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사회과학서적을 읽은 적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5·18 관련 지식은 수박 겉핥기에 그쳤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이에서 덜 된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에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기 시작한 덕분에 작년에 당시 기자였던 독일인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만든 프로그램을 보긴 했었다. 그 외에도 5·18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경로는 꽤 많아졌지만...
오늘이 5월 18일이라는 걸 알고, 어제 신문의 TV 프로그램을 눈여겨 봤다.
그리고, 어제 그 첫번째로 광주항쟁 25주년 특집타큐멘터리 '80년 5월, 두개의 내란'을 봤다. 그 모든 어이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김대중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간과하더라도, 그건 끔찍한 사건이었다.
1
당시, 공수부대원이었고, 현재 목사님이신 분은 이렇게 말했다. 부대원들 사이에 이런 말이 떠돌았단다. 북에서 간첩이 내려와서 양민들을 선동하고 있고,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에 갈 것이라는. 하지만, 새벽 2시에 부대원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광주였다.
목사님은 진압대원으로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분이었던 것 같다. 광주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압대원의 폭력에 피를 흘리고 있는 어떤 사람을 광주시민들한테 넘겨주고 왔더니, 상관이 이런 말을 하더란다. "야! 너 아군이야, 적군이야?"
아군, 적군...
2
당시, 20살이었고, 시민부대(정확한 명칭은 기억 안 남)원이었던 한 아저씨는 전남도청에서 시민부대의 완패로 끝난 진압대원들의 마지막 작전 후 진압대원의 명령을 회상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진압대원들의 총에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을 도청 마당에 쌓아놓아 거기서 피 등등이 쫄쫄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데, 거기 대고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고... 안 하면 죽을까봐 했다고...
최규하는 예전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었다. 집은 우리집보다 몇 배 컸고, 항상 집앞을 지키는 사람이 서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렇게 허술한 대통령직을 수행했어도, 그에 대한 예우는 지켜주니까... 최규하는 완전 바보다. 전두환의 손에 그렇게 놀아났으니... 전두환이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을까?
어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손이 떨리고,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돼 방송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3
임을 위한 행진곡. 난 한때 독서토론 동아리의 날나리 회원이었는데 선배가 복사해서 나눠준 민중가요 중의 하나였다. 무엇을 위한 노래인지도 모르고 부르던 노래들 중 하나. 잘 가던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은 일반 서점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였고, 소위 노래패가 부르는 민중가요 테이프도 팔던 곳이었다.
그 노래를 오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불렀단다. 이 노래는 이제 더이상 새내기 대학생들이 자취방에서 안 좋은 음질의 테이프 사다가 들어야 할 곡이 아닌 노래가 된 것 같다. 이 노래는 언제나 부를 때마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전열을 가다듬게 되는데.. 오늘 이 노래를 큰 소리로 불러도 그다지 생뚱맞아 보이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