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위의 여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32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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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뷰쓰기가 겁난다. 내가 뭘 읽었더라.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인용 또한 엄청나게 많아서 소설을 읽은 건지 논문을 읽었던 건지 헷갈린다. 분명 읽을 때는 즐거웠던 거 같은데.. 

요즘 도서 추천 서비스를 보며 알게 됐는데, 나는 영국 소설을 참 좋아한다. 오스틴도 영국 사람이고 포스터도 영국 사람이다. 근데 현대물이 아니라 좀 옛날(?) 이야기를 좋아한다. 큰 성 같은 집에서 승마도 하고 사냥도 하고 사람을 부리던 시대 때의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그렇다고 영국적이라고 하면 뭐든지 열광하고 왕실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도 이해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심지어 요즘 패션 아이콘으로 인기인 미들턴인가 하는 왕세자비에도 별 관심이 없다.  

아무튼 현대 영국에는 별로 맞는 코드가 없는 것 같은데 18, 19세기의 영국과는 코드가 맞는가보다. 특히, 상류층이나 중산층의 으스대는 꼴을 꼬집는 글을 좋아한다. (내 성격이랑 비슷한 걸까.) 

존 파울즈는 현대작가다. 근데 책을 무진장 많이 읽어서 엄청 해박한 사람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쓸 수 있었을까. 각 챕터마다 작가는 엄청난 인용문을 붙이고 있고 그 내용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소설의 큰 줄기는 약혼녀가 있던 귀족 찰스가 '프랑스 중위와 놀아난 여자'인 사라와 사랑에 빠져 약혼을 파기하는데, 막상 사라는 그가 약혼을 포기하고 오자 달아나 버리고, 나중에 다시 찾은 사라는 그 유명한 ........... 였다는 얘기.(나름 반전이다.)  

처음부터 파도가 치는 코브의 절벽에서 정신병자같지만 왠지 끌리는 팜므파탈의 여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찰스의 인생은 황폐해졌다. 그러니까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면 남자든 여자든 무조건 빠져나왔어야 했는데.. 

그 많은 양을 이렇게 저렴하게 줄일 수밖에 없는 게 미안하고 화가나지만, 책을 읽을 동안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신경이 씌여 정신이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책은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숨 가쁘게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읽어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작가의 글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작가들 간에도 [달인]이라는 프로가 있다면, 달인은 그의 차지다.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은 물론 많지만, 존 파울즈는 정말 노련하고 + 능청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달인은 쓸데없이 우울하고 심각하면 안 된다.) 

강추.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묘사한 장면에서 어떤 그림이 떠올랐는데, 그게 맞아서 정말 놀랬다. 그러기에 내게는 왠지 더 특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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