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moke'가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폴 오스터가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 폴 오스터의 여러 책들이 알라디너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인기가 많다.

하지만, 영화 'Smoke'는 좋아해서 비디오 테이프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책을 펴고 읽는데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폴 오스터의 필력과 웨인 왕의 연출력이 합쳐져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이체질인가 보다. 그래서 결국 헌책방에 내다 팔았고, 그 이후로 폴 오스터의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한 때 전람회, 카니발, 김동률 독집 등 김동률의 열혈 팬이었다. '열혈'이라고 해봤자, 꼬박꼬박 앨범 사서 듣고 사람들한테 자꾸 얘기하는 게 전부였지만.. 어쨌든 난 김동률의 목소리를 좋아했었다. 나이에 비해 꽤 진지해 보이는 표정도 좋았고...

하지만, 내 덕에 함께 전람회를 좋아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김동률과도 이별을 고했다. 더이상은 김동률의 굵고, 진지한 목소리를 듣는 게 고행이다.

 

 

 

 

미션. 이 영화는 아마도 내가 중학생일 때 개봉했을 거다. 음악도 끝내준다. 언니가 사온 LP를 밤에 들으며 무서움에 떨었던 적도 있고, 장엄한 음악에 감명을 받은 적도 있다. 지금도 들으면 음악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난 이 영화를 단 한번도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제일 처음 본 건 중학교 때 우리 동네의 삼류극장에서 단체관람한 기억이다. 좌석수는 적고, 학생은 많아서 나는 자리를 못 잡고 친구들과 뒤에 서서 보는 척 하다가 땡땡이를 쳤다.

두번째는, 그래도 명작이라는데... 다시 보자. 싶어서 호암아트홀에서 어느 해 겨울에 하던 '특별상영전'에서였다. 3000원인가에 볼 수 있었는데, 중간에 잠이 들었고 자다 깨니 폭포가 나오는 장면-매우 시끄러운-이었다.

세번째는, 두번째도 실패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이번엔 비디오 테이프로 봤다. 하지만, 마지막 세번째도 역시 잠이 들었고, 깨보니 폭포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나와 연이 끝내 닿지 않으려나 보다. 세번이나 시도를 했는데도 내게 외면당했다니...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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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5-2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모크, 전람회, 미션... 지금은 멀어졌지만 저도 한때 무지 좋아했던 것들이죠.. 미션은 울면서 보기도 했었고.. 전람회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몸부림칠 때 열심히 들었었죠.. 지금은 모두 너무나 멀어진.... ^^

하루(春) 2005-05-2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도 스모크는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김동률도 여전히 좋아해야 옳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안 듣고 있는 거죠. 전람회 앨범들 보내드릴까요?

하이드 2005-05-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그런 영화들이 있지요.

날개 2005-05-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그런 영화가 있어요. 여러번을 보면서도 앞부분만 빼먹게 되거나, 혹은 결말만 못보게 되거나..ㅎㅎ

하루(春) 2005-05-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이나 날개님 모두 공감하시는 군요. '미션'은 4번째 시도를 하고 싶은데... 여전히 흥미를 못 느낄까봐 약간 두렵기도 해요.

moonnight 2005-05-2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 음..미션은 세번짼가 잠들지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어요. 가끔 그런 작품들이 있지요.

하루(春) 2005-05-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댓글을 다네요. 뭐하느라.. ;; 아니, 미션이 제게만 지루한 영화가 아니었군요. 반가워요. ^^*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한 소녀가 있다.

70년대가 시작되기 전 세상에 태어난 소녀는 성장이 느렸다.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지적 성장도 더뎌 엄마는 고민이 많다. 특수학교에 갔어야 옳지만, 그때만 해도 변변한 장애인 시설이 없어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고, 엄마의 헛된 바람으로 중학교까지 다녔다.

