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비밀 60가지 - 데즈먼드 모리스 박사가 가르쳐 주는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신재원 옮김 / 삶과꿈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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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나, 제목을 보면.. 마치 편집부가 저자인듯.. 아니면 떠도는 인터넷의 블로그를 긁어모은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데즈먼드 모리스는 털없는 원숭이와 인간 동물원을 쓴 동물행동학자.

인간의 행동을 연구해온 그가 말하는 아기의 비밀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아기를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구나. 하는 것들.

원초적 본능밖에 남지 않은, 사람이 아닌 존재 "아기" - 아기의 행동은 인간 진화론의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뭐 그런 생각을 나만 하겠냐마는. 

주변에 갓난 아기가 쑥쑥 자라나는 것을 본 사람이나, 길러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아기의 신비로움과 어이없음에 대한 60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아기는 왜! 왜! 우는 것이냐.

아기는 왜 말을 못하는 것인가.

아기는 왜 사람답지 않은 것인가.

아기는 뭐가 보이긴 하는가? 뭐가 들리긴 하나? 정말 궁금한 수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추측이 아닌 학설로 제시하면서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사랑으로 키우는 아기가 정답이다"라는 것이다. 

아기의 비밀의 주된 내용은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한다이다.

사람의 아기는 뇌가 다 커버려서 나오게 되면 출산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직립보행으로 변형된 인간의 골반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덜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며 그래서 성장기간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지겨울만큼 길다. 아이에게 젖은 몇 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하며, 이유식은 몇 개월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는 규칙들을 일찍 적용하면 아이는 "뭔가 시도해봤자 안되는 게 인생"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된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는 만큼 이유식이나 밥이나 먹을 때가 되면 알아서 먹게 되고 젖을 뗄 때가 되면 알아서 떼게 되고 똥 오줌을 가릴 때가 되면 알아서 가리게 되며 꽁꽁 묶어놓는다고 근육이 퇴화하거나, 보행기를 태운다고 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 노장사상에 입각한 듯. 자연스럽게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것이 데즈먼드 모리스의 바탕 생각이다. 

규칙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초보엄마에게는 정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세요, 밤중수유는 중단하세요. 라고 하는데, 젖을 찾는 아이에게 뭐 그렇게 서두른다고 밤새 울리면서 굶긴단 말인가.. 곧 5개월차에 들어서는 내 새끼는 알아서 3끼 식사때를 조정해가는 듯 하니.. 뭐 아이를 두고 실험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될 것이다..하며 모든 육아서의 지침들을 무시하는, 바로 이런 자연주의적인 사상이 아주 맘에 든다.

 아무튼, 아기의 비밀과 같은 책은 왜! 라는 질문에 답을 얻어 근원을 알아서 해결한다는 점에 있어서 아주 좋은 책이라 하겠다. 출판된 지는 꽤 된 책이지만 매우 좋은 내용이므로, 주변의 예비부모와 아기 엄마들에게 강력추천.

 

200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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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 클리닉 - 산만한장애공감 2080 3
콜레트 소베 지음, 한국아동상담센터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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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해 읽게 된 책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클리닉

최근들어서 알려진 이론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는 줄여서 ADHD라고 한다.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예전엔 우리가 그저 "좀 산만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행동이 사실은 신경계통의 이상이나 선천적인 이유로 인하여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이렇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성향들이 뇌의 문제로 인한 장애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아직 확실한 규명이 어렵고 뇌의 장애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거나 이론의 80%정도만을 믿을 수 있다. 말하자면 환경적 요인인지 물리적 요인인지는 사실 명확히 알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자폐나, 정신지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얼마전 읽은 책에서 밝힌 하이퍼그라피아나 블록 현상등, 우리가 성향으로 규정했던 성격이나 행동들, 그리고 광기등이 모두 신경계통의 원인으로 유전자의 힘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혀내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많은 엄마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엔 아이가 자폐증상, 언어장애등을 보이면 부모가 잘못키워서 어미가 잘 못 키워서 라는 말들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환경적 요인보다 물리적 선천적 장애를 더 강조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최근들어 나타나는 ADHD는 우리가 어릴 때 알고 있던 "쟤는 좀 산만해"와 그 급이 다르다.

