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쓰는 쥐 퍼민
샘 새비지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비상한 천재로 태어난 쥐 퍼민은 타고난 고독감, 찍찍거릴 수 밖에 없는 망할 언어 무능력, 다른 쥐들보다 머리가 크고 몸은 작은 부실한 몸으로 불행한 인생을 예감한다. 게다가 털로 뒤덮인 자신의 종에 대한 증오와 매끈한 인간의 살에 대한 동경,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으로 자신을 혐오하는 자존감없는 모습까지 불행한 존재의 전형이다.
생존에 필요한 생활력을 못 가진 관계로 겨우 목숨을 지탱할 정도의 음식만 먹고 서점이 문을 닫는 시간에 책만 파고 있는 곰팡쥐의 서술은 글로만 인생을 배우고 그것이 진리인 양 똑똑이인 척을 하는 나랑도 좀 닮아 있었다. (근데 이게 남들한테는 효과가 있어서 젠체를 좀처럼 버리기가 힘들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처럼 퍼민도 자신의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밖에도 퍼민에게 고민거리는 많다. 곧 있으면 보스턴 도시 계획으로 폭파될 노먼의 서점, 노먼에 대한 배신감을 컨트롤 하는 방법, 그리고 그를 구해준 볼품없는 작가와 적절히 공생하는 방법까지... 사회성 없는 천재에 더 불쌍하게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이 쥐가 읽는 내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불쌍한 쥐 '퍼민'이 외로움과 애정결핍을 해소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 뿐이다. 부족한 애정과 신체 결함의 콤플렉스를 지식으로 채워나가는 이 곰팡쥐를 보면서 떠오는 사람이 있었다. 좀 안아줘야 하나?
무능력하고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을 때 한없이 쫄아드는 느낌이다. 차라리 그때는 한 마리의 작은 쥐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소외된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큰 사람들은 분명 타고나게 공감을 잘 하는 선천성 휴머니스트거나 자신이 외로워 본 경험으로 휴머니즘을 갖게 된 사람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다행인 일이다. 어느 순간 동정이라는 것... 그건 값싼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진심으로 동정하고 공감하는 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가끔 동정대신 돈으로 달라는 말이 튀어나갈 뻔 할 때도 있지만.)
사족. 작가의 글에 책방 주인 노먼이 마지막 반항(?)으로 행했던 일은 실제 있었던 사건이란다. 작가는 서점 주인의 숭고한 반항에 도움을 받았고 소설로 탄생시켰다. 믓지다. 의사표시를 하려면 저정도가 딱 좋다. 쿨하다. 멋져버린다. 목숨을 버리고 그러진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