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 벼르고 벼르던 마크 로스코 전을 보러갔다. 비가 추적추척 와서 미술관 가기는 알맞은 날씨였다. 미술관에 가는 도중 드물게 기쁜 일이 생겨서 '아 내가 눈물을 쫄쫄 못 흘리는 얄팍한 사람이면 어떡하지..'같은 걱정을 했다. (결과 : 눈물 안 흘림)


전시는 로스토 작품의 일대기 순으로 전시 되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황금기였고 그곳까지 흘러나왔던 클래식 음악의 정체가 궁금했다. 왠지 매우 유명한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그런 곡.. 아닐까 한다.


작은 도판에서 봤던 떨떠름함(대부분 현대 미술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을 실제 큰 그림과 마주하게 되면 정적이고 명상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유명한 작품은 역시 다르고 미묘한 색상의 차이와 아름다운 색조합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도 정작 왜 그런지 몰라서 종교적인 느낌에 휩싸이게 되더라..


전시회장은 의자도 놓여있고 로스코 얼굴이 쪼그맣게 붙어있는 라텍스 방석도 놓여있어 관객에게 편안히 앉아서 감상에 잠기라고 한다. 특히 그가 평생의 숙원 사업으로 여겼던 로스트 채플은, 물론 그 날 기분이 방방 떠 있었긴 했지만, 검정과 회색만으로 이뤄진 그림 여러 점과 아름다운 성가에 둘러싸여 감상하고 있으려니 뭔지 모르게 무서운 느낌이 났다. 아마 이 날 슬픈 감정을 안고 간 사람이라면 오히려 위로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사진을 찍을 수게 허락해 준 작품 두 개 중 하나.(카메라는 안 되고 오직 휴대폰으로만 촬영가능) 



휴대폰 카메라라서 색감을 잘 담지를 못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불타오르는 강렬한 빨강색인 작품.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다. 옆에 에피소드를 적은 글을 보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어머니인 --가 이 그림을 보고 오열하며 "그를 구해줘야 돼요!!" 소리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통찰력까지는 없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마구 뛰는 경험을 했다.


비극에 심취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로스코는 죽음을 검정색으로 표현했는데 평생 자기 연민에 시달리고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던 로스코가 죽음을 생각하는 마지막에 그렸던 색이 강렬한 빨강색이라는 게 이상했다. 것도 무지 선동적인 빨강색이라니.



마지막 작품은 요렇게 따로 전시.


<마티스- 붉은 스튜디오>


로스코는 마티스를 무지 사랑했다고 하는데 이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는 매일가서 이 그림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생명력있는 빨강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나중에는 슬퍼서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색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의 일화로 봐도 되려나.












전에 서평단 하면서 읽었던 [예술, 상처를 말하다]중의 로스코 에피소드를 한 번 더 읽었다. 국내에서 로스코 전시가 이번에 첫번째는 아니었었구나.. 그리고 힘겹게 살다간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갔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자존감이 낮아서 누군가의 칭찬을 계속 갈구했던 로스코의 최후는 스스로 동맥을 끊어서 피를 철철흘리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 저렇게 선명한 빨간색을 썼었나? 그리 생각하니 뭔가 좀 섬뜩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꼭 사고 싶게 만드는 전시 용품 중에 이번에는 라텍스 방석과 깔끔하게 알파벳으로 이름만 써진 에코백을 조금 사고 싶었는데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강신주가 쓴 [마크 로스코]도 떡하니 놓여져 있었는데 무게감과 아무래도 정적인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기분이 차분해지기에 지름신도 조용해서 잠시 뒤적이다 나왔다.


그리고 미술 전문 출판사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마크 로스코 도판도 소장용으로 한 권쯤 있어도 좋을 듯하다.  


* 전시 내내 궁금했던 점 : 미술 복원 작업은 미켈란젤로 작품이 쉬울까 아님 로스코 작품이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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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에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고 해서 오후 6시 부터 티켓 가격을 반 값으로 해준다. 내가 간 날이 하필 그 날. 다행히 로스코 전은 한산할 때 천천히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봤더니 6시가 갓 넘어있었던 시각이었다.



한가람 미술관에 비해서 한산한 허영만 전.. 그치만 나도 문화가 있는 수요일의 헤택을 누리고 싶어서 티켓 구매.

일단 만화면 무조건 재미도 있을 거고.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 전시는 대체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티켓 창구 앞에서 불친절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잠시 달달한 것도 먹고.


사진은 거의 못 찍었는데 만화 일러스트와 대사 읽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역시 만화는 재밌어. 게다가 인쇄되기 전의 완전히 깨끗하지 않은 연필선과 수정본, 아이디어 노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 (느낀 점 : 천재는 악필이다. 그래도 캘리그라피처럼 느낌은 있더라.)


영화화 된 [타짜]나 [비트] 등의 비교도 재미있었고 이동기 작가가 그린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거의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전시, 원화를 한 컷씩만 프린트 한 것들은 당장 하나의 팝아트 작품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생]의 작가 윤태호가 허영만의 문하생이었다는 건 몰랐었는데.. 역시 좋은 사수를 만나는 건 참 중요한 듯.


편하고 재밌게 봤다. 그 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그려오는 허영만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 역시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 가장 충격이 었던 점 : 내가 그렇게 즐겨보았던 [날아라 슈퍼보드]가 허영만 작인줄 꿈에도 몰랐다. 이런 멍청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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