ADHD는 몇가지 성향으로 나뉘는데, 주의력 결핍이 주를 이루는 ADD 성향과 과잉/충동 행동이 주를 이루는 성향과 둘 다 병행되는 성향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 말하는 ADHD 아동의 특성를 꼬집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달리는 오토바이인양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에너지가 넘치고

● 새 것은 뭐든지 환영하지만 싫증만큼은 그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고

● 조작이 고장 난 장난감마냥 무조건 멋대로 움직이는 팔, 다리 등의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힘들며

● 중심보다는 주변에 더 관심을 보이며

●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마력적인 집중력을 보이며

● 규칙은 NO, 내 맘대로 O.K

●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자기 얘기에는 종달새처럼 조잘조잘거리며

● 주변의 물건은 늘 위태위태하며...윽, 또 실수,ㅡ 앗, 또 다쳤네 !!!

● 글씨와는 원수지간, 그래서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쓰기

● 계획은 따분하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 엄마 아빠의 말이나 훈계는 종종 이상한 나라의 말처럼 들리고

● 충동적인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며

● 완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아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주어 너무나 안타깝게 느끼는 아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위와 같은 행동들은 예전에는 좀 산만하거나, 지나치게 활동적 적극적이라 그렇거나, 어려서 그렇거나, 버릇이 없어서 그렇거나, 누가 닮아서 칠칠치 못해 그렇다고 오해했던 것들이다. 우리는 모든 것들이 다 나이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교육체계 아래에서는 종종 고쳐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교련시간이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으며, 부모의 강압으로 아이들이 버티는 시대도 지났다. 조기교육과 잘못된 부모들의 오버액션으로 아이들은 더욱 엇나갈 수 있다. 집중력 좋은 아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ADHD의 아이들은 집중력의 결여로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결국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복되는 스스로의 실수에 좌절하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시기에 사춘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세상이 변한 만큼 사람들도 변하고 그래서 아이들이 변한다.

방법은 언제나 극진한 사랑과 애정과 현명한 보살핌이겠지만, 책 한 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또 아이들의 교육이기도 하다. 한국에 소개된 다른 책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ADHD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법등은 이 책 한권에서도 충분히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뒷부분에는 한국의 실례들을 추가하여 설명한 부분과 ADHD 아동을 기르고 있는 부모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사항들 (약물치료등)에 대해서도 잘 설명이 되어 있어, 얄팍한 책이지만 정말 실용적인 부분에서는 큰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세월이 변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상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이상한 것이라고 자꾸 단죄를 하는 것일까..

 

2006.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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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 인류는 어떻게 지식과 문명을 얻게 되었나?
한스 요아힘 그립 지음, 노선정 옮김 / 이른아침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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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이퍼그라피아와 연이어 읽으려고 구입한 책.

책도 이렇게 파도를 타듯 비슷한 주제들을 연관지어서 읽는게 좋다. 여기서 또 어떤 주제를 찾아내서 이어가면 좋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가끔 읽어야 하는 실용서적이란 것도 있고 호흡을 딱 끊고 싶을 때도 있으므로.

아무튼, 이 책은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라는 너무나 흥미로운 제목을 달고 있다.

오오 - 읽기를 탐하며 지식의 허영을 참지 못하는 자에게 얼마나 유혹적인 책인가.

검은 양장에 두툼한 책.

 

이 책은 언어문학과 교수인 한스 요아힘 그립이 "읽기"라는 주제를 매우 넓게 잡고 시작한다.

READING 이라는 것은 단순히 문자로 된 것을 읽어내려가는 작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늘의 별을 보고 기상현상을 예측하고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같은 그림을 보고 그 뜻을 유추해내는, 말하자면 일종의 기호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들부터 시작한다.