중학생이 되던 해, 교복을 몇 달 입지 못한 채 교복자율화가 되자, 소녀의 엄마는 물방울무늬의 원피스를 사 입혔다. 색깔은 초록색이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옷걸이에는 예쁜 옷들이 즐비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소녀의 같은 반 학생 2명이 함께  집에 들어선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의 옷을 보고 기겁할 지경이지만 마음을 다잡고, 함께 집에 와 준 학생들에게 시원한 과일 등을 푸짐하게 대접한다. 당사자인 소녀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불편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표정이 굳어있을 뿐이다.

소녀의 동생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직 어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소녀와 함께 온 학생 2명이 착한 마음씨의 학생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녀의 담임 선생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녀의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줄 수 없었을까?

책을 읽으려고 폈는데, 오타투성이다. 파란색 볼펜을 들고 오타를 고쳤는데, 다음줄, 그 다음 줄에도 오타가 있다. 책을 잘못 만들어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몇 페이지를 더 읽었다. 그제서야 오타를 고치던 파란색 볼펜을 내려놓았다.

장장 2주에 걸쳐 읽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읽는 책은 대개 중간에 포기하기 마련인데, 완독하면서 이렇게 오래 걸리기는 처음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책 내용이 좀처럼 궁금하지 않았다.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만 남은 뒷장을 넘기는 것을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엔 꿈까지 꿨는데, 쥐 몇 마리가 국 속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이었다.

지능이 180까지 좋아지는 걸 보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장애인도, 정신지체아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간이고, 과거가 있고, 가족이 있다. 빵가게에서 일하던 찰리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놀림거리가 된 소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봐라.

* 별점을 정확히는 4.5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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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있는 책입니다.
담번 주문할 때에 읽을거에요. 마지막 구절이 사뭇 겁납니다...이 책을 읽어봐라^^

하루(春) 2005-05-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드무비 2005-05-2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클리오 2005-05-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쓰실 수도 있군요... 마음에 출렁이는 이런저런 감정을 조용히 안고 갑니다..

moonnight 2005-05-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헛된 바람으로 중학교까지 다녔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조용히 추천만 누를께요. ㅠㅠ

하루(春) 2005-05-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어쩌자고 웃기만 하세요. ^^
클리오님, 리뷰란 게 다른 분들 거 읽어보면 다 제각각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 맘대로 썼어요.
moonnight님, 이 책을 저보다 먼저 읽으신 분이기 때문에 님 서재에 따로 남겼어요.

2005-05-21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가 드디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는 다짐을 하신 건, 아마 재작년부터였을 거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기 시작하면, 그런 게 무슨 소용이냐고 도리어 마구 변화하는 세상에 반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나와 동생은 항상 "타이핑과 마우스 조작법만 배우면 만고 땡"이라고 말해왔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이 달초부터 시에서 지원해주는 즉, 교재, 수강료가 모두 공짜인 '컴맹 탈출반'에 다니고 계시다. 강사가 나이가 많고, 수강생들도 대부분 예순이 넘은 분들이라는데... 엄마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 강사 정말 교수법이 꽝이다.

보고 쳐도 되니까 빨리 치라고 하질 않나, 잘 안 된다고 부르면 방법은 안 가르쳐주고 그냥 아무 말없이 해주고 가버린단다. 그래서, 엄마는 첫 날부터 내게 와서 가르쳐달라고...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그렇게 부탁을 하셨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엄마는 거의 매일 1시간씩 타자연습을 하고, 마우스로 클릭하고 드래깅하는 여러가지를 배우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키보드를 쳐다보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 덕택에 타이핑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데, 키보드의 수많은 키를 활용하는 것을 어려워하신다.

한 칸 띌 때는 스페이스바, 줄 바꿀 때는 엔터, 앞에 있는 글자를 지울 때는 백스페이스, 뒤에 있는 글자를 지울 때는 딜리트, 문장 맨 앞으로 갈 때는 홈 등등.. 영어로 된 키 사용법을 정말 수십번 얘기해도 그다지 교육효과가 없다. 애초부터 영어가 친숙하지 않은 데다 그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익히긴 참 버거운 일인 것 같다.

