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에버그린북스 2
생 텍쥐페리 지음, 전성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서점을 가서 이 아름다운 삽화로 둘러싸인 이 책을 뒤적거리고 보고 있자, 엄마는 아무 말없이 이 책을 사주었다.(얼마나 책을 안 읽었으면...)  

그리고 집에 와서 한자한자 정성스럽게 읽다가 결국 예쁜 삽화를 보며 즐거워했다. 생텍쥐베리는 머리 글에 어른은 자신의 친구에게 책을 바치면서 어린이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이 책을 어린이에게 바쳐야 하지만 그는 순수한 어른이기 때문에 용서해달라고. 

이런 능청에 당시 어린이었던 나는 무척 흥분하며 책을 넘겼고, 딱 봐도 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에, 이걸 어른들은 모자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놀라서 읽다가... 어린왕자가 모험하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자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주변에는 술주정뱅이도, 잘난척하는 사람도, 교수도, 집이 얼마짜리냐고 묻는 사람도, 장미도, 여우도, 바오밥나무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저 삽화를 보려고 페이지를 후두둑 넘긴 것이다. 

요즘은 어린 왕자를 읽으며.. 왠지 생택쥐베리는 더 오래살았어도 이만한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인생을 재미없게 살았거나. 그는 어쨌거나 인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끔 그에 관한 기사를 볼 때가 있으면 너무 반가운 생각이 든다. 그것이 전쟁에서 그가 탄 비행기를 쐈다는 독일인의 증언이더라도. 아니면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어린 왕자 마을에 대한 기사라도. 

어린 왕자가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우화는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뭐, 어린 아이는 무조건 순수하다는 것에 100%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릴 때의 나는 이 책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하는 나는 좀 때가 묻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갑자기 양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들 상상해보면 왠지 "저리가 임마"를 말할 것 같은 나를 떠올리고는 약간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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