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빠트리스 르꽁트 감독, 장 로슈포르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혹자는 이 영화가 제목의 승리라고도 한다. 원제를 직역하면 '미용사의 남편'. 그렇게 나왔을 때는 망했는데, 다시 이름을 바꿔서 나왔더니 흥행했다고 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분명 호기심이 동하는 타이틀이긴 하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기에? 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그런데 나는 [미용사의 남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화 업계야 흥행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까 좋은 영화가 흥행이 되서 다행인 일이다. 

남자 꼬맹이는 유난히 뽀얀 살결에 살집있는, 빨간 머리의 동네 미용사 아주머니를 사모한다.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도는 무언가(?)가 동네 남자들 뿐만 아니라 꼬마의 심장도 콩닥이게 했고, 꼬마는 머리를 자르는 내내 긴장해 있었다. 머리를 자른 후, 샴푸를 해줄 때 나던 미용사의 체취란... 결국 미용사는 (아마도 애정문제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고 만다. 

꼬맹이는 자라서 여전히 미용사를 사랑하는 남자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미용사에게 결혼하자고 다짜고짜 얘기한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도 아니고 자르기 시작할 때.. 어색하기 그지없다.) 고아로 자라서 뛰어난 미용기술과 친절함,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던 미용사는 마침내 승낙한다. 

이제 그는 아내가 하는 미용실에 계속 붙어 잡지를 읽고, 우는 아이에게 요상한 음악을 들려주며 그에맞는 요상한 춤을 추며 달래주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아름다운 부부는 어느 날은 미용실에 진열되어 있는 향수를 술에 타 마셔보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술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고, 서로에게 취하는 것이다.(의외로 맛은 괜찮다고 해서 시도해 보고 싶긴 했다.)  

장마가 너무나 심한 어느 날, 손님이 없는 미용실에는 두 부부만 있다. 어쩐지 아내의 표정은 왠지모를 불안감에 흔들린다. 아내는 창문에 기대 내리는 비만 보고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간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풍덩, 몸을 던지고 만다. 고아로 자라 사랑받지 못한 그녀는 갑자기 맛 본, 행복함이 계속 유지되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그가 사랑에 빠졌던 미용사들은 모두 죽음으로써 그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녀들은 그에게 그렇게 잠깐 동안의 달콤하고 진한 향기를 뿜었다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어떤 상실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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