어제 유비쿼터스('도처에 널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개념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손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 - 정통부의 유비쿼터스 드림관에서 복사해 옴)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관련 대학원생이 이런 말을 했다. 자기 할아버지가 88세에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마우스 조작을 힘들어하신다고... 그래서, 굳이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나도 컴퓨터 처음 갖고 놀던 때가 생각난다. 마우스 조작. 마우스 하나면 인터넷이고 뭐고 다 사용할 수 있다지만, 노트북을 쓸 때는 손가락으로 사용하는 터치 패드도 익숙해지려면 이틀쯤 걸리는데... 어른이 배우긴 참 힘든 일이구나.. 생각했다.

5년에서 길게는 10년쯤 지나면 우리는 마우스가 필요없는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분명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역효과와 부작용이 따르겠지만, 컴퓨터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마이너리티를 위해서 유비쿼터스 세상이 도래했으면 하고 한편으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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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마, 아버지는 배우시다 포기하셨어요 ㅠ.ㅠ

하루(春) 2005-05-1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늦었어요. 가르쳐 드리세요. 한분이라도 배우시면 좋을 텐데...

인터라겐 2005-05-1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보세요...너무 멋지시잖아요... 저희 엄마는 컴터 싫데요... 세련된 할머니이길 포기하시는거죠...

물만두 2005-05-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스돕으로 만족하십니다^^;;;

하루(春) 2005-05-1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아야 편하실 텐데... 저희 엄마는 궁극적으로는 은행일 등등..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기 힘든 일들을 하기 위해서 배우시는 거랍니다. 인터라겐님도 부모님 설득해 보세요.

마태우스 2005-05-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학원 다니는 거 반대예요. 저희 어머니 두달 다니셨는데 하나도 소용 없어요. 그냥 열심히 앉아서 하는 게 중요하지, 엑셀이랑 표만들기 같은 거 배워서 어따 써먹겠어요.... 제 생각이기도 하지만 엄마도 후회하고 있는 중. 하루님이 코치해 주시면 금방 배운답니다.

하루(春) 2005-05-1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어차피 다니기로 한 거니까 동사무소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배우고, 제가 세부사항을 가르쳐 드리겠다구요. 아직은 한 15줄 정도 되는 시 한편 치시는데 50분 가량 걸리는데, 하다 보면 나아지시겠죠.

난티나무 2005-05-1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아버님도 동사무소에서 배우셨는데 지금 도사이신 걸요...^^;;
아마도 가르치시는 분에 따라 다른 듯하군요.
시아버님께서는 동사무소 강의를 들으시고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주머니들까지도 가르쳐 주셨답니다. 헐... 하시는 말씀..."아줌마들 왜 그래 둔하노." 또 헐...
요즘은 이러십니다.
"*아, 요새 **바이러스가 돈다든데, 느그는 어째 퇴치 프로그램 있나. 나는 어제 다 해결했다." ㅎㅎㅎ

moonnight 2005-05-1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참 착한 따님이세요. 엄마 생각 나네요. 아까 전화해보니까 타자연습중이시던데 ^^;

하루(春) 2005-05-1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시아버님이 아주 빠르시네요. 저희 부모님은 모두 기계치예요. 저는 뭐 사면 매뉴얼부터 꼼꼼히 읽어보고, 신기한 건 다 해보는데 뭘 누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시죠. 배워도 금방 까먹고... 진짜, 가르치시는 분이 좀 더 자상했으면 좋겠어요.

moonnight님, 저 놀랐어요. 절대 안 착하거든요. ^^;; 수업료 주신다고 해서.. 공돈 바라고 하는 거예요. ㅎㅎ~

2005-05-19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2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땡큐~!
 

