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언니가 우리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비싼 기계, DSLR을 사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사는 걸 보면서도 걱정이 됐는데 결국은 지분 50%로 나누자는 얘기가 나왔고.. 어쩔 수없이 나는 카메라의 공공 소유주가 되었다. 귀가 얇아서 당시에는 아주 솔깃했다.
비싼 카메라라 무조건 잘 써야 됐다. 근데 사용법이 은근 어려웠다. 원하는 사진은 안 나온다. 아니, 사진 자체가 안 찍힐 때도 있었다.(이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그냥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걸로 이해하고 넘어감.)
그래서 내가 동호회도 나갔다.(너가 배워서 날 가르쳐줘라! 라는 요청으로.) 시간이 안 맞아서 처음 촬영부터 야경 촬영(!)을 했다. 삼각대도 빌리고, 이건 왜 이러냐고 묻고 또 묻고,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다.
그 분들 덕분에 간신히 촬영은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전에 디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데쎄랄... 화질이 무척 좋다. 멀리서 찍어도 화장으로도 차마 가리지 못한 미세한 뾰루지 자국, 마스카라 번진 자국까지 다 나온다.
사진의 나쁜 점은 현 상황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극대화라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남의 눈으로.
"살이 조금 올랐다" 생각되면 사진은 "살이 '이렇게' 쪘다"를 알려주며.. 이 문제의 데쎄랄은 나에게 "살이 '이렇게나' 쪘다"를 말해줬다.
마침 옆에 있던 언니한테 "나 원래 이렇게 보여? 이거 내가 피부가 하얘서 막, 1.5배는 퍼지게 나온 거지? 원래는 어렇게 까지는 아니지?" 라고 남이라면 난감한 질문을 마구 던졌다. 우리 가족은 내숭 떠는 집도 아니고 상처 받지 않게 배려하는 집도 아니라서 언니는 짧고 굵게 대답했다. "너 원래 이렇게 생겼어."................................멘붕.
배는 극한 호흡으로 어떻게 넣기는 했는데.. 문제는 나의 팔뚝과 짧은 다리. 왜 연예인들이 기를 쓰고 살을 빼고 피부를 관리하는지 이해가 팍!
그래도 제품사진이나 꽃 같은 정물 사진을 찍을 때 비싼 사진기는 기쁨을 주긴 한다. 역시 사진이 다르네!
결론 : 살은 빼야 된다. 살은 빼서 손해 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