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에요
하비 카프 지음, 오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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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를 썼던 UCLA 의과대학 교수인 하비 카프의 또 다른 육아서이다. 베이비 위스퍼가 1, 2로 앙팡과 토들러 단계로 나뉜 것처럼 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의 속편으로 돌이 지난 아기의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돌이전의 내아이는 얼마나 기르기 편했는가.

가끔 아이가 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배를 채워주거나 안고 흔들어주면 그만이었다. 아이의 근육은 미처 발달하지 않아서 그저 누워서 하루를 보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2시간마다 깨어서 젖을 먹여야 하는 일 외에는 별다르게 어려운 일이 없었고 단순한 장난감 하나만 가지고 움직일 수 없는 아이는 엎드려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보행기에 태워놓으면 빠져나오지 못해 엄마는 설거지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돌릴 수 있고 10KG가 넘지 않는 가벼운 몸무게 덕에 업고 어딘가를 다니는 것도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가 10KG를 넘으면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이후 곧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엄마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몸무게가 적지 않아 많이 업을 수도 없고 아기띠를 이용해 앞으로 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눕혀서 메고 다녔던 슬링은 신생아를 출산한 후배에게 넘겨야 했고 보행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 서랍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 아버지가 돈 벌러 간 사이 집안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육탄전이 시작된다.



이 책은 돌이 지난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고 아이의 다양해진 욕구를 어떻게 해소시키며 어떻게 규율을 알려주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는 침팬지 정도의 수준, 유인원이나 네안데르탈인 정도의 원시인으로 생각하고 엄마 자신은 그 원시인에게 파견된 막강한 국가권력을 뒤로 업은 외교사절, 특사 정도로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아이는 수백만년동안 인간이 겪어온 진화라는 과정을 단 몇 년만에 해내는 존재이니 그의 단순과격무식함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서 우아한 자세로 응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12-18개월, 18-24개월, 24-36개월, 36-48개월로 나누어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흥분한 아이들을 가라앉히는 법등을 여러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매우 유용한 방안들이 많다. 예를 들어 마구 흥분한 아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엄마와 마주앉아 숨고르기 연습을 평소에 한다거나 지나치게 흥분한 아이의 얼굴에 후 – 하고 바람을 불어주면 아이가 금새 진정이 된다거나 (아이들은 이런 예기치 못한 작은 자극에 그 전에 있었던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아주 유용한 패스트푸드 룰 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패스트푸드 룰이라는 것은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에서 뭔가 물건을 주문했을 때 점원은 바로 가격(아이가 원하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주문한 내용(아이가 무엇을 원한다고 종알거린 내용)을 반복하여 확인시켜준다는 것이다. 아이가 뭔가를 원한다고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신체언어로 말을 했을 때 엄마는 유아어로 비슷하게 반복을 해주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이해했다는 안도감에 지나친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 실로 이 꼬마원시인과의 문제는 아이는 뭔가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요청을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다 알아듣던데 하는 말은 사회가 만들어 낸 신화에 불과하다. 엄마는 심령술사가 아니다. 엄마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할애하기 때문에 아이의 음조와 표정, 전후 상황을 파악해 대강의 유추를 해 내는 것 일뿐, 아이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존중이라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아빠가 TV를 보고 있으면서 놀아주지 않으면 괜히 엉뚱한 데에다가 짜증을 부린다거나, 책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그 과정에서는 온전히 자기에게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즐기며, 조근조근 설득을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자기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금방 고분고분해 진다는 것,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리 아프게 넘어져도 벌떡 일어난다는 것등이 그러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원시인을 길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는 한 살 배기들의 골 부리기, 떼쓰기, 수면문제, 깨물기와 두 살 배기들의 분리불안, 까다로운 식성, 배변훈련, 세 살배기들의 공포, 말 더듬기, 약 먹기, 동생에 대한 문제들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나에게 약 먹기에 대한 하비 카프 박사의 특별한 지시법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컸다. 다행히 아이들은 개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행동양식들은 비슷한 모양이다. 이러한 육아서는 그런 이유로 엄마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때 당신의 부엌 한 켠에 이 책이 한 권 있다면 괜찮은 무기 하나는 구비해 둔 셈이다.



