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가 내게 스킨을 선물해주는 바람에 싸이에 접속해서 머물다가 매해 여름만 되면 생각날 그녀가 생각났다. 언니의 선물이 아니었어도 언제나 깊게 자리하고 있지만...

작년 7월 정은임 아나운서가 사고를 당했고, 8월 4일 세상을 떠났다. 사고를 당한 후 사망하기까지 열흘 정도의 기간이 내겐 공포였다. 마음을 잡지 못했고, 근친의 일처럼 안절부절, 노심초사였다.

내 인생의 중요한 또 한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정말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는데...

사고소식을 듣고 쓴 글이다.

제목 : 너무 놀랐지만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은임 언니의 사고 소식에 오늘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언니의 라디오 방송을 열심히 들었던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언제나 맘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아자~~!!

*이 글은 꽤 여유가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 자위하며 제목 그대로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웃음 이모티콘까지 넣은 글이라니...

제목 : 92년부터 하시던 방송의 단상들, 그리고 지금

난 정은임 아나운서가 좋다. 그녀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우연히 '정영음'을 알게 되었고 부정기적으로 그 방송을 들었다.

지나치다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한 '정영음'을 들으며 새로운 영화보기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정영음은 내게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의 특이한 언변에 빠져들게 했다. 후일 정성일 씨의 존재를 신문에서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방송 중 은임 언니가 하신 말씀이 하나 떠오른다. "여러분.. 귀신들이세요." 겨울이었던가.. 평론가와의 대담으로 방송을 미리 녹음하고 휴가를 다녀온 은임 언니가 방송 중에 눈치챈 청취자들을 향해 하신 말씀이었다. 덧붙여서 혼자 여행 다녀왔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직 미혼인 건 확실하고... 애인은 있을까? 혼자 여행을 어디로 어떻게 다녀왔을까? 영화도 혼자 많이 본다는데... 은임 언니의 사생활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을 키웠었다.

좀 전에 언니의 쾌유를 비는 많은 글을 보면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눈물이 자꾸 난다. 정말..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몇년 전 내 정말 가까운 사람이 명을 달리 했을 때처럼 정말 슬프다. 언니의 방송이 정말 그립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그립다고 하면 허풍떨지 말라고 누군가가 비아냥거릴까?

영화음악 프로그램인데 '너무 전문적'이어서 6개월만에 방송 폐지? CBS는 아주 오랫동안 아주 좋은 시간대에 영화음악방송을 하고 있는데... MBC는 참.. 이상하다. 두 얼굴의 방송사인 것 같다. 한편으론 더할나위 없이 좋은 방송사고, 다른 한편으론 인면수심의 사기꾼 같은 방송사다.

외상은 거의 없고, 두개골 안에서 뇌가 흔들렸다
미만성 뇌손상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중추신경계가 다쳤다.

지금 이 충격적인 비보 앞에서 진심으로 은임언니의 쾌유를 비는 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으랴...
정말.. 힘 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것만 생각하시고... 주변 상황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아~ 은임언니 주변에 계신 분들 좋은 말씀만 해주셔야 할텐데... 가까운 분들이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죠? 은임 언니와 주변 분들을 믿을게요.

예후가 좋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이 때는 큰 장애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부질없었지만...

제목 : 하염없이 흐르는 슬픔...

이상합니다. 정말..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언니에게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언니의 가냘픈 몸매와 조용하나 평범하지 않은 목소리는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정영음'을 꼬박꼬박 챙겨듣는 열혈 청취자는 아니었지만 10년 전의 '정영음'의 존재와 그 부활은 제게 큰 위안이고 에너지였습니다.

거기다 보너스 같이 가끔 방송을 맡으실 때는 뛸 듯이 기뻤지요. 가장 최근에 하신 게 '행복한 책읽기'였죠.. 언니의 추천사에 힘입어 저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게 되었고.. 참.. 좋은 책으로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답니다.

그런 언니의 사망소식이라니요. 애초에 불길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그러했을 겁니다. 뇌를 다쳐 대수술을 했지만 혼수상태라... 아~ 정말.. 절망스럽습니다. 어제 뉴스데스크의 마지막 소식으로 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지금.. 불과 20여분 전에 컴퓨터를 켜고 언니의 사망 관련 소식을 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십시오. 언니의 목소리와 모습을 볼 수 없음에 한없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곧 놓아 드리겠습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비행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은임 언니...

*격려글과 추모글을 이 곳에 옮겨오는 것으로 당분간 그녀를 잊고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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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6-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벌써 작년이네요...그 여름 흑석체육센터에서 요가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 횡단보도 앞이 사고난 자리였어요... 그곳에 아직도 있을것 같긴한데... 정아나운서의 사진들을 몇장걸어놓고...우리들은 당신은 기억합니다...라고 써놨던거 봤어요..

하루님도 정은임아나운서 방송 좋아했나봐요... 슬프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운명인데 말예요... 그러니 우리는 하루 하루... 고맙게 감사하게 살자구요...

하루(春) 2005-06-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근처에 사시나 보군요. 어제 이 글 쓰고 잊었어요. 모두 다...

2005-06-0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