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과외를 하고 있다. 고2와 고3의 두 자매. '요즘 애들이..' 어쩌고 하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나의 그 시절보다 더 순진하고 착하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도 확실히 애기라는 생각이 든다. 구조자들의 증언을 들으면 착해빠진 아이들이 너무나 많이 갇혀있는 거다. 정말 착해빠져 가지고..
어제부터 뉴스만 새로고침을 하면서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뉴스를 줄창 보고 있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밥을 먹고 웃고 지루함을 느끼는 일상이 모두 죄스럽게 느껴진다.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선장놈과 굳이 가서 밉상짓하는 정치인들, SNS로 장난치는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도 살아야 미워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것을 보며 한숨만 나온다.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저기 갇혀 있는데 말이 200명이지 정말 너무나도 엄청난 숫자다.
학생들 전원구조란 소식에 왠일이야, 이러고 관심을 딱 끄고 일하고 집에 들어오니 저녁뉴스에서 들려온 소식에 정말 뒤통수를 크게 맞은 거 같았다. 하물며 나도 이런데..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어제도 더 안 좋아지기만 하는 뉴스를 보며 눈물이 나왔다 말았다 했다.
내 학생 중 한 명도 작년에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갔다고 했는데.. 라면서 아이들의 얼굴이 겹쳤다. 거기 반이상은 민증도 안 나왔을건데..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어린 5살난 아이나 시신이 도착할 때마다 유가족이 오열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아직, 혹시나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도 보험금 운운하는 언론에도 진저리가 난다. 우울감이 잦으려고 하면 분노가 난다.
아까 겨우 1m 가 삐죽나온 배를 보다가 이제 완전히 잠겼다는 뉴스를 듣으니까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기적이라는 거,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