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봐도 입맛이 딱히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식당 김치는 잘 안 먹게 된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 한국 사람이지만 사실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도 김치 입문이 늦은 편이기도 했고 울 할머니, 울 엄마식의 젓갈을 사용한 약간 비릿(?)한 김치만 선호하는 지라 식당 김치에는 젓가락을 거의 안 댄다.


뭐 김치를 잘 안 먹어도 간이 센 식당 밥을 싹싹 비워서 대충 사랑을 받는 인생이니 그리 해가 될 것은 없지만 김장할 때 엄마를 딱히 돕는 것도 아니면서 나중에라도 김치는 만들어 먹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당최 왜??) 당장 담궈볼 것도 아니면서 괜히 관심을 가지고 산 이번 호.


가끔 요리 잡지를 사보곤 하지만 발음도 어려운 음식들의 향연에 그저 눈요기만 할 뿐 응용을 하고 싶은 마음 따윈 들지 않았다. 이번 호는 한식도 있고, 전 세계 쌀도 소개해 줘서 한식 밥상에 익숙한 가정에서는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요리가 꽤 되었다. 이번 호는 필요한 레시피 자를 필요 없이 그대로 보관해 놓으면 될 듯. 아주 맘에 든다.


하필, 오늘, 엄마가 즐겨보는 [생방송 아침] 프로에 '명정 스트레스보다 더 큰 김장 증후군...' 어쩌고 하는 꼭지가 나왔다. 얼마나 스트레스면 명절 증후군 보다 더하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엄마의 얼굴 너머엔 목소리를 변조한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높이며 호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외침이 머리를 울리게 할 정도였다. 프로그램 특성상 억지로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야하는 며느리들의 사연이 주를 이뤘지만 그걸 본 엄마와 언니는 신나게 지방방송을 시작했다.


엄마 : 근데 의외로 친정 엄마가 김치 만들어 주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사람이 많대? 버리는 것도 힘들고...

저번에 김치 명인이 나와서도 그러더라. 며느리들이 김치 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뭐든 물자가 넘쳐나면 귀한 줄을 모르는거지.

나 : 나는 안 그래. 근데 김치만 만들어줘 딱 김치만. 다른 반찬은 말고. 김치는 엄마 걸로 먹을래.

엄마 : (어이 없다는 듯 피식-)

언니 : 김장? 요즘에도 저런 거 있어? 요즘은 거의 다 사먹지 않아?

나 : 나 어제 잡지책 봤는데 무슨 명장 김치? 이런 거 진짜 비싸더라. 근데 한 번 사먹어 보고 싶기는 하드라.

엄마 : 당연히 비싸지. 그게 얼마나 힘든데.

나 : 힘들지~ 근데 안 만들어 본 사람이 보면 그냥 배추랑 고추가루 값만 드는 거잖여.

엄마: 푸하하. 암튼 나는 저런 시댁 스트레스 없었으니 행복한 편인가?

나 : 아 그러셔? (진짜로 하는 말인감?)

언니 : 김치 팔면 돈 진짜 많이 번다든데...


바쁜 아침 시간임에도 김치에 대한 토론은 가능했다. 언제부턴가 한류 음식으로 김치를 미친 듯이 밀고 있듯이, 그걸 찬성하든 안하든 김치는 우리의 생활과 떼어서 말하기는 힘든 음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사이트에서도 여성 혐오의 표현으로 '김치녀'를 들고 있듯이 사회 문화적인 음식으로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코가 오똑 솟은 외국인한테는 꼭 '두유 노우 김취?'라고 물으며(제발..ㅠㅠ)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외국인에게 미움의 눈빛을 보내는 것에 별로 거리낌이 없는 것도 김치가 단순한 반찬이라는 인식에서 온 것은 아닐 것이여라~.


결론 : 우리 엄마 김치 맛있다.



하지만 언젠가 가정요리의 달인인 되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나에게, 스스로 김치에 대한 책을 일단 스크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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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한 칼럼으로 소개된 최낙언씨의 다소 학술적인(?) 책들. 유독 MSG에 대한 불신이 많은 우리나라에 조금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으려나. 울 어마니의 집밥도 절대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니.. 천연 MSG고 뭐고 이런 거 아직도 안 통한다.


가장 공감되는 말은 이 것. "낯설어서 의심을 갖는 것이다. 익숙해서 무뎌지면 괜찮은 것이 된다." (라는 골지의 이야기)

그냥 믿기 싫은 말은 "(손 맛 이런 거는 없다.) 사람이 맛있는 맛을 느끼는 정도는 수치로 판가름된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는... 솔직히 살짝 얄밉다. 뭘 해도 슴슴한 간으로 맛을 내는 나이지만 언젠간 미친 손맛을 갖게 될 거란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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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논란으로 또 화제의 중심에 섰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아저씨의 책도 소개한다.

천일염하면 '염전 노예'만 떠올린 사람이라면 이제는 천일염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심해봐야 한다.

천일염의 취득 방식이야 지하철 광고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밑에 깔린 것이 비니루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걸 문제 제기한 사람은 황교익 아저씨. [수요 미식회] 나올 때는.. 사실 거기 패널들이 모두 비호감이었지만,(평가'질'에 대한 거부반응. 특히 요리에 어쩌고 저쩌고.. 그냥 그냥 짜증이 솟구쳤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 [씨네21]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거침없고 자신있는, 무엇보다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호감을 가졌고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도 반갑다.


동물 실험이다 뭐다 기업윤리를 따지는 시대에 천일염이라고 피해갈쏘냐. 앵간하면 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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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11-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잼있네요 ㅋㅋㅋ 미친손맛을 노리신다니.. 저랑 같은 목표군요 -_- 조금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위로 받고 갑니닷~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20 10:44   좋아요 1 | URL
인디언밥님도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요리를 하는 대신 요리 프로로만 만족하는 시청자라서 그런지.. 월요일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시작해서 매일 78번 올리브 티비에 채널 고청하는 시청자로만 살고 있어요.ㅎㅎ
개인적으로 신동엽이랑 성시경이 하는 [오늘 뭐 먹지?]가 젤 재미있네요. 미친 손맛을 가질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