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총총하늘은 나의 새로운 이름이다.
starry sky = 수많은 별들이 깔려 있는 까아만 하늘 = 하늘에는 별이 총총 = 별총총하늘
캬아, 나의 시인이신 바람구두님이 나를 이렇게 불러주신 이후 시간만 나면 혼자서 중얼거린다. '별총총하늘' '별총총하늘'
나는 왜 이렇게 멋진 언어 감각이 없을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어디선가 줏어들은 영어단어들 꿰어맞출 생각만 했지, 아름다운 우리말 고운 순우리말 가운데서 걸맞는 표현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덕분에 많이 부끄럽지만 또 그만큼 기쁘다. 어설프게 지어진 내 이름을 기억해서 다시 더 좋은 이름으로 바꿔 불러주신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사실 알라딘 서재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내 이름은 milkyway였다. 당시 멋모르는 햇병아리였던 나는 알라딘의 거목 밀키님의 존재를 미처 모르고 다른 데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거다. 근데 (다행히도) 하루만에 밀키님께서 이 철없는 하룻강아지를 발견하시어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다. ^^ 그때 소문자 milkyway를 압도하는 대문자 MILKYWAY님을 뵙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얼른 내 서재로 달려가서 급하게 머리 쥐어짜 만든 이름이 지금 쓰는 영어 이름이다. 별은 무지 좋아하니까 별과 관련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아는 단어는 별로 없고, 웬만한 건 다 쓰이고 있고(밀키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검색이라는 걸 해봤다) 그래서 결국 두 단어짜리 이름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나조차도 스타리로 발음해야 할지 스태리로 발음해야 할지 헷갈렸으나 어찌저찌 정착을 했다. 그리고 사실 저 이름, 나름대로 압운과 각운도 맞춘 거다. s로 시작하고 y로 끝나는 데다가, 세 음절이니까.. 훗훗.
각설하고, 어쨌든 스타리란 이름도 많은 님들께서 불러주고 계시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영어라는 사실만 빼면 나쁘지 않으니까 두 이름을 같이 쓰고 싶다. 이름을 완전히 별총총하늘로 바꿔버리면 스따리, 스똬아리 같은 부름은 들을 수 없게 되는데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섭섭하니까. ^^
오늘 밤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워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다시 별총총하늘이라는 내 알라딘 이름이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하늘은 별총총하늘이 아니라 구름구름하늘이다.
하지만 그 구름들이 얼마나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는지, 오늘만은 별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것이 전혀 슬프지 않다. 약간은 뿌옇게 보이던 평소의 밤하늘과 달리 유난히 짙은 밤하늘에 도드라지게 하얀 구름들이 많이 흩어져서 낮보다 훨씬 아름다운 밤을 만들고 있다.
지금 사는 집은 야경이 꽤 좋은 편. 집이 고층이라 앞으로 막힌 게 없어서 강과 강 너머까지 훤히 보인다.
물론 이 시간에 보이는 건 대부분 불빛들이지만 어차피 도시의 야경이란 불빛들로 이루어지는 거니까..
너무나 까만 하늘, 하얀 구름과 색색의 불빛들이 어우러져서 기억하고픈 그림을 만들어준다.
게다가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니 으음... (아, 너무 좋다~)
지금 이 상태로 잠들면 굉장히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오늘도 날 밝기 전에 잠들 수는 없는 몸이니, 아침빛이 저 하늘색을 흐리기 전에 하늘이나 더 많이 봐둬야겠다.
오늘은 구름구름하늘을 실컷 보고, 내일은 다시 별총총하늘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