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제목. スキマスキ. 스키마스키. 직역하면 '틈새 좋아' 정도. 책 날개에 작가 약력에 보면 '틈새 사랑'이라고 적힌 걸 보아 전에 출판이 되었거나 아니면 출판 전에 제목이 더 임팩트 있게 바뀌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언어유희를 잘 살린 것 보면 괜찮은 제목. 틈새 사랑도 나쁘진 않지만 뭔가 풀잎 사랑처럼 순수한 느낌이 드는데 내용상으론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커플이기 때문이다.


틈새를 엿보기가 취미인 남자와 또 그 위를 나는 여자의 이야기가 한 권에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주간엔 알바를 하면서 야간 학부 건축과를 다니는 남자 주인공. 스스로 똥통 대학을 다닌다고 느끼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비슷한 패배감을 지닌 개성 강한 친구 두 명과 늘 같이 다닌다. 안 예쁜 여자 몇 명과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공대 야간 학부 생활은 그래도 나름 재미있다.


틉새를 좋아하는 은밀한 취미는 항상 요~맨큼만 커튼을 열어 놓는 맞은 편 집 여자애의 방에 꽂힌다. 밤에 불을 켜놓고 예쁜 속옷만 위아래로 입는 여자애를 보는 남자의 마음은 설렌다. 하지만 이런 취미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엿보는 취미는 범죄로 연결짓기 쉽고 사실.. 지가 하는 짓은 범죄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 단순한 남자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가 있다. 요만큼의 틈을 보여준 상대는 커튼도 하나 치지 않은 자신을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상대편은 자신을 관찰하고 사진도 찍는다는 사실을. 


이런 범죄적인 상황이라도 이야기는 허술한 남자 주인공과 발랄하고 통통튀는 특이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혹은 쌍방범죄라는 설정으로 안전망을 확보한다. 왜냐 이것은 한 권으로 끝내야 하는 밝디 밝은 개그만화기 때문에! 


개그 만화이지만 주인공들의 고충도 빼놓지는 않는다. 야간 학부라는 콤플렉스를 지닌 남자 주인공과 친구들. 인기가 많지만 은근히 남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자기가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 여자 주인공. 그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인, 말라깽이 몸매와 귀염성 없는 성격이 콤플렉스인 친구...


하지만 이런 인간사의 고충은 개그 만화답게 유머로 밝게 버무려지고 눈 알이 유두모양으로 튀어 나가거나 혓바닥이 하트 보양으로 꼬여 나가는 등의 만화적인 장치는 정말 빵 터지기도 한다.


딱히 관음증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만화 한 편이다. 연애 만화에 몰입하려면 특히 여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하기에,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대사를 넣어 주었는데... 바로 "바나나 피시가 어쩌고..." 예쁜 여자는 뭘 해도 예쁜 법인데 상스럽지 않는 4차원적인 말을 하면 더 매력적여지는 법이다. 이래서 사람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거겠지?


우리가 완벽한 사람에게는 별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것 처럼, 우리는 생각보다 빈'틈'을 사랑한다. 모두다 틈을 비집고 나왔기도 하고. 예전에 임경선이 완벽한 여자들에게 좀 "귀여워지라!"는 충고를 한 것을 읽고 머리에 뭘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말인 즉슨, 틈을 좀 보여주고 비집고 들어갈 사람이 돼라는 말이겠지.


물론 질질 흘리면서(!) 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틈은 정말 필요하다. 틈틈이 틈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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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만화의 여자 주인공은 바나나 칩을 배가 더부룩할 때까지 먹는다. 이유는 중간에 멈추는 걸 못해서. 특히 우유라도 같이 먹을 때면. 항상 자신의 바나나 칩 먹는 습관에 의문을 품던 그녀는 술을 마시다가 그런 고민을 줄줄 풀어놓는다. "바나나 칩을 위한 완변한 우유야" 라는 대사를 쳐가면서.


샐린저의 작품[호밀밭의 파수꾼]을 감탄해가면서 두 번이나 읽었는데 바나나 피시에 대한 단편 소설이 있는 줄을 몰랐다. 제목은 [바나나 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 단편집 [아홉가지 이야기]에 실린 아주 유명한 단편이다. 요 이야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니.. 과연.. 읽어보니... 감탄이 나왔다. 대신 [호밀밭의 파수꾼]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인만큼 그 소설이 불호인 사람은 진저리칠만한 내용. 샐린저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중2병이라든지 염세주의자로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나나 피쉬]에도 영감을 준 작품이니 샐린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얼마 전에 책을 시켜서 너무 궁금했던 [바나나 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만 읽어보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없었던 것 처럼 이 짤막한 이야기 한 편에 대해서도 리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치만 왠지 카뮈의 [이방인]도 생각나고 뭔가 스콧피츠제럴드나 헤밍웨이 글에서도 느꼈던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근거도 이유도 없지만 여튼 느낌은 그랬다. 


샐린저는 베일에 쌓인 작가이지만 아이의 솔직함?에 대한 어떤 집착같은 것이 느껴진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는 작가이다. 절대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았던 그는 역설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원작이 워낙 좋겠지만 번역자는 최승자 시인이라 그런지 문장이 꽤 생생하고 세련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최승자 시인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시를 한 편도 읽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찾아봤다. 역시 시집의 제목은 멋지다. [아홉가지 이야기] 외에도 번역한 작품도 여러 권 된다.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이해력이 조금 떨어지는 나는 역자 후기를 참 꼼꼼히 보는 편인데 아쉽게도 [아홉가지 이야기]에는 역자 후기가 없다. 번역자가 시인이라 얼마나 멋진 문장으로 해석을 해줄 것인지 기대가 엄청 컸는데 조금 아쉽다. 아마 너무도 바빴거나 시인으로서도 너무 감명을 받아 오히려 후기를 못 쓰는 일이 있었을 수도. 날이 쌀랑해지면 시집 한 편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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