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할 영화 2편을 봤다. 이 2편에 대해선 지켜야 할 일이 또 있다. 절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볼 것.
빌려온 건 화요일 저녁이었지만, 정말 보기 힘들었다. 도대체 집중을 할 수 없었다.
1.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 1996년 작

2년쯤 전 비디오를 빌려다 봤었다. 끝을 못 보고 보다가 질려서 그냥 반납했었다. 친구한테 그 얘길 했더니, "그거? 나 봤는데... OOO가 마지막에..........." 하는 거다. 하지만, 빌려볼 맘은 그 후에도 안 생겼다. 역시, 처음에 재미없는 건 몇 번을 빌려도 흥이 안 난다. 재미없어서 이번에도 그냥 반납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이번에 빌려보면서 가장 큰 수확은 베니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그래, 프레드 펜스터(Fred Fenster)역이 베니치오 델 토로였다. 이 배우를 처음 안 건 2000년인가 본 'Traffic'이 처음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팍 늙었구나.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는 '세븐'에서 정말 기가막힌 역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에선 꽤 역이 크군.
마이클 맥매너스(Michael McManus)역의 스티븐 볼드윈(Stephen Baldwin)도 멋있었다.
2.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 역시 1996년 작

프리퀀시(Frequency)를 감독한 그레고리 호블릿(Gregory Hoblit)의 작품이다. '동감'과 같은 주제지만, '동감'이 훨씬 좋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데...
로라 리니와 에드워드 노튼.. '키핑 더 페이스'를 감독, 주연하기도 했던 에드워드 노튼에 관심이 많이 간다. 다음엔 그 사람의 출연영화를 빌려다 봐야 겠다.
1996년에 영화를 참 못 봤던 기억이 이제서야 난다. 그 해에 꽤 우울했는데... 그 해를 잠시 떠올려보니..
아~ 봄에 군에서 제대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한 때 투캅스 때문에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던 적이 있다. 그 영화 안 본 사람은 간첩취급하고... 그래서 사람들 웃겨서 뒤집어졌다던 '투캅스'를 언젠가 방바닥에 누워서 보는데 정말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안 웃겼다. 정말로...
아무튼, 봄에 군에서 제대한 남친과 종로에서 만났는데, 짜장면을 먹고 '투캅스 2'를 보러 갔다. 극장은 한산하고, 꽤 재미있었을 수도 있는 그 영화를 둘이 어색하게 앉아서 보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안 웃었다. 둘 다...
그렇게 뭐 씹은 표정으로 코미디 영화를 보고 나와 바로 헤어졌다. "우리 헤어져." 같은 상투적인 말이 오간 것도 아니다. 그냥 서로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렇게 생각했고, 정말 그 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비가 내렸고, 횡단보도쪽으로 걸어가는데, 땅바닥엔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었다. 그 껍질 바로 옆으로 지나오면서 속으로 생각했었다. 만화에서는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영락없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던데 나는 그런 불행한 기억을 갖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고...
별 생각이 다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