2007.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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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
박윤조 지음, 이도헌 감수 / 배영교육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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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찾고 읽고 하는 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고도 새로운 일이다. 온전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 일뿐 아니라 이건 연습이라는 것이 없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나는 한 인간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 얼마나 살 떨리는 부담감인가. 손위형제가 있어서 조카들을 관찰해봤던 것도 아니고 나는 거의 내가 읽은 책들에 기초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형편. 아이를 갖고 낳고 나서 돌 이전의 아이에 대한 각종 육아서를 열심히 읽어댔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해가며 시간을 보냈는데, 자, 나의 이 아기가 돌이 지나고 걷기 시작했다. enfant 에서 toddler의 단계로 진입을 한 것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걷고 끊임없이 넘어진다. 뭔가를 집고 던지고 숨기고 부서뜨린다. 알 수 없는 음성으로 계속해서 말을 하고 뭔가 요구를 한다. 이제는 자기만의 사인을 만들어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하려고 하며 TV 만화를 보고 웃기도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키며 이거 이거 라고 말을 하는 16개월 된 나의 아들은, 제 아비도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어대는, 나름대로 건강한 외할머니가 돌보고 나면 몸살 나는 사고뭉치, 에너자이저, 못말리는 흰애기 등으로 표현된다. 나는 다급해졌다. 아, 이 사고뭉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두 번째 육아서를 읽는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아이가 커 갈수록 나는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경험담들이 필요했다. 이제 아이는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래들과 어울릴 가능성도 보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외출을 하자 하고 걷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배영교육에서 나온 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은, 발달심리학이나 아동심리학등 대학교재를 선택할까 하다가 대체한 책이다. 육아서중에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고 신생아때부터 7세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을 골고루 정리했으며 아주 짧은 글들로 정리했고 가장 보편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딱 맞는 가장 평이한 육아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기들의 특이사항과 돌이 지난 아이들의 심리, 엄마들이 고민하는 낯가림, 분리불안, 배변훈련, 잠투정 등 읽다보면 좀 너무 평이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 번 쭉 훑어내려 정리를 하기엔 좋은 책이다. 가끔 책을 읽었다 해도 머릿속에 100% 저장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아이와 뭔가 문제가 생긴 날 아이를 재워놓고 제목들만 한 번 삭삭삭 훑어봐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깊이있는 육아서를 원하는 엄마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아주 많은 육아서를 대하지 않았거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엄마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00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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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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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신명호씨는 역사를 전공했으며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고 궁중 생활상 재현전시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의 관사연구사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사람이 펴낸 책들은 대부분 구중궁궐의 생활상과 그 사람들에 대한 책이 많은데, 이 조선왕비실록 외, <조선의 왕>,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 <궁궐의 꽃, 궁녀>, <조선왕실의 자녀 교육법>, <조선의 궁궐에서 일했던 사람들, 궁> 이라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중, 역사의 폭풍속에서 살아있던 조선의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많은 왕비들을 다룰 수는 없으니, 몇 명 왕비들만 뽑아 그 이야기를 전한다. 태조 이성계의 처- 선덕왕후 강씨, 이방원의 처- 원경왕후 민씨, 단종폐위와 피비린내 나는 왕권찬탈로 왕위에 오린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 윤씨, 연산군의 생모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이유로 연산군의 미움을 샀던 덕종왕비 인수대비 한씨, 계축일기의 주인공이며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의 왕비 인목왕후 강씨, 정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이었으며 한중록을 집필한 장조왕비 혜경궁 홍씨,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고종왕비 명성왕후 민씨 , 이렇게 7명의 인생을 집중조명한다. 책의 구성은 이러한 왕비들의 태어난 배경이나 외가와 친가의 분위기, 그리고 그녀들이 왕비에 오르게 된 과정부터 왕비가 된 이후 겪었던 궁중의 생활부터, 역사의 피비린내나는 싸움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권력을 쥐었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아주 상세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료에 의존하지만, 저자의 직감이나 예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은 양이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했으리라, - 이리라, 하는 저자의 불확실한 추측성 발언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고 이러다 왜곡된 역사를 편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차라리 이 책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권 한 권 소설을 만들었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을 할 수 있겠지만, 정확한 사료만을 전달하는 책은 아닌 관계로 저자의 사상이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지은 사람이 궁중이나 왕족들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던 학자라는 것을 토대로 한 번 믿어본다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왕비라는 직책이 얼마나 어렵고 끔찍한 신분이었는가, 조선시대의 조정이 운영되기 위해 일어났던 수없이 많은 모략과 음모들이 두렵고 무서울 정도이다. 정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고밖에 상투적인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들 – 그게 조선조 정치판의 진실이었음을 어찌하랴.

