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20대 어른(법적인 의미)들과 같이 나도 커피를 좋아한다. 새내기였던 1학년 때에는 아직 아메리카노를 잘 마시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각성효과를 바라고 마시는 중. 조금씩 조금씩 사모아 은근 커피 도구도 있다.


이미 국민 모카포트인(네이버 블로그 여론 기준) 비알레띠 모카포트랑 베트남에서 사온 베트남 커피 추출기, 내가 그림 그려서 만든 도자기로 된 드리퍼까지. 


갖고 있으면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도 있지만 일단 그 자체로 디자인이 훌륭해서 갖고만 있어도 왠지 뿌듯하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케맥스의 커피 기구를 어떤 잡지에서 보고 사려고도 해봤지만 고가에, 예민한 유리 소재라 포기했다. 


커피 마시는 데 뭔 지식이 필요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카페가 김서방 만큼 많아진 요즘 시대에 좀 알아두면 교양있어 보일 듯도 하다. 일단 일상에는 도움이 될 듯. 올리브 티비를 즐겨보는데 발렌타인 기념으로 코코아에 대해 설명 하러 나온 쇼콜라티에(고은수 쉐프)의 귀여운 외모가 갑자기 지적으로 보이는 경험을 한 뒤 크게 든 생각이다. 


코코아도 원산지에 따라 산미도 다르고 어떤 것은 과일향이 나고.. 한 때 광풍 불었던 카카오 99% 처럼 카카오의 비율에 따라 쌉싸름한 맛이 다르다는 것. 생각해보면 나주는 배, 영덕은 대게, 안동은 소주 같이 대표적인 지역 음식도 있는데 당연히 코코아도 뭐..


기호 식품은 커피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물론 소믈리에처럼 한 모금 딱 마시면 원산지 같은 걸 알리야 없지만 가끔 고급 원두를 사 먹을 때 향기라도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가. 


책에는 원두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지만..(하긴 이걸 어찌 표현한다냐!) 로스팅 기구, 커피 도구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실용적인 설명이 많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그림으로 설명해 줘서 알기도 쉽고. 같은 홈 커피 제조자로서 희안하게 집에서 하면 카페처럼 맛이 안 나온 이유도 알게 되었고 (이유 : 원두가 신선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로스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엄마가 자주 땅콩을 볶는데.. 따지고 보면 커피도 콩이니 가능한 말이다. 


일상적인 양면 팬 등을 이용한 홈 로스팅과 주사기로 추출한 커피 제조법을 보고 있으니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주사기 제조법은 시도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정말 세척 방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라서 그런지 표지도 내지도 디자인이 훌륭. 띠지를 완전히 띠어내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가득 그려져 있다. 글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그림만 봐도 들겁게 커피에 관한 일러스트가 빼곡하다. 내용도 기대 이상으로 충실하다. 생활 밀착형 커피 즐기는 팁이 가득. 커피 기구가 없어도 카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많은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850년 경에 에디오피아의 어느 목동이 발견했다는 요 커피는 어쩔 때는 악마의 음료로, 어느 때는 아프리카의 검은 눈물이라고도 하고 또 어느 때는 관능적인 음료로도, 아니면 노동자의 음료로 묘사된다. 우리나라도 곧 있으면 커피 소비국 10위 권 안에 들정도로 커피를 무진장 마신다고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왠지 그 작품을 한 번도 안 읽은 발자크가 생각난다. 


그는 하루에 엄청 독한 커피를 거의 40잔씩 마시면서 스무살 연상의 기혼인 연인에게 다가가려고 노동하듯 글을 썼다. 잘 살아보려고 시작한 사업이 망하고 빚 독촉에 시달린 발자크는 하루에 16시간씩 깨어있으면서 작품을 찍어냈다. 유명한 작품을 발표하고 마침내 연인과 살 수 있게 되자 5개월 만에 심장질환으로 죽게 된다. 이유는 바로 커피. 이 정도로 마셨으면 몸에 피대신 커피가 흐를 것 같다.


뭐든 과한 건 좋지 않다. 나는 이렇게 돈에 쫓겨서 글을 썼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속물이라 그런가?)


요즘에 역시 도박빚에 허덕이면서 돈을 위해 글을 썼던 도프도예프스키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발자크 책도 읽어 보리라.











* 내 친구 중에 정말 컴플레인을 조곤조곤 잘하는 친구 H양과 다니다 보면 간혹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예전에 학교 앞에 나름 꽃미남 전략으로 여대생의 마음을 사로 잡는 카페가 축제 기념으로 학교 안에 들어와서 장사를 했는데 바쁘니깐 커피를 조금 뽑아 놓았다. 나는 전혀 지식이 없는 상황에 그녀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상황. 우리의 H양은 화를 내며 크레마(crema)가 죽지 않냐며 뭐라뭐라 따지니 꽃미남 바리스타가 깨갱- 하면서 커피를 다시 뽑아 준 이야기. 그땐 그게 뭐간디 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중요한 거 였구나. 사실 친구도 내게 "카페에서 바로 뽑아준 거 아니면 사먹을 필요가 없는거야. 그럴 바엔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셔. 신선한 거 아니면 2천원이든 2백원이든 똑같아!"  


그렇게 똑부러지는 내 친구는 앞가림을 잘해서 곧 시집간다. 잘 살아...ㅎㅎ 


* 제 3의 물결이라는 블루보틀 커피가 도쿄에는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들어올지는 미지수. 하지만 들어온다면 깔끔한 디자인에, 핸드드립의 훌륭한 맛(듣기에는)에, 성공적일 것 같다.


* 터키, 인도식 커피는 맛 본 적이 없는데.. 베트남 커피를 베트남 식당에서 맛볼 수 있듯이 얘네를 맛 보려면 터키 식당, 인도 식당에 가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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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이 먼지(munge)인 이 작가의 저서가 꽤 몇 권이나 된다. 우왕. 그중 [그림 그리고 싶은 날]은 예전에 신간 평가단 했을 때 받아서 아주 만족했던 책. 비전공자인 내가 보아도 아주 실력있다. 











요건 표지 디자인했던 것.. [노서아 가비]는 근현대 시대에 있었던 커피에 관한 소설이라고 한다. 고종 할부지가 그렇게 커피를 좋아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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