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room. 타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 방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티비 다큐멘터리에도 나온 유명한 심리 실험도 있었다. 대체로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은 그 사람의 방이 말해준다.

 

그럼 정신없이 어질러대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폐쇄적인 사람일까 개방적인 사람일까. 아님 그저 정신이 없는 사람. 혹시 정확히 아는 분이 있다면 설명해주길 바란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영화 [바그다드 까페]에서 손님으로 흘러들어온 백인여자가 정돈 안 된 창고를 싹 치워주고 간판을 닦아주자, 주인인 흑인여자는 분노한다. 또 [하얀궁전]에서는 남자가 선물로 사준 청소기에 여자는 화를 낸다. 꽃같은 걸 사줘야지, 청소기는 아니지.

 

정말 청소기같은 선물을 하면 안 된다. 분명 화가난다. 청소하란 말은 동시에 삶을 바꾸라고 하는 말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얼마전 나한테 가구를 선물했다. 작은 청소기가 아니기에 대놓고 화를 내진 못했지만 나는 분명 기분이 나쁘긴 했다.

 

왜 겨우 청소하란 말에 이리도 화가 날까.

 

[하얀 궁전]에서는 이미 자신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걸로 판명이 났지만.. 나한테도 그게 해당이 되는 건지. 인생 방임의 즐거움을 알게 모르게 느꼈던건지!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햇지만.. 실은 충격이 컸다. 정말 정신 감정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태일까. 아니면 실제로 나도 불편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면서 며칠째 이 문제로 심란하다.

 


 

아무튼 영화의 그녀들은 청소를 하고 나서 비로소 안정을 찾고 행복해졌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도 무기력에서 벗어나 즐겁게 살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방은 치워지는데 뭔가 휑하다. 새가구 냄새는 머리를 무척 어지럽히기까지 한다.

 


 

갑자기 몇 년 동안 묵은 것을 정리하다가 깨달은 것. 정돈의 관건은 수납도 아니고.. 버리기다. 아무리 공간 활용을 잘 한다고 해도 물건이 너무 많으면 다 넣지를 못한다. 물건의 반은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더 버려야 할 게 많다. 책도 실은 반 이상은 더 버려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이 사댄거지.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깝고 물건에 쓰는 돈은 별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쓸 데 없고 쓴 적도 없는 물건을 보니 이제 자잘한 물건은 안 사야겠다. 언젠가, 왠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산 물건은 결국 짐짝이 되었다. 아직도 버릴 물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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