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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헤븐스 도어 - 아웃케이스 없음
토마스 얀 감독,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외 출연 / 대경DVD / 2010년 4월
평점 :
요즘 시간이 좀 나면 예전에 봤던 영화를 찾아보고 있다. 뭔가 안전을 추구하는 불황형 영화 선택이랄까. 예전에 한 번 보고 좋았던 영화는 두 번 보면 더 좋고 처음에 못 봤던 것까지 보이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래서 첫인상이 틀렸다고만 할 수 있는지!
영화는 며칠 후면 죽을 두 사람이 만난 이야기치고는 가볍고 재밌다. 영화를 언뜻 보면 남는 것은 두가지. 도어즈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멜로디. 그리고 손에 꼽을 만한 멋진 엔딩 장면.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는 멋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역할은 그들에게만 남겨두기로 하고...
겉보기에도 서로 다른 두 남자. 이 둘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며칠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망연자실해서 진탕 취한 그들. 당연히 죽기 전에 뭐할꺼야? 라는 질문을 하고, 이들 중 하나가 바다에 가보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자 나머지 하나는 놀린다. "천국에서는 모두 바단에 대해 얘기해.. 솟아 오르는 태양, 붉게 물드는 바닷물.. 근데 넌 아무 할 말도 없게 되지"
데킬라에 잔뜩 취한 이들은 바다를 보러 탈출을 감행하게 되고, 어쩌다보니 마피아의 돈이 든 멋진 벤츠를 훔친다. 그리고 좀 즐겨보기 위해 은행을 털고 예쁜 옷을 마련한다.( 얘들은 트렁크에 돈 가방이 있는 줄 몰랐다.) 이들은 쫓기는 몸이 된다. 다행이 그들을 쫓는 경찰과 마피아 조직원들은 무진장 멍청하다. 이들은 신나게 쫓긴다. 쫓기면서 그들만의 버킷 리스트 몇 개를 만들고 이뤄가면서 그들은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곧잘 이런 질문을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얼 할래?"
이건 너무 극단적인 질문이라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걍 집에서 최후의 식사를 하는 거지 뭐! 라며 가볍게 대답하곤 하지만.. 며칠 후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선고를 받으면 나는 어떤 일을 하게될까.
며칠 뒤에 죽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카드 한도를 왕창 늘려놓고(은행을 털어볼 큰 간은 없으니) 온갖 명품을 휘감고 호텔같은 곳에서 신나게 돈의 맛을 한 번 보고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근데 겁나서 못할듯.. 죽는 순간에도 카드빚은 무섭구나...
새들이 페루에 가서 죽듯이 나도 희안하게 바다가 생각날 것 같다. 이왕이면 제주도의 맑고 투명한 바다를 보고 싶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되지만 죽음만큼 삶에 대해 심각하게 만드는 게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봤던 미스테리 극장에선 언제나 저승사자 같은 분이 양팔을 꿰어 가거나 강 건너편에서 손짓을 하는 것에 익숙해서 죽는 순간이 좀 끔찍하게 여겨졌는데 예의 바르게 천국의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들어갈 수 있다면 좀 편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