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체르 소나타 러시아 고전산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아실... 톨스토이의 책에 별 3개를 주는데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톨스토이인데! 내가 작은 그릇, 작은 이해력으로 별표를 인색하게 줬다고 비난해도 좋다. 별 두개는 읽는 동안 짜증이 일렁일렁 했던 것과 [안나 카레리나] 에서 보았던 대가가 맞나? 하는 의심으로 별 두개를 뺐다. 오히려 배신감 때문에 더 인색해 졌달까. 니가 결혼 생활을 안 해봐서 그렇지~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톨스토이가 분명 대가이긴 하지만 작품이 전기 중기 후기로 나뉘면서 후기 작을 대체로 추천하지 않는 걸 알 수 있는데 이유를 들어보면 '도덕기' (라고 쓰고 '꼰대기'라고 읽는다) 로 접어들면서 작품에 교훈이 들어가면서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동감한다. 읽는 동안에 짜증이 일렁일렁 한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쇼에서 말한 멘슨 만델라의 사례를 봐도 결혼 생활은 몹시 고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결혼 생활이라는 걸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가장 이해가 될 것 같았던 사례라 기억한다. 


결혼은 진짜 빡쎈거야. 결혼이 얼마나 빡쎈 거냐면,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어.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남아공 감옥에 갇혀 있었어. 그는 27년 간 매일같이 당하는 고문과 매질도 참아냈고 40도가 넘는 남아공 사막에서의 강제노동도 견뎌냈어. 그 지옥같은 27년 간을 참아내고 감옥에서 나와서 부인하고 겨우 6개월 지내고 이혼했다고. - 크리스 락


만델라보다 위대한 사람은 많이 없지만 만델라보다 결혼 생활을 더 오래오래 버티는 사람은 많다. 존경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게 된 건 예전에 바르셀로나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라고는 해도 나이가 열살 이상은 차이가 날 듯)와 가끔 페이스북 채팅을 하다가 "요새 뭐 읽어?"라는 질문에 톨스토이 책, 이라는 힌트를 주자 바로 "크로이체르 소나타?" 라고 물었다. 오잉 그건 뭐지? 


해서, 찾아본 이 책과 베토벤의 음악. 이 음악 연주 하는 것을 보고 질투에 사로잡혀 살인했다는 이야기라... 도대체 얼마나 매혹적이고 음란한 곡이기에? 라는 생각을 하며 들었다. 역시 아름답군.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음을 그저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고 음악이 얽히고 사람이 얽히고... 같은 음탕한 생각을 하다니! (두근두근!)


이런 기대(?)로 읽었던 소설. 남들이 비추하면 이유가 있는 거다. 서술하는 사람이 광인인 탓도 있지만 기대했던 에로틱한 분위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내 기대는 배신으로 바뀌고 비지엠은 베토벤의 [운명]. 완전 이런 띠로리~~ 로리로리로리~


물론 대가인 톨스토이 작품인데 썩어도 준치는 준치라고 어떻게 후질 수가 있단 말이냐.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이런 권태를 알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느 미친 인간의 광기 어린 묘사를 따라 책장을 헐떡헐떡 넘기며 숨 쉬기 힘듬을 느끼게 하는 것도 대가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 톨스토이 입문서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괜히 기분만 버리면 [안나 카레리나]까지 읽기 싫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안나 카레리나]를 읽는데 중간에 다른 책을 무지 찝적거리면서 1년이나 걸렸다. 근데도 뿌듯했다. 아니면 동명의 영화라도 보시길.. 역시 남들이 추천하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


배경은 어느 기차 안. 나는 기차 안의 사람들과 결혼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된다. 변호사, 귀부인 여자, 고지식한 노인 그리고 어떤 신사. 토론은 어느새 논쟁이 되고 열을 올리는 신사는 결혼에 대해 심하게 냉소적이게 얘기하다가 자신은 부인을 죽였노라 고백한다. 그 후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차 안. 모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한다. 신사는 눈치를 채고 자리에서 물러가고 사건을 일단락 된다. 신사의 이름은 포즈느이셰프. 계속 여행이 지속되는 동안, 신사는 결국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주겠노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부자였고 꽤 방탕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여자를 '아는' 보통의 방탕한 청년들과 달리 자신은 결혼을 한다면 결혼 생활에 헌신하려 결심했었다 한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고 여자는 가난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결혼했다. 그리고 많은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 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내와는 이미 증오가 가득찬 상태. 애정과 증오의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면서 그들은 동물처럼 싸우기만 한다. 의견차이일 때도 있고 그냥 말을 시작해도 반박만 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권태로운 부부사이. 아이들이 있든 없든 동물처럼 싸우기만 하는데 아내는 어느날 인가 부터 피아노를 연주한다. 가끔 바이올린과 합주를 하기도 한다. 유달리 피부가 하얗고 손이 부드러운 상대 남자. 그닥 눈여겨 보고 있지 않다가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며 약을 먹는 등의 쇼(?)까지 벌이는 동안 애증이 극에 달해 있던 이들 부부 사이에 그가 바이올린 합주를 하러 오고...


갑자기 돌아온 포즈느이셰프는 아직도 걸려 있는 남자의 코트를 보게 된다. 침착하게 구두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그의 주머니에는 칼이 들어있다. 두 남녀가 있는 방은 별 이상할 게 없지만 그는 남자를 향해 칼을 겨누고 그를 제지하는 부인과 실갱이를 하다 결국 부인의 옆구리를 찌른다. 괴로워하던 아내는 죽으면서 '당신 뜻대로 됐지? 그래도 양육권은 다 우리 언니가 가져갈꺼야.' 같은 말을 한다. 그때까지도 미워하는 감정이 남은 포즈느이셰프. 그날 밤 아내가 싸늘한 주검이 되자 그제서야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깨닫고 오열한다.


이토록 결혼이 못할 짓인지 아님 미친짓 인지. 결혼제도가 이제 몇 년이냐... 아주 아주 오래 지속되는 동안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인가봐,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젤 친한 친구가 "나 결혼할지도 몰라" 라고 발표하자마자 사진 촬영 일정을 떡 하니 발표하고 엄마가 심각하게 나 돈 모아둔 거 있으니.. 혹시 돈 모잘라서 결혼 못한다는 말 말고 일단 엄마한테 말하라고 심각하게 선언한 오늘............ 몹시 심란하다. 이십대 후반의 새해는 이렇게 시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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