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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제목만 보고 내용을 유추하는 일은 재미있다.  

나는 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언덕배기에 서 있는 한 여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일러스트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을 추정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던 한 여자가 결국 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그로 인해 혹독한 수업료를 내면서 내 집마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절감하며 결국 내 집을 마련하게 되고 그 수업의 연장으로 부동산의 거물이 되며 타락과 퇴락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 하는 것은 나의 몽상이었다. ㅎ 

내 집마련의 여왕은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어찌저찌 해 경제적 위험에 봉착한 주인공이 귀인을 만나 경매나 투자의 손을 대게 되고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살만한 집을 찾아주는 사실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기 보다 남의 집 마련의 여왕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경쾌하고 쉽게 읽히며 재미있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고 평이하다. 더러운 인간의 욕정따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 대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말에서 작가는 소설에도 하이브리드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칙릿정도의 경쾌함을 갖추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앞에 말한대로 내 집마련이 어려운 시대에 사는 것에 대한 집요한 파고듦이나 부조리함에 대한 철저한 분석따위가 있었으면 했으나 그건 나의 개인적 취향이므로 뭐 굳이 책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데에 필요치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사실 서울엔 살 집이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나도 지금 서울에 살고 있으며 아직 내 집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은가 - 수없이 많은 부채를 깔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 - 서울엔, 정말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 집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경쾌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누군가 나에게 집을 선물해주길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잖은가 ㅎ  

201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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