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드디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는 다짐을 하신 건, 아마 재작년부터였을 거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기 시작하면, 그런 게 무슨 소용이냐고 도리어 마구 변화하는 세상에 반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나와 동생은 항상 "타이핑과 마우스 조작법만 배우면 만고 땡"이라고 말해왔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이 달초부터 시에서 지원해주는 즉, 교재, 수강료가 모두 공짜인 '컴맹 탈출반'에 다니고 계시다. 강사가 나이가 많고, 수강생들도 대부분 예순이 넘은 분들이라는데... 엄마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 강사 정말 교수법이 꽝이다.
보고 쳐도 되니까 빨리 치라고 하질 않나, 잘 안 된다고 부르면 방법은 안 가르쳐주고 그냥 아무 말없이 해주고 가버린단다. 그래서, 엄마는 첫 날부터 내게 와서 가르쳐달라고...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그렇게 부탁을 하셨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엄마는 거의 매일 1시간씩 타자연습을 하고, 마우스로 클릭하고 드래깅하는 여러가지를 배우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키보드를 쳐다보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 덕택에 타이핑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데, 키보드의 수많은 키를 활용하는 것을 어려워하신다.
한 칸 띌 때는 스페이스바, 줄 바꿀 때는 엔터, 앞에 있는 글자를 지울 때는 백스페이스, 뒤에 있는 글자를 지울 때는 딜리트, 문장 맨 앞으로 갈 때는 홈 등등.. 영어로 된 키 사용법을 정말 수십번 얘기해도 그다지 교육효과가 없다. 애초부터 영어가 친숙하지 않은 데다 그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익히긴 참 버거운 일인 것 같다.
어제 유비쿼터스('도처에 널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개념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손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 - 정통부의 유비쿼터스 드림관에서 복사해 옴)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관련 대학원생이 이런 말을 했다. 자기 할아버지가 88세에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마우스 조작을 힘들어하신다고... 그래서, 굳이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나도 컴퓨터 처음 갖고 놀던 때가 생각난다. 마우스 조작. 마우스 하나면 인터넷이고 뭐고 다 사용할 수 있다지만, 노트북을 쓸 때는 손가락으로 사용하는 터치 패드도 익숙해지려면 이틀쯤 걸리는데... 어른이 배우긴 참 힘든 일이구나.. 생각했다.
5년에서 길게는 10년쯤 지나면 우리는 마우스가 필요없는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분명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역효과와 부작용이 따르겠지만, 컴퓨터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마이너리티를 위해서 유비쿼터스 세상이 도래했으면 하고 한편으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