5·18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사회과학서적을 읽은 적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5·18 관련 지식은 수박 겉핥기에 그쳤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이에서 덜 된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에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기 시작한 덕분에 작년에 당시 기자였던 독일인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만든 프로그램을 보긴 했었다. 그 외에도 5·18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경로는 꽤 많아졌지만...

오늘이 5월 18일이라는 걸 알고, 어제 신문의 TV 프로그램을 눈여겨 봤다.

그리고, 어제 그 첫번째로 광주항쟁 25주년 특집타큐멘터리 '80년 5월, 두개의 내란'을 봤다. 그 모든 어이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김대중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간과하더라도, 그건 끔찍한 사건이었다.

1

당시, 공수부대원이었고, 현재 목사님이신 분은 이렇게 말했다. 부대원들 사이에 이런 말이 떠돌았단다. 북에서 간첩이 내려와서 양민들을 선동하고 있고,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에 갈 것이라는. 하지만, 새벽 2시에 부대원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광주였다.

목사님은 진압대원으로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분이었던 것 같다. 광주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압대원의 폭력에 피를 흘리고 있는 어떤 사람을 광주시민들한테 넘겨주고 왔더니, 상관이 이런 말을 하더란다. "야! 너 아군이야, 적군이야?"

아군, 적군...

2

당시, 20살이었고, 시민부대(정확한 명칭은 기억 안 남)원이었던 한 아저씨는 전남도청에서 시민부대의 완패로 끝난 진압대원들의 마지막 작전 후 진압대원의 명령을 회상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진압대원들의 총에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을 도청 마당에 쌓아놓아 거기서 피 등등이 쫄쫄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데, 거기 대고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고... 안 하면 죽을까봐 했다고...

최규하는 예전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었다. 집은 우리집보다 몇 배 컸고, 항상 집앞을 지키는 사람이 서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렇게 허술한 대통령직을 수행했어도, 그에 대한 예우는 지켜주니까... 최규하는 완전 바보다. 전두환의 손에 그렇게 놀아났으니... 전두환이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을까?

어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손이 떨리고,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돼 방송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3

임을 위한 행진곡. 난 한때 독서토론 동아리의 날나리 회원이었는데 선배가 복사해서 나눠준 민중가요 중의 하나였다. 무엇을 위한 노래인지도 모르고 부르던 노래들 중 하나. 잘 가던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은 일반 서점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였고, 소위 노래패가 부르는 민중가요 테이프도 팔던 곳이었다.

그 노래를 오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불렀단다. 이 노래는 이제 더이상 새내기 대학생들이 자취방에서 안 좋은 음질의 테이프 사다가 들어야 할 곡이 아닌  노래가 된 것 같다. 이 노래는 언제나 부를 때마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전열을 가다듬게 되는데.. 오늘 이 노래를 큰 소리로 불러도 그다지 생뚱맞아 보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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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윤x옥님이라는 분 말씀하시다가 말을 잇지 못할 때 울컥하더군요.
슬픔과 분노와 체념의 기운이 서린 눈빛.
최규하와 전두환...말하려니 내 입이 아깝네요.

클리오 2005-05-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었군요..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노래를 불렀을까요.. 그의 '동지'는 누구일까요..

물만두 2005-05-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말 안할라요. 그저 나도 죄인일 뿐...

하루(春) 2005-05-1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전 이름은 하나도 생각 안 나요. 그저 그 분위기와 표정을 기억하고 있어요.
클리오님, 아무래도, 그건 노 대통령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와봐야 알 수 있을 듯... ^^;
물만두님, 어째서 님이 죄인이신가요?

물만두 2005-05-1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시대를 살고 아무 일도 못했으니까요...

하루(春) 2005-05-1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시대 살았는데요? 당시 제 나이와 물만두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차이 없습니다. 어린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었겠어요.

