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이 없는 짓이지만 목적에 따라 블로그를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 여행 갔다가 사온 잡지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 특집인 것이 있어서 포스팅 하던 중 생각난 것들. 


잡지가 보기도 쉬우면서 지나치게 충실했다. 좋게 말하면 마니아, 나쁘게 표현하면 오타쿠, 진짜 나쁘게 표현하면 편집증... 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발하고 희안한 기획으로 1센치 두께의 잡지를 빼곡 채우고 있었다. [ケトル] 라는 잡지인데 검색이 안 되네. 탄력받아서 우디 앨런 편도 샀다.


좀 아쉬웠던 것은 장편 소설만 다루고 있다는 점. 특히 장편 소설에 나왔던 배경을 도쿄 한정(!)으로 스팟 찍어 놓은 기획... 도쿄 여행을 다시 가고 싶을 정도다. 근데 하루키 소설처럼 여유롭게 보려면 도쿄에서 한 1년은 살아야 할 듯.


보통 사람에게도 유명한 하루키를 굳이 알라디너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안다. 뭐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가. 눈 시퍼런 친구들도 책 좀만 읽으면 다 알긴 하더만. 우리에게도 노벨상 수상작가보다 대중적으로 더 환영받는 작가가 있었음 좋겠다.



<후진 검색 실력으로 다시 찾은 잡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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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재미있었던 것이 <내일이라도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하루키 풍 대화술> 와 같은 골지의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온갖 오글오글한 대사가 나왔지만 이만한 게 없지.


[노르웨이의 숲] 혹은 [상실의 시대]에서 나온 대사.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


연인한테서 "날 얼만큼 사랑해?" 
"세계의 모든 정글 안에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될 만큼 사랑해."


이미 이 소설에는 좀 희안한 '봄날의 곰 만큼' 니가 좋아~~~ 같은 대사도 있지만..

간단한 음식 묘사 조차도 힘이 있는 하루키에게는 버터라는 말만 들어가도 기분이 좋다. 


'봄날의 곰' 이 대체 뭐야? 라는 질문에 의식한 듯 바로 해명을 하는 하루키. 


봄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처럼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아기 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놀이 안 할래요? 하고. 그래서 너와 아기 곰음 서로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어때, 멋지지?


굳이 하루키 풍 대화술을 익힐 필요가 있을까. 다른 사람이 이런 식의 말을 하면 뭘해도 아류같은 느낌일 들텐데.(호불호도 매우 극명할 듯 하기도 하고.)



 

글로벌한 시대에 이런 제목은 섬뜩하기까지 하지만... (아마 판매금지 당한 것 같기도 하다.)호랑이가 버터가 되는 이야기의 원작은 바로 이 것. 나도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호랑이가 엄청나게 빨리 돌다가 고소하고 풍미 좋은 버터로 변해 버린다는 달콤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 [꼬마 깜둥이 삼보]









국내 영환데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까지 나왔다. 배두나가 주연했던 걸로 아는데.. 나는 아직 못 봤다. 아무튼 여기서 말하는 봄날의 곰은 하루키의 책에서 나왔다는 사실.


아무리 꼬마 곰이라도 같이 뒹굴기 하고 놀다가 장난으로 스파이크를 날리면 살점이 뜯어져 나갈텐데... 라고 생각하는 나는 결코 사랑스런 미도리가 되지는 못하겠지.


참고로 미도리는 "정말 멋져"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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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나만 그러는 건 아닌가보다. 하루키 글을 읽고 있으면 침이 고이는 사람이. 벌써 음식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책을 냈다. 저번에 망친 요리 사진도 한 번 올렸는데... 요리 못하는 내게는 다행히도 하루키 요리는 파스타나 샌드위치, 따뜻한 집밥과 같은 아주 특수하지 않으면서도 글과 만나 특별해진 요리가 대부분이라 시도해봄직하다. 


평범한 요리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글을 힘이겠지. 그리고 기획의 힘인 것 같다.




* 위에서 말한 잡지나 하루키에서 파생한 기획책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정리와 수집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지만 흡사 편집증과 같은 글에 무서운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


* 무라카미 하루키를 엄~청 까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것 같다. 49년 생인.. 이제는 환갑도 훌쩍 넘은 하루키는 여전히 젊은 느낌이다. 워낙 정력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하드 보일드한 문체는 하루키를 여전히 젊은 작가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 지금보다 마이 어렸을 땐 좀 있어 보이려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무라카미 류가 더 좋다고 했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이 아니다. 이제서야 커밍아웃! ([식스티 나인]은 아주 좋아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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