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갤러리 -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와 경매, 갤러리의 르포르타주
도널드 톰슨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난해한 현대 미술. 가격도 무지 비싸다. 상어를 썰어 놓거나 철로 만든 풍선 강아지가 미술이라고 불리는 것도 좀 신기하지만 작가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닌데 돈더미에 앉다니?! 상관없는 사람임에도 억울하기 그지없다.

 

(그럴 일은 없지만)왠지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미술품이 연봉이 1억이라도 고조선 시대부터 숨만 쉬고 일해야 벌 수 있는 가격으로 팔리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현대 미술 가격에 의문을 품은 사람을 위해 씌여진 책이다. 그동안 너무 궁금했던 부분을 소상히 알려주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결론 : 현대 미술은 마케팅이 중요하다. 아니, 거의 전부다.

 

프라다, 에르메스 등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는 고급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써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사고 가치를 산다. 명품 브랜드 뿐만 아니라 조금 친근한 브랜드들, 이를테면 랄프 로렌이나 타미 할피리거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도 그들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를 갖는 것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현대 미술 시장도 똑같다. 상상도 못하게 비싼 작품들은 가격은 그 브랜드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일단 브랜드가 없으면 팔리지도 못하니.

 

그렇다면 현대 미술은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까. 우선 유명세가 무척 중요하다. 유명해지려면 우선, 매체가 떠들어대야 하고, 매체가 떠들어댈만한 매력을 가진 작가+갤러리+딜러+소유자 등이 작품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혹시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야한다. 그래야 당신이 수퍼 부자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테니까.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이 정도는 사줘야 당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자연스럽고 천박하지 않게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아무에게나 팔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예전에 비해 덜 위대해 보이는(쉽게 만들어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대단한 스킬도 없어 보이기도 하고) 이 현대미술이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다. 위대해 보이는 작품들은 이미 유명한 박물관이나 옛날 소유자들이 내놓고 놓질 않고 있고(당연하지!), '겨우' 람보르기니 정도로 자신의 부유함을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 천박한 짓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였었나..? 얼마 전 예술 마케팅으로 한 백화점에 제프 쿤스의 작품이 걸리게 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의 인터뷰와 사진도 실려 있었는데 사진 속 그는 너무나 자신있고 매력적인, 관리가 잘 된 판매왕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실제로 젊은 시절 뉴욕 현대 미술관 세일즈맨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자주 현대 미술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은 질색하는 발언을 자주 한다. 이를테면,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훌륭한 작가는 훌륭한 흥정가가 되어야 한다."

 

책은 미술 시장에 대해 다루기도 하지만 마케팅의 비밀도 알려주는 것 같다. 작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는 작가, 콜렉터, 딜러, 갤러리, 경매사 등의 꼼수(?)를 보고 있자면 웃기기도 하지만 기발함에 머리를 치게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래, 돈은 이렇게 버는 거지!

 

그래서 오히려 작품의 가격이 더 예술성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공동의 작품, 공동의 예술이니까.

 

다만, 이제 현대 미술을 볼 때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보는 게 힘들 것 같다. 어린 왕자야, 바이바이~ 나는 이제 집의 가격을 보고 대단하고 말하는 더러운 어른이 되었습니다.ㅠㅠ

 

작가 트레이시 에민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브랜드화 하기 전에는 현대 미술계에서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책 뒤표지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이 작품이 예술성이 높은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제프 쿤스 작품 하나만 주세요. 굽실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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