하루(春) 2005-05-1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문득 이 말이 생각난다. 진압대원들에게 떨어진 명령이.. "과감히 타격하라. 끝까지 추격하라" 파리새끼 잡는 것도 아니고, 쥐새끼 때려잡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만행을 저지른 군부독재... 그렇다고 지금 세상이 천국은 아니지만.

물만두 2005-05-1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어릴때는 통했는데 이리 커서도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하루(春) 2005-05-1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울하세요?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잖아요. 날개님이 보내주신 책도 받으셨는데... 책 읽으시면서 마음 푸세요.

물만두 2005-05-18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은 아니고 그냥 오늘 같은 날은 그렇죠...

하루(春) 2005-05-1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약한 존재라는 것이 슬프신가 보군요. 대신, 님은 알라딘 서재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주고 계시잖아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고 계신 거라 생각해요.
 

초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허벅지에 국물을 쏟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와 당황하게 만든다.

옷이 붙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면서 동시에 부랴부랴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대고 열을 식혔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간단한 화상보다 약간 심한, 그러니까 2도쯤 되는 화상이었다.

응급처치를 받는다고 소독을 하고 거즈를 붙이고, 펑퍼짐한 치마를 입고 2일 정도를 보냈는데, 그냥 그걸로 때우기엔 좀 불안해서 병원에 갔다.

우선, 우리 동네 어딘가에 있는 성형외과의원. 매우 조용한 그 의원은 화상치료 안 한다고 매정하게 나를 돌려보냈다.

두번째로,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료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갔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거기서도 나는 치료를 못 받았다. 화가 나서 주차장을 나오는데, 주차요금을 받으려한다. 아니, 이게 무슨 되먹지 못한 경우람??? 치료도 못 받고 나오는데, 주차요금을 받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주차요금을 낼 수 없다고 하고 그냥 와버렸다.

갈 곳은 1군데 밖에 안 남았다. 일산백병원. 애초에 거길 갔어야 했다. 같은 대학병원이지만, 여긴 한산하다. 그 당시엔 주차요금 같은 것도 안 받았다.

펑퍼짐한 치마를 걷어올리고 상처를 보여주면서 응급처치를 하긴 했는데 그래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더니, 잘 왔다고 하면서..

내 다리 밑에 파란색의 큰 휴지통을 받치더니, 소독약을 들이붓는다. 반통 이상을 쓰는 것 같다. 그걸 바라보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화상을 입은 환자는.. 보험혜택을 받는 사람은, 의원에서 치료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정말 그 때 많이 놀랐다.

날이 더워 상처가 덧날까봐 조심스러운데 그렇게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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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5-1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병원도 참 웃기네요.. 화상 입고 심각한 상황에서 치료도 안하고 돌려보내다니.. 저도 어릴적에 화상을입었는데여 아주 어릴때라 기억은 안나는데 크게 데어서 아직도 자국이 있어요 무릎을 연탄때는구멍에다가 빠졌다고 해요.
그래서 오른쪽 무릎에 화상입었던 자국이 있쬬 .. 진짜 조심해야지
덧나면 안되자나여. 약도 드시고 소독도 잘하셔요.

클리오 2005-05-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아찔하군요.. 왠만하면 막 끓는 국물이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닐텐데, 심하게 화상을 입으셨군요. 더군다나 환자를 두고 의료를 거부하고 주차비를 받다니요... --;

하루(春) 2005-05-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제가 그 때 느낀 건 화상을 입었을 때는 대학병원 같은 데로 가야 한다는 거였죠. 대학병원인 경우에도 가기 전에 전화를 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면 더 좋구요. 그 의원은 아무리 심한 화상환자가 찾아가도 아마 치료 안 해줬을 겁니다. 치료장비를 안 갖췄기 때문이죠.

