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Singles A형 2015.1
싱글즈 편집부 엮음 / 더북컴퍼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1. 잡지 이름이 싱글즈인데 '싱글세'에 관한 기사 한 줄 없을리가. 나도 이제 싱글인 게 (엄마한테) 좀 부담스러운 시기다. 나이먹는게 갑자기 이렇게까지 싫어지다니. 


창조세금이 나날이 늘고 있는 상황에 이제 하다하다 '싱글세'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무한 짜증이 솟구친다. 삼포세대고 출산포기고 나랏님들은 진정 신문기사를 안 읽으시는 건지. 국민연금도 아까워 죽겠고만.. 이번 논란으로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이미 싱글은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세금우대 혜택같은 걸 따져보면 이미 싱글세 비스무리한 걸 내고 있던 것.(딱히 여기에 불만까지는 없다.)


사실 애국같은 말도 내게는 조금 촌스러운 주장인 것 같은데 출산으로 애국... 이라니. 끔찍스럽다. 내가 걸어다니는 자궁으로 보이니?


2. 자기 속도로 살기. 시간도 돈이다. 시간 관리는 '시테크'라고 까지 한다는데 영원히 살 것처럼 느긋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는 좀 필요한 기사라고 생각해서 읽어 보았다. 시간 관리를 하려면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부터 알아야 된다는데 머리속이 하얗다. 어떤 유형인지 잘 모르겠다. 혈액형처럼 피를 뽑으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인간 중심, 정보 중심, 성과 중심, 재미 중심 중 하나일 수 있다는데 언뜻보면 재미 중심이겠지만 난 인간 중심이기도 하다. 


자기 파악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그 뒤에 딸린 기사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겨진 1시간을 찾는 법>이 오히려 더 유용한 느낌이다. 그런데 결론은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라는 것. 올빼미 형에 아침에 저기압이라 엄마가 해주는 밥도 눈을 감고 넣는 나에게는 몇 개만 지켜도 30분은 확보될 것 같다.


시간 아끼는 것도 제테크는 맞지만....돈을 마구 뿌리고 사는 여자... 나는 정말 헤픈 여자...엉엉.


3. 그놈의 에프터눈 티가 뭐간디!! 겨울이고 연말이라 그런지 차에 관한 기사가 좀 있었다. <차로 하는 디톡스, 티톡스> 같은 깨알같은 언어유희를 사용한 제목도 있었고 예쁜 찻잔과 유명한 차 브랜드 10개를 소개하는 기사도 있었지만 나와 언니의 눈길을 끈 것은 청담동과 신사동에 형성되어있는 '애프터눈티 로드'!!


프랑스식 어쩌고.. 이런 것에 별로 환상은 없지만 저 우아한 3단 트레이는 언제나 내 맘을 끈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읽고 환상이 생긴 메뉴는 요 에프터눈 세트와 나무 모양으로 생긴 롤케잌 '부쉬드 노엘', 그리고 슈크림을 쌓아서 설탕물로 굳혀 고정한 '크로캉 부슈'. 엉엉. 


케이블 티비에서 방영하는 고급스러운 블랑제리를 보면서 언제나 "내 언젠가 저것을... 저것을..." 하는 우리 자매는 꼭 요 애증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어보기로 다짐했다. (막상 먹어보면 실망할 것 같기도..)   


콧대높은 프랑스 메뉴답게 에프터눈티 세트는 혼자서도 먹지 못한다. 거의 2인 세트나 커플 세트로 구성되고 2단 3단 트레이에 따라 가격도 높았다 낮았다를 하는데... 기본적으로 높기도 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책이나 다이어리를 가져가서 카페놀이를 하는 스타벅스식 카페도 여전히 편안하고 좋지만 한번쯤은 애프터눈티를 마셔보고 싶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신사동에도 내 이것을 위해서라면 갈 의사가 충분히 있다.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바로 #애프터눈티 #프렌치 #살롱드 어쩌고.... 라는 멋드러지고 눈꼴신 해시태그를 마구 부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4. 반려 동물. 나도 반려 동물과 살고 싶다. 프렌즈의 모니카가 그렇듯이..... 나는 이름까지 지어놨는데! 하지만 엄마에게 얹혀 살고 있는 주제에 동물털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야 없지. 게다가 언니와 나는 아직 없는 강아지 종류도 이름도 의견이 맞지 않아 화제가 이쪽으로 오기만 하면 가벼운 투닥거리를 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창조 싸움?