마치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여행의 읽기 버전인 것처럼 아주 오랜 옛날 인류가 하늘과 별을 읽기 시작한 것부터, 생존을 위해 몸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의술의 탄생, 그리고 수메르인의 쐐기문자부터 문자의 시대로 돌입한다.

 

이후 알파벳의 시대를 거쳐, 그리스 시대의 문학과 교육을 통해 본 읽기와 지식의 역사를 보고 이어진 로마시대, 그리고 그리스도교와 독서, 중세시대의 수도원 읽기(장미의 이름이 생각나는), 구텐베르크의 활자 인쇄술의 발명까지로 마무리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조금 더 미시사적인 관점을 담았길 바랬는데, 책은 거시사적 관점에 가까운 편이며, 다분히 서양중심적이라 불만스럽기도 했다.

문자라고 하면 당연히 알파벳의 대칭축에 설만한 한자에 대한 이야기도 일체 없으며 이 책의 저자는 메소포타미아 동쪽의 역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과 함께 동양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 같이 소개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직 내 손엔 들어오지 않았고, 그리스- 로마를 넘어가면서 서양중심적인 사관이 자꾸 느껴져서 기분이 잡쳐버렸다.

다 읽고 난 다음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에 대한 자부심에서 딱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물론 구텐베르크의 활자는 마틴 루터와의 연결고리가 잘 이어지면서 근대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봉건사회가 붕괴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서양사의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이 작가의 책은 어쩌면 동양의 ㄷ자 하나 보이지 않는지,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서양사라고 제목을 바꾸는 편이 좋을 듯.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나서 가격을 살펴보고 "헹! 비싸기는 오라지게" 할 수밖에 없었던 책.

자괴감일까?

한국의 출판문화, 가난한 저자들과 출판사들 생각이 나서 씁쓸해진 뒤끝이다.

 

200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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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그라피아 - 위대한 작가들의 창조적 열병
앨리스 플래허티 지음, 박영원 옮김 / 휘슬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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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그것이 꼭 어떤 "저지른다"의 의미이기 보다, 묘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신내림, 예술적 소양, 환청과 신의 계시, 천재적인 창의력, 틱장애, 간질증상등, 이런 것들의 대부분은 뇌 문제에 기원한다고 한다. 잘 알려진 예로 잔-다르크의 신의 계시는 측두엽 간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예술가들 중 정신착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예술이라는 창조적 작업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착란증상을 가진 자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이 그 뿐인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이 책은 산후 우울증으로 저자가 직접 겪었던 하이퍼그라피아라는 증상과 블록 현상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로서 아이를 사산하고 다시 출산을 하면서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 그러면서 그녀가 겪었던 증상은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겨나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증상과 글을 쓰고 싶으나 쓰지 못하는 블록현상(Writer's Block)을 겪는다. 글에 대한 다른 증상중의 하나는 그라포마니아(Graphomania)라고 책을 쓰고 인쇄를 거쳐 미지의 독자를 갖고 싶어하는 욕구를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경험이 발단이 된다. 왜, 사람들은 미친듯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증상을 겪게 되는가와 그와 유사한 정신적 문제는 무엇이며, 창의력과 예술적 계시들은 어디에서 기원하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현상일 수도 있다. 나는 내 스스로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고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이것은 싸이월드나 블로그등을 통해 더 많이 발현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이퍼그라피아를 겪고 있던 사람들이 그라포마니아로 발전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가벼움이랄까. 마치 어떤 사람들은(나를 포함하여)수다를 떨듯이 끊임없이 글을 쓰는 증상을 겪곤 한다.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지 않으면 냉장고를 열고 스트레스를 풀 듯 마구 뭔가를 입에 쳐넣는 듯한 욕구불만을 해소하듯이, 글로써 그런 욕구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전에는 장편의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한 번 펜을 잡으면 3-4장은 기본이고 편지 역시 3-4장은 기본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내가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각종 게시판을 넘나들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절대고 있었으며 홈페이지라는 것을 구축하면서는 이제 거기에다가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배설이라는 표현이 거북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몸속에 가득찬 가스를 내놓는 것처럼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고 그 말을 하고 싶어서 말보다는 글로 쓰고 싶어서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나는 증상이므로 본능에 가까울 정도라 배설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매우 적합하다 하겠다.

