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조안 해리스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줄리엣 비노쉬와 조니뎁 주연의 영화 [초콜릿]의 원작소설이다. 엄청 어릴 때 봐서 내용이 기억나질 않았는데, 그게 도움이 된건지 도움이 안 된건지는 알 수 없다. 

초콜릿 만큼 달콤하고 쌉쌀한 책이다. 물론 내가 산 초콜릿은 엄청 달디단 초콜릿이였지만. 

일주일 정도를 짬나는 시간마다 읽었는데 -104년 만의 폭우가 찾아 온- 책을 읽기 끝내는 오늘 밤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초콜릿을 사러 나가고 말았다. 아침부터 한번도 그치지 않는 비를 뚫고. 이 점에서 정말 무해한 책이다!

따뜻하고 다소 수다스러운 책이기 때문에 할 말이 많다.   

감상포인트. 

1. 바람.  

바람만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그것도 미신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바람을 따라 죽음으로 부터, 혹은 정착으로 부터 도망다니던 삶을 살아온 비안은 바람의 방향에 민감하다. 소설은 사육제 바람을 타고 온 비안과 그녀의 딸, 아누크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정착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을 마녀로 보는 주의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따돌림? 그것보다는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무섭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실 죽음을 피해 도망다니고, 그들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교화시키려는 검은 옷을 입은 사제들이 무섭다고 하는 것에는, 관계맺기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몹시 슬펐다. 초콜릿의 단 맛 뒤에 따라오는 씁쓸한 맛에 코끝이 찡하듯이.

 

2.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와 딸.    

엄마와 딸은 확실히 특별한 관계다. 익히 알고 있는 애증의 관계. 소설에서는 크게 애증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삶에 있어서 무진장 의지하고 서로의 상실을 두려워 하는 모습은 어느 엄마와 딸과도 다르지 않다.  

부러운 것은 비안은 아누크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것. 또, 매일 맛있는 초콜릿을 주는 것이었다. 

어릴 때 슈퍼에서 초코유유를 집으면 옆에서 조용히 흰 우유가 아니면 사주지 않겠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우리 엄마가 떠올라서 무척이나 부러웠다. 

작가의 할머니는 동네에서 마녀라고 오해를 받았을 정도로 별나고 매력적인 사람었다고 한다. 내게도 마녀같은 할머니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았다. 무척 재밌고 독특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순박한 울 할머니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딸에게 들려줘야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한 소설은,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따뜻하고 편안하고 사랑스럽다.

 

3.  유혹과 유혹의 부정.  

누구나 그렇겠지만은,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게 비록 천박하거나 속물적인 생각일지라도.(가령, 난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좋아, 같은 것.)  

사람은 누구나 유혹을 받는다. 단순하게 따뜻하고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은 것,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싶은 것, 화려하고 좋은 옷을 입고 싶은 것, 사랑받고 싶은 것. 

다만, 친하고 속내를 잘 털어 놓는 사람이라도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자기 자신의 욕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체로 이들은 이상주의자거나 도덕주의자들이다. 문제는 자기만 그러면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천박하다고 판단하니까 그 사람에게는 나의 치부를 드러낼 수가 없다. 레노 신부도 이에 해당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결국 큰 사고를 친다. 어떤 사람이 계속 떠올라서 마음이 좀 아팠다. 

 

 

 

달콤하고 행복한 책이다. 조금씩 아껴 읽었는데 일주일이 정말 행복했다. 영화는 미친듯이 달기만한 밀크초콜릿같다는데 꼭 봐야지. 게다가 줄리엣 비노쉬도 나온다니.

  

 

덧> 완전 현실성없는 이야기지만, 이 책에는 작고 맛있는 초콜릿이 딸려오면 참 좋겠다.  

아, 그리고 독한 다이어트 중이라면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책 랭킹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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