까만 푸들을 키운다면 나는 '까미'로 귀여운 까망색과 알베르 카뮈의 2중적인 의미를 띈다며 작명센스에 매우 흡족해 하지만 언니는 푸들이라면 무조건 '라면'이다! 같은 걸로 싸운다. 견종은 치와와, 푸들, 포메라이언으로 합의를 본 상태인데 조만간 기회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5. 화장품 파워 블로거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전에는 싱글즈 뷰티기사를 보는 맛이 쏠쏠했다. 여전히 종이를 넘기면서 보는 화장품 비교 기사는 재밌다. 이번에는 컬러 립밤 비교기사였다. 아무리 블로거라도 5개 제품까지는 열심히 비교하지 않으니 잡지가 단연 보는 재미가 있지만 컬러 립밤을 살 생각은 없었으므로 패스. 


치크 섀딩 기사는 매우 유용타. 볼에 생기를 주기 위해 볼에는 항상 블러셔를 넣는데 가끔은 완급 조절에 실패해 '불타는 고구마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예뻐지려고 화장을 했는데 바닷가에 사는 아이처럼 볼이 빨간 여자가 되어버리는 셈. 항상 눈같은데 신경을 썼지만 진짜 고수들은 얼굴선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한다고 하니 열심히 참고 해야겠다. 


얼굴형에 따라 섀딩하는 방법에 따라 생기가 다른데 본격적으로 화장한지 한 5년... 이런 걸 몰랐네. 한때 [겟잇뷰티]도 꼼꼼히 챙겨보고 했는데...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른 것 같다.


6. 연애를 막장으로 만드는 연애 상담에 대한 기사. (안 좋은 쪽으로) 남다른 성장과정을 거친 나는.. 연애를 친구들 보다 엄청시리 늦게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연애 상담을 하면 쭉- 듣다가 이렇게 말했다. "헤어져어~~! 그 남자 별로다. 니가 아까워" 


친구들은 내 얘기를 듣고 주로 말을 잃었기 때문에 내 연애 상담이 먹힌거라 생각했다. 속으로는 봐라, 내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리 깊어요~ 하는 근거없는 프라이드까지 있었다. 


연애를 하고 나니 나는 연애상담을 요청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특히 헤어지라는 말을 들으면 전적이 있어 신뢰가 생기질 않고 헤어지라는 말을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한결 편안한 인간이 되었다.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나 깊은 이해로 편한 인간이 된 건 아니다. 그냥 용기가 많이 없어졌을 뿐. 경험을 통해 내가 별로 타인을 잘 조련(?) 하지도 관계의 신도 아니라는 자기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연애상담을 하는 것도 해주는 것도 위험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위험한 경우는 자신만의 공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 라는 공식을 넘어 아주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의 연애 상담이라도 듣고 있으면 나도 어느새 핏대가 서 있다.  


연애 상담을 하다 친구와 의가 상해서 연락을 끊었다는 사람이 22%가 된다는 조사가 있는 걸 보니 역시 사랑에 빠지면 우정보다는 강력한 사랑이 힘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효 상담없는 연애가 하고 싶다.



* 부록으로 온 버츠비는 아시다시피 좋았습니다. 받자마자 엄마한테 뺐겼지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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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4-12-29 16:05   좋아요 0 | URL
요즘 부담스러운(?) 책을 잘 안 읽어서 잡지라도 리뷰하다보니 글이 길어지네요.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