책 뒤편에는 이 책에는 실리지 않는 몇 몇 왕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추가되어 있고 조선왕실 가계도가 긴 표로 삽입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참고하기에 매우 좋다.

우리가 드라마로만 접했던 조선의 왕들, 그리고 그 왕비들의 치열한 삶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2007.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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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쿠호오 이야기 - 규슈 지쿠호오 탄광을 중심으로 한 격동의 민중사, 평화교육시리즈 03
오오노 세츠코 지음, 김병진 옮김 / 커뮤니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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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쿠호오여! 지쿠호오 이야기

- 규슈 지쿠호오 탄광을 중심으로 한 격동의 민중사

- 조선인과 일본인의 삶이 깃든 지쿠호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우리가 모르는 일본의 숨은 민중사

- 조선인 탄광 노동자의 삶과 애환

오오노 세츠코 글/그림 / 김병진 옮김 / 아힘나운동본부 기획 / 커뮤니티 펴냄

평화교육시리즈 03



커뮤니티라는 출판사에서 펴내는 평화교육시리즈는 01 아래로부터의 한일 평화교육, 02 평화교육을 여는 또래중재가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작가가 쓰고 그린 책으로 한 편은 그림으로 되어 있고 한 편은 한글과 일본어로 되어 있다. 인문서적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라 하겠다. 아힘나운동본부는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라는 단체의 약자로, 여기서의 아이들이란 약자와 소수자를 일컫는다 한다. 이 책은 규슈지방에 있는 지쿠호오라는 탄광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규슈지방은 일본의 4대 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지역이며, 어느 날 갑자기 불이 붙는 돌이 발견된 지쿠호오는 일본의 공업화정책으로 순식간에 12-3만명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260여개가 넘는 탄광이 개발되었다. 그 와중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석유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지쿠호오는 일본의 정책에서 배제되고 버림받기 시작한다. 이 역사책은 이러한 과정중에 있었던 일본의 가난한 탄광의 민중들과 거기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이 중에는 현 아소 아베 총리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악명 높던 아소탄광도 포함되어 있는데, 갱 폭파사고가 나도 사람들을 구하기 보다 탄광을 살리려 했던 그래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파리목숨처럼 죽어갔거나 아무런 안전장치도 되어 있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볼모로 붉은 굴뚝(탄광)을 찾아가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고 그곳에서 일을 했던 힘없는 자들의 이야기를 한다.

번역자는 이 책의 원문은 구수한 사투리가 들어있으나,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그 뜻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책은 단순한 일본의 역사가 아니라 당시 세계상이 그랬듯이 한국인들과의 얼킨 관계들과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희생당한 것은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의 국민들뿐 아니라 일본의 무수한 민초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지쿠호오의 탄생과정과 그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그 몰락 속에 숨어있던 국적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저린 이야기들이 읽고 보기 쉬운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 외려 아이러니컬하게 보인다. 지금도 쌀밥을 찾아 헤매는 수없이 많은 힘없는 사람들은 국가의 정책에 이끌려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하는 유민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역사를 뒤돌아 보면서 상처받는 곳들을 다시 더듬고 파헤쳐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솟아나는 생살을 기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꽁꽁 싸매고 숨기면 곪아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 상처이듯, 이렇게 아름다운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근대사와 일본강점기의 역사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에게 선물을 해도 매우 좋을 만한 책이다.