클리오님, 그 때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 막 끓고 난 후였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신촌 세브란스 같은 경우는 번화가에 있으니 당연히 주차요금을 받아야 겠지만( 진료받은 사람에 한해선 일정시간 무료), 상황에 따라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요금징수원이 무조건 받으려 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 지난 일이라 이렇게 웃고 있어요. ㅎㅎ~

chika 2005-05-1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갈수록 의사가 기술자인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기술자보다도 못해요. 기술자들은 자신들의 기계를 애지중지하는데, 의사들은 환자를 돈으로만 보쟎아요!

날개 2005-05-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팔에 화상자국 있습니다.. 어렸을 때 (4살때쯤?) 님처럼 국을 엎어서 그랬지요..^^ 울 엄마 나 들쳐업고 막 뛰었었는데.... 마취해서 수술도 하구요.. 어린 마음에도 그게 다 기억이 나네요..
님은 자국 안 남으셨어요?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마태우스 2005-05-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글구 치료 안해주신 의사분들이 얼마나 미웠는지 상상이 가요....

하루(春) 2005-05-16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ika님, 모든 의사가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아량을... ^^;

날개님, 옛날에는 모든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에 화상 흉터를 그대로 간직한 채 사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전 4년쯤 전의 일이기 때문에 자국은 없습니다. 제가 그 의사한테 흉터 남지 않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얘기했거든요.

마태우스님, ㅎㅎ~ 맞아요. 그 때 되게 미웠죠.

nugool 2005-05-1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상은 다리미로 살짝 데인 곳도 상처가 남더라구요. 잘 아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이 페이퍼를 읽기 전에는 몰랐어요. 화상환자를 의원에서 치료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요..@@

하루(春) 2005-05-1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입은 건 열기만 잘 빼내고 연고만 잘 바르면 되지만, 상처부위가 좀 크다거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게 좋아요. 저도 몰랐는데, 아마 지금도 그렇겠죠? 어디나 개인의원에선 화상치료를 안 해준다는 걸.. 이제 아셨으니 다음에 혹시라도 그런 일 생기면 상처부위의 열을 빼내고, 큰 병원 성형외과로 가세요.(마치, 제가 무슨 과 가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 같군요. ㅎㅎ)

인터라겐 2005-05-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하루님 글을 읽으니 화상에 얽힌 안좋은 추억이.... 전 배 그리고 다리 전체..아직 흔적이 남아있어요...초등학교때 한번은 곰탕에 한번은 홍차물에 데였는데 ... 좋다는데 쫒아다니다가 덧나서 상처가 크게 남았다지요... 그거 볼때마다 엄마가 미안해 하세요..엄마 잘못도 아닌데 말이죠..(아 엄마 잘못이 맞긴해요...딸 다리에 상처안남기려구 이사람 저사람 말들은거요...) 지금은 그것으로 제 어린시절 액땜했다는 생각만하죠... 세상에 나쁜의사도 많아요...

인터라겐 2005-05-1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어디로 가고싶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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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원한 바다가 보고 싶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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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뵙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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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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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님...이 거 궁금해 하신것 같아서요...

 


인터라겐 2005-05-1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렇게 써놓으니 너무 정신없네요..

<MARQUEE DIRECTION=LEFT><font color=cc00ff>............여행을 떠나요 ♡ ♡<br>..........♡<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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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소스이구요.... 초록색은 방향을 지정해 주시는거예요...왼쪽 오른쪽 위 아래...

그리고 빨간색은 기차색을 바꾸는것으로 원하는 색의 코드나 red, blue등 색상의 이름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하루(春) 2005-05-1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기한 걸요? 고맙습니다♡ ♡
..........이 밤에♡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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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의 말씀입니다♡ ♡
..........야~! 멋있다♡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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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상에! 더 많이 안 다친 것이 다행이어요.
혼자서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정말 욕보셨어요.

하루(春) 2005-05-1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땐 정말 화가 많이 났었죠. 혼자 욕하면서.. ㅎㅎ~ 그래도 지금은 웃을 수 있으니.. 이것도 더 후에 생각하면서 재미있어하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