 

가끔 나는 싸이없으면 어째 살았어? 인터넷 없으면 어떻게 살꺼야? 하는 조롱을 받기도 할 정도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엄청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일단 그것이 음성을 통한 말이 아니고 문자를 통한 글이라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다고 치면, 나는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간혹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내가 하루에 쓰는 글들을 모두 모아서 한 가지의 주제로 통합을 한다면 몇 권의 소설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소설쓰기와 수다떨기류의 글은 또 다른 것이라 쉽게 통폐합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 책은 혹여 이러한 증상, 혹은 스스로 예술적 광기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증상을 느껴본 사람이거나 그런 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팍팍 와닿는 내용일 수도 있다.

 

저자는 꼭 어떤 증상을 규명한다는 의미이기보다, 과학이 인문/예술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하는가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녀 스스로도 이 책 역시 하이퍼그라피아로 인해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하이퍼그라피아가 측두엽의 문제로 인해 논리성이나 타당성까지 결여시키는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 것인지 책은 매우 조리있고 재미있으며 흥미진진하다.

 

생활비가 없어서 돈이나 좀 벌어볼까 하고 신춘문예에 응모했다는 이외수작가나, 월세 내려고 글 썼다는 도스트예프스키나 어떻게 그렇다고 글이 그렇게 쉽게 써졌을까 하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그들은 쉽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두다 하이퍼그라피아를 겪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 하이퍼그라피아를 생산적으로 변형해 좋은 글을 써내는 것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겠지만.

 

200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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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그림책은 내 친구 12
레이먼드 브릭스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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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중 특히 영어권 동화는 잘 아는 게 없어서 이렇게 페이퍼의 안내를 받으면서 읽고 있는데, 전문성이 뛰어난 김영욱님의 페이퍼대로 하나씩 읽어볼 예정.

사실 그림이 맘에 들어서 사게 된 책인데, 이 책을 이해할 정도일려면 초등학생쯤 되어야 할 듯 하다. 빠르다면 3학년정도 된 아이들도 이해를 하겠지만 어른들이 봐도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그런 좋은 동화책.

 

동화책에는 어른들은 아무리 봐도 뭔지 이해가 가지 않으나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이 있고 교육적 요소를 군데 군데 포진해놓아 숨은 그림 찾기 처럼 되어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른들이 보고 인생을 반성할 만큼 큰 충격을 주는 것들이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두 책은 맨 후자쯤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두 책은 모두 우연히 찾아온 "손님"에 대해서 말한다.

작은 사람은 단 것을 먹지 못하고 베지테리안으로 살아가길 강요당하는 존이라는 소년에게 찾아온 작은 근육질의 사람과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작고 신기해서 존은 작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성향이 다른 두 인간은 자꾸 부딪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의미심장하게도 "생선과 손님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라는 중국속담으로 시작한다. 작은 사람은 존에게 금기시 되어 있는 것들을 자꾸 부탁하고 존은 작은 사람을 돌봐주는 일에 지치기 시작한다. 둘은 급기야 말다툼까지 하게 된다.

 

곰은 소녀의 상상속에 있음직한 커다란 흰 곰이 소녀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의 이야기이다. 작은 사람과 달리 곰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커다란 몸집으로 잘 숨기까지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곰이 나타난 것인지, 소녀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몽환적이다.

 

잠시 다녀간 두 손님에 대한 이야기 - 말 많은 손님과 말 없는 손님. 그리고 그들의 떠나간 뒷모습에 대하여 오래오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색연필의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과 만화의 양식을 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것.

 

※ 좋은 한국 창작동화 아시는 분 소개 부탁드려요.

 

200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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