 분석따위가 있었으면 했으나 그건 나의 개인적 취향이므로 뭐 굳이 책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데에 필요치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사실 서울엔 살 집이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나도 지금 서울에 살고 있으며 아직 내 집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은가 - 수없이 많은 부채를 깔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 - 서울엔, 정말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 집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경쾌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누군가 나에게 집을 선물해주길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잖은가 ㅎ  

201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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