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오 상담소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지정 공식 마스다 미리 마니아인 나.(현재 76번째 마니아다) 수짱 시리즈를 무지 좋아하긴 하지만 마니아라 뽑히니 뭔가 얼굴이 화끈하다. 


왜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느냐..? 독자 별점 난에 '마스다 미리보다 훨 좋다'라는 평을 보고 읽고자 결심했으므로. 하지만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는 것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일단 마스다 미리는 다작을 한 작가라 작품마다 편차가 있고 아무래도 처녀작만큼 작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뭐 다음 작품이 나와도 비교할 마음은 없다. 소복이는 소복이고 마스다 미리는 마스다 미리지. 하지만 그들이 같이 엮이는 이유는 아마 '여자 만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다 미리가 하얀 종이에 HB로 살살 그린 그림이라면 소복이의 그림은 갱지에 B는 되는 연필로 종이가 패일만큼 꽉꽉 눌러 그린 그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대놓고 상담소를 주제로 한 [이백오 상담소]는 어쩐지 정제되지 않은, 대사가 옆에서 들리는 느낌이다. 날 두고 가지마.. 라면서 울부짖는 고미숙의 대사는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가엽다. 표지 뒷페이지에 있는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을 못하는 아저씨 컷 때문에 (명대사: "미..미... 미친놈아 니가 잘못했자나!") 유명한 이 작품은... 영화 소개 프로가 그렇듯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씬이다.



<점 풍선.. 진짜 ㅋㅋㅋ 웃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그치만 다른 에피소드도 만만치 않게 재밌고 눈물이 날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의 민낯을 섬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헉, 하는 순간도 있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나'는 고시원에 205호에 상담소를 열었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지만 일이 끊기면 생활이 막막해지니 어쩌다 보니 상담소까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상담료는 2만 5천원. 선불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감정이 격해진 상담자들에게 돈을 청구하기가 힘들어서. 나는 보통의 상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니지만 (끝에는 부적같은 그림까지 그려준다!) 솔직하게 이미 상담자가 듣고 싶은 말을 뱉어주어 월세 정도는 낼 수 있는 수익을 내는 편이다. 나에겐 항상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친구 고미숙이 놀러와서 짜장면과 고량주를 먹고 옆집에는 찌질해 보이는 두 청년이 살고 있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은 당연히 보통 사람. 보통 고민.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지 않은 고민을 안고 온다.


이별 상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오는 사람, 소개팅 중독에 걸린 완벽한 남자,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 친구한테 사과하고 싶은 사람, 전 주인이 걱정되는 고양이, 외계인... 그리고 징징거리는 고미숙이다. '나'는 더이상 감정교류를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답게, 혹은 다섯 번의 연애에서 늘 갑작스럽게 차이는 여자답게 강제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아서 그런지 상담을 능숙하게 잘해준다.


<상담소의 주체는 상담자보다는 '나'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나'와 고미숙은 영혼이 자유로운 그에게 빠져서 이야기에 활기를 부여한다.>


늘 외로운 '나'와 고미숙은 자주 같이 짜장면을 먹고 나쁜 남자(혹은 비전없는 남자)에게 쉽게 빠진다. 하필 잡아 둘 수 없는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그들. 연적이 되고 격한 싸움까지 하고 만다. '나'는 너무 힘들어 섬으로 떠난다. 섬에서도 먹을거리 등의 작은 선물을 받으며 상담을 이어가는데.. 그곳엔 우연히 다시 사랑하고 싶은 그가 오고.. 또 떠난다..


친구들의 격려에 다시 이백오 상담소로 복귀한 '나'.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장수 모텔에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다.. 이거 홍상수 영화니..?>




적당히 어둡게(?) 산 사람이라면 깨알같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게다가 찡-한 대사까지. "당신은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군요.." 같은 요지의 상담보다도 "당신에게 필요한 건 술친구" 같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비전문적일지라도 속이 시원한 상담소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래서 점집이 흥한 것일 수도.


희안하게 삐뚤삐뚤한 느낌이 드는 그림과 찌질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상담소같은 느낌. 게다가 아주 무겁지도 않아서 아무 페이지나 후루룩 봐도 빵터진다.


읽고 난 다음의 부작용이라면 짜장면과 쐬주, 고량주가 몹시 땡긴다는 것. 읽고 나면 느끼한 짜장면을 한 가득 입에 물었다가 고량주로 입을 개운하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전국 중국집 주인들은 이 작품을 홍보 자료로! 


<베스트 대사로 임명이오!>




*감상 포인트 하나 더. 정말 깜찍한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으니 앞 뒤 띠지도 꼭 펼쳐보길 바란다. 왠지 선물 하나를 받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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