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 한국어 더빙 수록
로니 델 칼멘 외 감독, 리처드 카인드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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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페이스북에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를 보고 이런 평을 했다. "무심코 보다가 울었다."


워낙 평도 좋았고 해서 그저 [겨울왕국]정도의 뜨끈하는 눈물이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콧등이 시큰해지더니 나중에는 코 안이 간지러웠다. 눈물보다도 빨리 흘러내리는 콧물. 이놈의 비염. 수술을 해도 도무지 낫질 않는다. 

어떤 감정이 느껴질 때 뇌 속에서 어떤 식으로 조절하는지를 감정콘트롤 본부에서 깜찍한 다섯 캐릭터가 활약 하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스템이 무지 미래적이라 약간 갸우뚱 하긴 했지만...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게 된 11살 라일리의 머리속에는 다섯 가지 감정이 산다.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다섯은 나름대로 제 역할을 든든히 한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는 소녀의 감정은 다행스럽게도 주로 기쁨이다. 기쁨이는 넘치는 에너지만큼 기쁨이는 주도권을 잡고 나머지 넷을 지휘한다. 자신과 상극인 슬픔이에게는 유독 박하다. 

기억은 구슬로 이뤄져 있고 그 중에서는 행복한 주요 기억 다섯개가 제일 중요하다. 이것은 물론 기쁨의 색깔인 주황색으로 반짝인다. 가족, 우정, 정직 등의 행복의 섬이 라일리의 머리속에 둥둥 떠서 소녀를 받쳐준다. 외동딸로 사랑을 듬뿍 받은 소녀가 낯선 샌프란시스코로 오는 게 기쁠리는 없다.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이삿짐 차는 안 오고 상황은 꼬이기만 한다. 자연스럽게 슬픈 감정으로 가려하는 라일리.

하지만 소녀의 감정 콘트롤 본부에서는 활발하고 주장이 강한 기쁨이가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를 못한다. 슬픔이가 구슬에 손대는 것을 저지하려다 몸싸움이 일어나고 둘은 기억 저장소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이래서 감독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남은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 셋은 자신들의 성격만큼 오래 감정 콘트롤을 해본 경험이 없다. 셋은 계획없이 엎치락 뒤치락 하고 기쁨이와 슬픔이는 주요 기억을 가지고 본부로 돌아오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삐뚤어진 라일리는 계속 사고를 치고 좋았던 '기억의 섬'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리고 만다.

기억의 섬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인 본부로 가는 기차의 정차역이 하나씩 없어진다. 더 우울해지는 슬픔이와 어느 순간에도 긍정적인 기쁨이는 둘이서 온갖 구상을 다 하고 기억의 장소를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다. 그 중에서 기억 저장소에서 만난 빔보. 기쁨이는 누구보다도 빔보를 기억하고 있다. 빔보를 코끼리와 여러가지 동물을 합친 어린 라일리의 상상속 친구. 라일리는 빔보와 함께 하늘을 나는 바퀴달린 마차를 타고 신나게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빔보는 멍청하지만 언제나 즐겁고 라일리를 위해주며 아름다운 상상력, 혹은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몸집 거대한 친구다. 그것이 책임감 강하지만 자기 중심적인(대박 오만한) 기쁨이가 빔보와 함께 기억의 무덤에 빠졌을 때, 그리고 빔보의 희생에 코등이 뜨끈해져 눈물을 줄줄 흘렸던 이유다. 우쒸 방심했어. 근데 더 슬픈 건 내 빔보가 기억이 안 나는 것. 난 코끼리보다는 여우같은 걸 더 좋아했으니 분명 그런 모양일텐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거다. 덕분에 평소에도 활약하고 있는 버럭이만 더 활활 타오른 상태. 어쩌면 좋니.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기억의 무덤에서 빔보가 희생하는 장면은 베스트이지만 그 전에도 기쁨이가 슬픔이 덕분에 자기가 마음껏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중요 포인트. 사람은 조증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 때로는 슬픔에 기대서 위로와 힘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착한 기쁨이는 그것을 깨닫고 빔보의 희생을 발판 삼아 본부로 돌아가는데.... (이건 스포일런가.. 근데 디즈니는 항상 해피엔딩이니까.)  

라일리는 결국 라일리의 밝음, 아니 평점심으로 부모를 (불행으로 부터) 구하고 역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사춘기' 버튼이라는 복선을 남겨둔 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사춘기를 어찌어찌 넘어가듯이 라일리도 잘 넘어갈 것이다. 기쁨이의 활약을 무시한 채. 그리고 디즈니의 여느 주인공처럼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무심코 울어 버린 디즈니 영화. 물론... 내 인생의 디즈니 영화는 언제까지나 [인어공주]다. 안드레센은 너무 가혹하단 말이야! 아무리 원작의 비유가 딱 떨어질지라도. 언제나 [인어공주]의 사운드 트렉을 듣고 자란 나는 행복한 꿈을 꾸며 수영따윈 전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긴 했지만 언제나 아이큐 한자리의 물고기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나의 빔보는 누구였을까. 더럽게 정리도, 버리지도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지만 빔보를 쉽게 버렸던 나를 스스로 쉽게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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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도 감정 세포들이 머리속에서 싸우는 내용이다. 수요일마다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 주인공 유미는 삼십대 직장 여성이라 복잡한 세포가 아주 많다. 재밌으니까 추천! (근데 동화처럼 '아름다운' 내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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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라일리에게 한 눈에 반하는 꼬마 남자아이가 나오는 특별 영상도 있다. 완전 재밌다. 남과 여의 차이라고 봐도 되려나.
꼭 미드 [모던 패밀리]의 필을 보는 것 같은 라일리의 아빠.

https://www.youtube.com/watch?v=xeafFsiaUeU

근데 아직도 3D에는 당최 적응이...ㅠㅠㅠ 얘네 무슨 인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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