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 할인행사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토니 콜레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신데렐라형 드라마보다 캔디형 드라마가 싫은 이유는 캔디의 가족은 (무능력하고 나약할 지라도) 정말 나쁜 짓은 하지 않는 정의로운 인간이라는 설정. 물론 신데렐라+캔디형 드라마는 최악이다.

 

캔디에게 당당할 이유를 준다. 내가 없이 살았어도 나와 우리 가족은 을마나 정의로운 인간형인데!!!

 

드라마를 대체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드라마는 진짜, 진짜, 더 싫다. "캐보면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에 완전 동감하는 나로서는 예쁜 여자가 신데렐라가 되는 드라마보다 없이 살았어도 인간의 도리를 잊지 않고 사는 '청정'한 가족이 있는 캔디형 드라마가 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흘을 굶으면 남의 담벼락 안 뛰어 넘는 x이 없다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쩜 그리 착해'빠졌'는지. 물론 경제력이 인간성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이 자기한테 더 가혹하다면 인간성을 지키고 살기가 더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대부분의 가정(가까운 친척포함)에는 소위 '블랙홀'이 하나는 있게 마련이다. 사돈에 팔촌까지 안가도 된다. 불완전한 사람이 부대끼고 사는데 별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는 세상에서 내 가족은 안 그러라는 보장이 어딨단 말인지.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런 점에서 치유계 영화다. 당신 가족만 그런 거 아녜요, 당신만 못난 건 아녜요, 라고 경쾌하게 얘기해준다.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은 어쩜 내 주변(나 포함)에 이들과 비슷한지. 불행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왠지 미움을 받지만 미워하는 사람도 딱히 나을 것은 없다. 못난 사람들끼리 서로 예뻐하고 살면 좋을텐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안다. 자살시도를 한 삼촌, 성공한 이미지를 역설하지만 실직한 괘변론자 아빠, 나이값 못하는 음탕한 할아버지, 신체이상으로 파일럿의 꿈을 좌절한 오빠, 그리 특별할 것 없는동네 아줌마 엄마. 이들에게 사랑받는 예쁜 여자아이. 이 꼬마 숙녀는 '미스 리틀 선샤인'에 나갈 생각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이란?  미스 코리아처럼 아이들한테도 미모 돼지 등급 순위를 정하는 열리는 쓰레기같은 대회... 영화적 장치인건지 실제하는지는 모르겠음.)

 

사춘기가 왔거나 지난 여자아이라면 분명 자기 가족을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할 법하지만, 역시 아이라 천진난만하다. 심각하게 고장난 차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곳까지 달리면서 가족은 서로를 멸시하고, 으르렁거리고, 못 견뎌하기 시작한다.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부터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다, 결국엔 전쟁이 시작된다. 그래서 결혼할 사람이랑 여행을 가라고 하는 건지.. 우리집의 경우는 자기 배로 낳은 자식도 맞질 않는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올바른 가족 구성원을 가진 사람은 영화를 보고 진심으로 동정하거나 경멸하겠지만, 투닥투닥 싸우는 게 일인 가족 구성원을 가진 나로서는 무지 웃겼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했고.

 

태어났는데 엄마가 고소영이고 아빠가 장동건이면... 어떤 면에서는 좋겠지? 물론 나는 비교당할 것 같은 두려움을 더 중점에 두는 사람이라 꼭 좋은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못난 사람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것도 심히 괴로운 일에는 틀림없다. 가족은 대부분 닮았으므로 자기도 못난 축에 드는 경우가 많겠지.. ('못난'이라고 해도 대체로는 평범한 사람.) 그러니 별로 잘날 것 없는 사람들끼리 아껴주고 살아보자는 게 영화의 메세지일 것이다.

 

  

 

 

 

 

사족 : 언젠가 라디오에 평론가한테 들은 얘기.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수위높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근데 그게 듣는 순간, 그 어떤말보다 공감이 갔다. 뭔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위안과 안심이 됐다. 울엄마도 나를 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급 미안하고 고마워진다. 그렇다고 우리집이 엄청 콩가루 집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뼛가루 집안이라도 이런 생각할려나? 그게 더 궁금..)

 

 

 

가족이 견디기 힘들어질 때, '왠만하면' 눈 한 쪽 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사는게 현명하다. 어우, 이 징글징글한 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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