2007.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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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엄마가 되라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김순화 옮김 / 글담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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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아이를 낳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내 동생은 작년에 태어난 제 조카(내 아들)를 보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결심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아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이제 16개월을 지난 아들덕분에, 아들이 깨어있는 시간엔 이제 겨우 설겆이를 하고 밥을 차릴 수 있을 뿐이다. 그 역시, 아이가 TV화면에 현란하게 돌아가는 CF들을 보고 있을 때나, 뽀로로와 노래해요라는 뮤직비디오를 볼 때 뿐이다.

그 동안 내가 책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쓰고 싸이를 관리하고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아이가 잠 잘 때 이루어진 일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보살피고 붙잡고 먹이고 씻기고 해야 하는 존재다. 물론 우리도 그렇게 자랐겠지만, 처음 엄마가 된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신없는 일이다.

아이는 가만히 있는 물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인지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연습하는데, 그 일들은 숙달되지 않은 존재의 미숙한 움직임들이라 엄마는 늘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미숙한 존재는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초보엄마들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다칠까봐, 아이가 아플까봐, 어느선까지 지켜주고 어느 선까지 방치해야 하는지 그것은 세월이 켜켜히 쌓여 경험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맞벌이를 강요하면서도 육아는 아직도 엄마의 몫으로 놓여있다. 요즘은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이 많아져 놀이방이나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과 양가의 할머니들중 여유가 있는 분들이 그 육아를 맡기도 하지만, 항상 엄마가 돌보지 않은 아이는 문제아로 성장한다는, 편협한 시선들이 사회에 깔려있다. 그 시선에 동참하면서 읽었던 책이 얼마전에 읽었던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는 책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이나, 자신의 생활을 찾으려는 엄마들은 이기적인 사람이나 어미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게 된다. 아동심리학과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점점 엄마들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앉아 아이를 돌보는 일이 최고의 일이라고 자신을 추스리면서 멍하니 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엄마가 된 세대들은 가만히 앉아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나물을 다듬고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대들이 아니다. 세상은 변했고,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며 사회에 나가 치열한 전쟁을 치루며 직업을 갖는 것보다 가사에 열중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간결하게 말해, 가사와 육아에 집중함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는 엄마들이나,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가사와 육아의 일정부분을 포기함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는 엄마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교육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석사를 가진 자유기고가 신문기자로 그 동안의 많은 인터뷰와 사회적 통계와 연구들을 가지고 엄마들을 위로한다. 꼭 당신이 그렇게 붙들려 있지 않아도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고.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해도 아이는 잘 자랄겁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육시설이나 위탁인을 설정할 때의 꼭 취해야 할 주의점, 그리고 직장을 가진 엄마들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순기능들을 이야기 해준다. 성취감이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자라고 독립적일 수 있으며, 늘 잔소리만 하고 아이들만 바라보는 전업주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더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간단히 말해,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부인이 행복해야 남편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행복한 여자는 그러한 생활속에 행복을 느끼며 오히려 육아와 가사에 집중하고 가사분담이 이루어지는 민주적인 가정을 얻게 되어 소위 요즘 말하는 "알파걸"로 자녀가 자랄 수도 있지만, 가사와 육아에 매인 것을 불행해 하며 늘 우울증에 빠져있는 전업주부 밑에서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란 존재는 생후 8개월 이후부터 5명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자기 안에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위탁보육자들이 고정적일 때, 일관성이 있을 때,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업주부인 것을 최대의 행복으로 여기며 그에 집중하는 행복한 엄마라면 아이들은 당연히 잘 자랄 것이다. 그러나 직장여성인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늘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라면, 엄마가 잠시 자리를 자주 비운다 하여도 아이들은 역시나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최근들어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어넣기는 하지만 내가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남편의 회사업무를 간간히 돕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내가 이뤄야 할 먼 목표에 대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취미인 사진찍기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해나가고 있고 지난 학기에는 중도포기하게 되긴 하였지만 학교 공부도 진행하였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조금 더 먼저 읽었거나, 내 아들이 남들에게 쉽게 맡길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아이였다면 나는 학업을 연기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이가 매우 활달하고 기운도 좋고 고집도 세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많이 먹고 안아달라 업어달라를 요구하는 아이라 아이를 잠깐씩 맡아보는 사람들 모두 지쳐 나가 떨어지는 그런 성향의 아이인지라, 적절히 고정적으로 위탁을 맡길 곳이 없어서 나는 내가 진행하던 일의 일부를 연기하기고 결심했다. 그러나 아이를 관찰하면서 이 아이에겐 또래집단과 사회성을 키우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데리고 집안에서만 있는 것보다 놀이터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부딪치고 싸움도 하고 공격도 당하고 울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내 아이는 나와 함께 비가 오는 날까지도 외출을 하며 지내고 있고, 나는 서서히 지쳐가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미니까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은 사실 그렇지 않은 편이 많다. 다들 지 새끼니까 피가 땡겨서 정성스럽게 키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나로서는 아이가 태어난 다음날에서야 아이를 처음 만났고, 아 모성애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생긴다기 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낳은 정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해도 하루 24시간 1년을 붙어있다보면 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발생하지 않을 수가, 과연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엄마들은 모성애라는 신화를 스스로 창조해 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너희는 이래야 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나도 직업을 가진 엄마 밑에서 자랐고, 주변의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그렇게 자랐다. 그들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SOS24에 출연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고 누구보다 잘 자라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나 역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히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가진 엄마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사회는 강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각자가 생각하여 가장 행복한 길이 최선일 것이다.

