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맛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영장은 왠지 모르게 슬픈 장소이다. 시끌벅적한 꼬마들이 빠져나간 오후의 수영장은 더더욱. 가둬 놓은 물이 이상하게 파랗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수영복을 입고 말없이 수영을 하는 조용한 수영장이라면 더 슬프다. 수영장 물에서 나는 화학적인 냄새가 묘하게 슬픈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수영장 물에 타는 화학성분이 바로 '염소'란다. 순수한 염소의 맛이란 정확히 어떤 걸까.(여러 사람들이 몸을 담그고 있으니 순수한 맛을 본 적은 없다.)

배경이 수영장이라 책의 모든 페이지는 파랗고 푸르다. 그림은 깔끔한 선으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디테일하다. 내용도 사소한 것 같지만 디테일 하고..  

주인공은 남자와 소년의 사이에, 여자와 소녀의 사이에 있는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는 풋풋한 때에 서 있다. 물리치료를 위해 간 수영장에서 그는 그녀를 만나고, 한때 챔피언이었던 그녀는 그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수영장이 그들을 감상적이게 만드는 건지 곧 진지한 얘기도 나누게 된다. 

시합에 쥐약인 남자애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고백한다. 이 대사가 뭔가를 찡하고 울렸다. 나도 대결을 하는 순간에는 그냥 무기력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또 남자애는 이렇게 묻는다. 나도 언젠간 잠영으로 한 번도 쉬지않고 완수할 수 있을까? 여자애는 망설이지 않고, 응, 이라고 답해준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그녀(의 환영같은 것)을 따라가다가 잠영을 완성한다.  

정적인 장면들이지만 로맨틱하고 긴장감이 느껴진다. 특히 남자가 여자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왠지 두근두근하다. 작가의 내공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발견' 되었을까? 그리고 풋풋하면서 마음을 콕콕 찌르는 대사라니. 

정말 그녀는 물 속에서 뭐라고 했을까. 불어를 모르니 따라서 발음해 봐도 감이 안 잡힌다. 확실한 건 (다소 유치한) 쥬땜므는 아니란 거다. 

딱 스무살이나 그 정도의 주인공들의 때묻지 않은 풋풋함을 느끼고 싶고 그런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추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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