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지음, 김현숙 옮김 / 부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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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오스틴의 소설로만 따진다면 별을 하나 빼야겠지만, 나는 오스틴을 편애하는 사람이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별 다섯개를 붙인다. 비교적 초기작이라는 것도 감안해야하고. 

이성이냐 감성이냐의 문제에서는 오스틴은 이성의 편을 든다. 편애는 오스틴 소설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므로. 아마 오스틴 소설이 별로 좋지 않다는 사람들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서도 엘리자베스와 그의 심성 착한 언니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 동생들은 없는 것보다 못한 취급을 했고, 설득에서도 이미 주인공인 앤의 편을 들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는 원래 제목이었던 <엘러너와 메리엔>(각각 이성과 감성을 맡고(?) 있는 인물) 둘을 엄청나게 편애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 오스틴은 이성의 편을 든다. 감성적인 사랑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월러비와 헤어지고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든 메리엔이 자신의 언니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도 그런 줄도 모르는 판단 미스의, 사회성이 없는 행동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옛날이 아니라도 요즘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은 분명 매력이 없다. 그리고 여자는 감정에만 빠져사는 동물이라는 합리화에도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런 편견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게다가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면... 이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몹시 괴롭다.   

18세기 영국에는 여성에게 이성은 없다는 견해가 팽배하여, 그에 반한 계몽적 페미니즘에 대한 오스틴의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역자는 말한다. 너무 공감한 나머지, 메리엔을 도가 지나칠 정도로 넋나간 여자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에게는 심하게 대하진 않지만... 

(우선 예쁜 외모를 부여해 주었으니... 근데 항상 오스틴의 주인공들은 현명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예쁘다. 여자도 물론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주인공이 예쁘지 않으면 글을 쓰기가 힘들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아리따운 외모를 강조하는게 재밌다.)

평소 이성적인 사람은 대부분 성숙한 사람이다. 클래식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나 인정 받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아무래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고, 서로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니 이성의 편을 들 수밖에... 편애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거다.  

 

덧붙임) Sense and Sensibility... 우리나라 제목 [이성과 감성]. 결과적으로 매우 잘 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냥 나왔지만.(요즘 영어제목을 너무 그대로 써서 확 다가오는 맛이 떨어진다.) 역자가 많이 고민했다고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미술사 시험에서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를 설명하는 주관식 시험에서도 아주 잘 써먹었었고.. 그래서 좋은 번역을 해준 역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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