갈등하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사실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법한 지인에게서 선물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아기엄마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지 못할 엄마들을 위해 이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의 요약을 아래에 덧붙인다.

 

1. 행복한 엄마가 최고다.

전업주부이건 직장맘이건, 스스로 행복한 길을 택하라. 직장이 싫고 아이와 가정에 있는 것이 좋다면 과감히 포기하라. 집안에 있는 것이 우울하고 불행하여 자꾸 아이에게 짜증을 부리게 된다면 자아실현을 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라.

 

2. 아이를 과감히 맡겨라.

갓난 아기도 괜찮다. 아이는 적응 할 수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놓은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규칙적인 위탁과 고정적이지 않은 위탁인은 아이의 정서를 방해할 수 있다. 엄마와 비슷한 육아방침을 고수 할 수 있는 위탁인을 선정하고 맡기는 시간역시 규칙적으로 정하라.

 

3. 아이와 기쁘게 헤어져라.

아이를 맡기면서 눈물을 쏟는 엄마의 감정은 아이도 고스란히 받는다. 두려움에 떨지 말고, 엄마는 곧 돌아온다고 아이의 눈을 보고 말하며 기쁘게 헤어져라. 아이도 가끔은 야단치는 엄마 말고 다른 사람과 놀고 싶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4. 위탁인을 더 좋아하면 좋은 현상이다.

놀이방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죄책감을 갖지 마라. 그만큼 아이가 위탁장소나 위탁인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5. 당신의 이기적 자아실현은 분명히 좋은 점이 많다.

당신이 바빠짐으로 인해 가정은 민주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되고 남편은 양말짝을 벗어 아무데나 벗어놓지 않을 것이다. 아들들은 그것을 보고 배워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고, 딸들은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알파걸이 될 수 있다.

당신 역시 행복해 질 수 있다.

 

6. 스스로 원하는 길을 생각하고 선택하라.

에너지가 넘치고 성취도가 놓고 늘 즐겁고 자신감 있는 엄마가 되어, 아이와 있는 압축된 시간을 200%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라. 어쩔 수 없다, 는 핑계는 더이상 대지 말고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2007. 7. 3.

 

+ 책 선물해주신 예영님,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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