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문화계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90년대 중후반에 초딩(국딩이 아닌!)으로.. 무한도전을 평소에 잘 시청하지는 않지만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인기는 반갑다. 언니와 터울이 거의 없는 관계로 서태지의 감성은 잘 모르지만 H.O.T와 G.O.D 세대로서 문화적으로 나름 충만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빠들의 모자에 살포시 앉은 먼지 뭉치를 사대거나 오빠들 이름으로 나온 음료를 막 사마시거나. (실제론 아람단 활동 때문에 국진이빵을 젤 많이 먹음.)


그 때는 에쵸티 오빠들을 '홋뜨'라고 부르는 아빠에게 한순간 경멸에 눈 빛을 보내기도 하고 지오디가 이름 때문에 싫다는 실력없는 검증 안 된 원어민 강사를 말 그대로 졸라 미워하기도 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들을 싫어 한다냐! 그리고 어찌 옵하들을 모를 수 있다냐!


심지어 내 대학 동기 중에는 H.O.T 의 문희준을 싫다고 했다는 이유로.. 진짜 친한 친구였던 애한테 정.식.적.으로 절교 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그 상황이 뭔지는 알 것 같다.


신화에서 동방신기로, 샤이니에서 빅뱅으로, 빅뱅에서 이제 엑쏘까지...(순서 안 맞을 수도 있으나 미리 사과드립니다.)


강타오빠를 좋아했지만 백만 안티를 이겨내고 여전히 웃긴 희준 오빠가 여전히 예능에서 재간둥이의 면모를 보일 때 안심이 되고, 청순하고 예쁘기만 하던 핑클을 나와 섹시 가수가 되었던 이효리를 혀를 끌끌차며 봤었던 시기도 있었는데(순전히 질투였던듯) 지금은 횰언니 횰언니 하며 제주도를 놀러가기도 하고 렌틸콩을 직구하기 바쁜 나도 이제는 같이 늙어 간다는 느낌을 알 것만 같다. (오일 풀링은 아침에 저기압이라서 몇 번 해보다 실패..ㅋㅋ)


과외 학생이 엑쏘를 참 좋아하는데 가끔 얘기를 듣다보면 벌써 꼰대처럼 된 나를 발견하고 울고 싶어 질 때가 있다. 한 멤버의 열애설이 났을 때 여고생 특유의 흥분+질투로 침을 막 튀기며 가끔 험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입 한쪽 꼬리를 올리며 "딴 애들도 다~~ 연애하고 있거든!! 음하하" 라고 환상을 깨부수는 걸 즐기는 나. 아니면 멤버 탈퇴 사건을 지켜 보면서 그래도 우리 땐 진짜 감성이 있었는데.. 같은 향수를 곱씹는 나. 이거 노화.. 그린 라이트 인가요?


H.O.T와 젝키의 완전 광팬은 아니었지만 콘서트 장에서 팬을 모아 놓고 해체를 선언하며 눈물 콧물 죽죽 흘리며 멋진 아디오스를 외쳤던 오빠들이기에 지금도 밉지가 않다. 진짜 사람이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인사는 해야지!! 진정 멋진 게 그런거라고!


물론 그 독박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다 썼지.. 우리 오빠들은 평생 인기 있고 그럴 수 있는데 단물 다 빨아먹은 너네들이 무조건 나빠! 이런 식으로. 


한류다 뭐다해서 지금 걸그룹들은 수입도 대우도 더 좋아진 건 다행한 일이지만 뭔가 너무 상업화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우리 때도 오빠에 열광하는 애들 때문에 허리 휘는 부모들도 많긴 많았지만..) 아이돌 상품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빠 언니들이 광고하는 것들의 범위가 교복,영화.. 같은 것에서 이제는 어른용 화장품, 브랜드 옷 까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


스아실 90년대도 비즈니스이긴 했지만 저작권 개념도 없이 제도적으로도 많이 허술했기도 해서 뭔가 감성은 더 넘쳐 흘렀던 것 같다. 확실히 기술의 발전이 감성 부문을 다 메꾸는 것도 있는 듯 하다. (그치만 결코 저작권이 안 지켜졌던 현실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저작권 얘기가 나왔으니 한 때 나도 너무나 자주 갔던 책, 비디오 대여방이 흥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만화가, 영화 제작자들은 뒷목 잡을 일이다) 그게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 커서 대여방이 거의 망하던 시기에 알았다. 하긴 만화책 한 권에 300원에 대여가 가능하다는 건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뜻이지. 마찬가지로 녹음 테이프에 막 녹음에서 싸게 팔던 '길보드차트' 또한 정당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


얼마전 <씨네21>을 서점에서 사들고 와서 신나게 읽다가 갑자기 대여방에서 발간하던 공짜 영화지가 갑자기 생각났다. 나름 대여점도 체인이 있어서 방과 후에 친구 집에서 비디오 빌려서 떡볶이 먹고 노는게 일상이었는데 영화 선택에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무가지라도 나름 글빨이 좋은 것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평론가의 글을 쉽게 볼 수 있고 트위터로 바로바로 싸움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손 맛'은 못 따라 가는 것 같다.


또 '손 맛' 하니 생각나는 잡지가 있다. [엠알케이]라고.. 미스터 케이라고 읽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한 때 엄청 흥했던 캐릭터 + 편지지 + 감성 잡지가 있었다. 스티커도 막 사서 몹고 편지지를 막 정리하기도 하고 인기 캐릭터 투표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1위를 못 하면 괜히 화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콩콩이. 이 때 캐릭터 산업이 잘 되었으면 생활이 좀 더 아기자기해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 안타깝다. 너무도 괜찮은 캐릭터와 아이디어 편지지가 많았었기 때문에.


원래 뭐 잘 버리고 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것들은 다 없어지고 없다. 아님 못 찾거나. 인증샷 하나 멋드러지게 찍어야 하는데.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랜만에 일요일 오전에 커피를 마시다 보니 갑자기 감성이 돋아서 쓴 글일 뿐 요즘 아이돌 문화나 문화산업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예전이 좋았지... 같이 왕년을 곱씹는 꼰대처럼 쓴 글이 아니니 오해 말고 읽어주세요.ㅠㅠ


* 갑자기 검색해 보니 아직 만화 잡지 [이슈issue] [파디party]는 발간이 되고 있다. 그렇게 예쁜 순정만화를 보기엔 내가 너무 음란마귀에 씌였지만.. 다시 [풀하우스]와 [여왕의 기사]를 읽으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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