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여신의 사랑과 열정
우미하라 준코 지음, 김응정 옮김, 위재웅 감수 / 세림엠앤비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절실할 때가 없다. 딱히 비판하지 않고 무조건 듣는 성격이라 정말 자질구레한 고민에서부터 아직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타인의 고민을 마주하고...(실은 시달렸다는 표현이 옳다.)나니, 이제 좀 진력이 났다.  

때늦은 사춘기를 겪으며, 이제 타인의 정제되지 못한 '배설'은 더이상 듣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점심을 먹고 동네에 있는 까페로 갔다. 발로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 그 유명한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역시 맛은 없고 비쌌지만, 인테리어가 혼자 있기 편한 구조라 맘에 든다. 머.. 커피 맛을 딱히 아는 것도 아니고. 

큰 책꽂이에는 책이 많이 꽂혀 있었는데, 대부분의 책은 정말... 이름모를 소형 출판사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고 요즘 보기 힘든 조악한 책이 많았다. 노트를 끄적이다 심심하면 (다행이도 볼만한 책이 있었다!)호시 신이치의 책을 읽다말다 하다가 발견한 이 책! 

사실 책표지만 봤을 때는 그냥저냥 찍어내는 후진 책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속담에 "책을 표지로 판단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는 거구나.) 막상 읽어보니 술술 읽히는 데다가 너무 괜찮아서 다 읽고 말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별 비판없이 그저 재밌게만 읽었는데, 여기서 여성의 유형을 찾아내고 접목한게 신선하기도 했고 딱딱맞아서 감동했다. 요즘 난다긴다하는 여자연예인 앞에는 항상 붙어있는 '여신'이라는 칭호는 실은 우리들에게도 숨어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몇몇 여신들에게서 내 모습을 찾기도 하고 완전 반대되는 성향의 여신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닮고 싶은 여신과 그렇지 않은 여신도. 

(특히, 헤라는 -전에는 몰랐는데- 매력적이지 않다.) 

  

오늘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고 결심해서 그런지 달을 보면서 명상에 잠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아르테미스 여신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미 그렇다고 나 스스로에게 암시를 했다. 

그렇지만 내게도 코레와 같은 모습이 숨어있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떨 때는 한없이 순종적이고 귀염받고 싶어서 무리해서 노력하고.... 가끔, 실은 자주, 힘들 때는 누군가 바닷가로 납치를 해달라고 빌기도 한다는 것도 떠올라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여신이 숨어있지만 우리는 진짜로 그 여신들이 아니다. 여신을 품고사는 여자들일 뿐이지. 그래서 저자는 어떤 멋있는 여신을 기본으로 두고 다른 여신들의 모습을 적절히 섞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멌있는 진짜 여신들이 될 수 있다고. 

아무에게나 붙는 것 같은 '여신'이란 칭호를 보고 어떤 사람을 우스갯소리로 "신전 터져나가겠다."고 했다. 

아무렴 어때, 신전이 터져나갈 정도로 멋있는 여신들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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