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만년필로 글씨 쓰기에 맛들여서 올해 <자기만의 방> 필사를 시작했다.
하다가 말다가 오래 끌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해서 뿌듯하다.


방금 희진샘 작품 해설까지 다 썼고,
각주를 추가할까 말까 고민중.


해설 마지막에 샘이 팟캐스트에서 말씀하셨고
내가 전에 궁금했던 백래시 관련 내용이 있어 옮겨본다.

(이미지을 넣은 글에는 밑줄긋기를 넣을 수 없다고 한다, 북플에서)


내가 아는 여성주의는 자기 현장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생산하는 것이다. 울프도 이에 동의한다면, 지금 한국은 여성주의를 포함해 미국 이론의 식민지다. 최근 한국의 여성주의를 설명하는 방식조차 미국의 예전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아니고 신자유주의의 틈새에서 여성의 성 역할과 여성의 개인화(개체화, 개별화)가 혼돈된 시기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주의는 활성화된 적이 없다. 백래시? 이는 단순한 문화 지체이다. 팔루디의 백래시 분석은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정부와 언론이 대대적인 리버럴, 좌파, 페미니즘에 억압을 가한 데서 나온 것이었다. 지금 우리 언론이 그러한가? 문재인 정권이 그랬는가? 교차성? 교직성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교차성은 물리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언어다. 정확히 말하면, 교차성이 아니라 융합(trans-)이어야 한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동력은 방치, 무지, 에고 인플레이다. 문제는 여성주의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해석과 코멘트, 토론을 열망하는 울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자기만의 방』을 여러 번, 더 깊게, 더 맥락적으로 읽어야 한다. 이 작품을 서구의 여성주의 고전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

(194-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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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13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글씨 진짜 너무 좋아 ㅠㅠ 저 글씨 페티쉬 있나요? ㅠㅠ

건수하 2024-12-13 23:34   좋아요 1 | URL
제 글씨에요…? ㄷㄷ.. 😁

dbTlla 2024-12-14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어떤 만년필을 사용하시며, 촉의 굵기는 어느 정도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선택하신 잉크 컬러들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줄에 닿지 않고 글씨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며, 그 속에서 건수하 님의 신중하고 섬세한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4-12-14 07:32   좋아요 0 | URL
dbTlla님 안녕하세요. 댓글로 뵙는 게 처음인 것 같습니다 ^^

만년필은 이것저것 돌려써서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썼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플래티넘의 센츄리 m, 파커51 f, 파이롯트 프레라 f, 오로라 입실론 ef 등을 썼습니다. 잉크는 고민을 좀 했고 글씨를 어떻게 쓸지는 고민을 안했는데 이렇게 제 성품까지 예상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군요… 신기합니다 :)

단발머리 2024-12-14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정말, 진심으로.... 저 노트 갖고 싶네요.
만년필로 이런 노트를, 그것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다면, 저도 매일 만년필로 .... (물론 저는 할 수 없음이요)
올 한 해 내내, 아니 최소한 10년은 자랑할 만한 일이에요. 마음껏 뿌듯해 하시길요! 저는 계속 부러워하기로!!!

건수하 2024-12-14 11:43   좋아요 1 | URL
저도 간직하려고 각주까지 완성할까? 하고 있어요 ^^ 단발머리님도 하실
수 있습니다!!

10년씩이나… 일단 올해 내내 뿌듯해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4-12-16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 참.......냐옹ㅇ냐오옹오냐농오옹

건수하 2024-12-16 13:59   좋아요 0 | URL
냐아옹냐옹 냐오옹? 🙄

공쟝쟝 2024-12-16 19:49   좋아요 3 | URL
프랑스 고양이 좋아하는 소리입니다!

독서괭 2024-12-1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머머 건수하님 글씨 완전 멋져요. 어떻게 저렇게 길게 가지런히 단정하게 쓰세요? 우왕..
저 이번에 산 한강작가님 특별판 세트(?)에도 필사노트 들어있던데 한번 해봐야겠어요.

건수하 2024-12-16 20:35   좋아요 1 | URL
평소에는 저렇게 안 쓰죠. 수양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 <자기만의 방> 짧아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괭님도 해보시고 올려주세요 ^^

공쟝쟝 2024-12-16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 (입이 떡.) 우와.......................
우와....................
으아.............
우어.......
수하님 저는 팔목이 아파요......... ㅜㅅㅜ
(글씨 잘쓰고 싶은 사람)

건수하 2024-12-16 20:38   좋아요 1 | URL
올린지 한참 지나서 다들 관심없구나 했는데 오늘 다시 반응이 ^^

팔목은 직업병? ㅜㅜ 팔목으로 쓰는 건 아니겠지만 팔을 많이 쓰면 아껴야 할 것 같아요. 글씨도 많이 쓰면 어딘가 아파요.. 오래 쓰려면 필압을 빼야한다고 하네요.

달자 2024-12-17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앞으로 서재 글은 타이핑 말고 손글씨로 쓰고 찍어 올리는 걸로 대체해 주시길 바랍니다 땅땅👩🏻‍⚖️

잠자냥 2024-12-17 06:55   좋아요 3 | URL
그 후 건수하 서재는 업데이트가 멈췄다….한다.

건수하 2024-12-17 09:20   좋아요 1 | URL
달자님 제 글 보기 싫으셨구나 ㅋㅋㅋ
당분간 업데이트가 잘 없을 예정이긴 합니다.

잠자냥님은 역시 절 파악하셨어...

달자 2024-12-17 16: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 ㅠㅠ 그럼 예쁜 손글씨는 가끔 보여주시더라도 서재 글 더 많이 써주세요 잉잉

희선 2024-12-17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 멋지네요 만년필로 쓰시다니, 그것도 멋집니다 끝까지 쓰셔서 뿌듯하시겠습니다


희선

건수하 2024-12-17 09:21   좋아요 1 | URL
만년필이 손에 힘을 많이 안 줘도 되어서 볼펜보다 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물론 재미도 있습니다 ^^
<자기만의 방>은 짧은 편인데도 오래 걸려서요.. 성경 필사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나 놀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