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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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을 보고 오스틴의 마성에 빠지게 되었다면 당연한 수순으로 [설득]도 읽게 될 것이다. 젊은 연인들이 가장 무르익었을 시기에 주변의 반대의 말로 '설득' 당해 헤어지게 된 두 남녀가 나중에 만나는 내용이다. 책을 사고 여행할 일이 있어서 아껴뒀다가 가져간 책이었다. 근데 좀 실망했다. 아니, [오만과 편견] 때의 발랄함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아니 이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안심했다. 역시, 내가 잘 못 생각했었군. 발랄함은 다소 없어졌지만 그 자리는 원숙함이 대신했다. [설득]은 오스틴의 마지막 완성작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맞다면, 그녀의 삶은 정말로 그랬던 것이다.   

작품에 나오는 공식과 캐릭터의 생생함, 예리함은 여전하다. 소설 속 인물들을 편애하는 것도. (작가가 나서서 인물들을 편애하는 것을 무척 안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오스틴은 이상하게 용서가 된다.) 특히, 방종하고 방탕한 속물적인 사람들, 교양이 부족하고 마음씨가 좋지않으며 숨김이 많은 사람에 대한 날서있는 비판은 여전하다.  

하지만 부인은 젊었고, 전체적으로도 분명히 예쁜 편이었다. 게다가 눈치가 빠르고 언제나 남을 기분좋게 하는 수완이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단순히 외적인 매력보다 훨씬 더 위험천만했다. pp. 48,49 

우유부단해서 남의 말에 잘 흔들리는 성격의 최대 단점은 그 어떤 영향력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죠. 아무리 좋은 인상이라도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어요. 그 누구라도 마음을 흔들 수 있을 테니까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굳은 심지를 가져야만 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pp. 118,119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따뜻함과 열정에 끌렸다. 늘 평점심을 유지하여 단 한 번의 말실수조차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이따금 경솔하거나 성급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진실성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pp. 213, 214 

 

공감의 밑줄긋기 쫙.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날카로워졌고, 약간은 더 무거워졌다. 특히,[설득]은 구체적인 시대를 지목하고 있어 현장감이 살아있다고 할까, 더 현실적이라고 할까... 그래서 [설득]이 오스틴의 가장 성숙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진화를 보여주었으니까.  

오스틴의 소설에는 공식같은 것이 있다. 현명하고 이성적인 주인공, 그만큼 판단력이 좋지 않지만 마음씨 착한 조력자, 외모에 혹해 배우자를 잘 못 만난 사람, 방종하고 이기적이나 매력적인 남자, 그리고 이런 사건의 실마리는 보통 소문을 통해 해결이 되곤한다.(루머를 통해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그리고 오스틴의 소설을 읽을 때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재능있고 능력있는 여자가 그 시대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기 이름으로도 책을 못내고... 지금 자기의 팬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면 마냥 기쁘기만 할까, 하고. (나같으면 억울해서 다시 혀를 깨물것 같은데..) 

  

덧붙이는 말) 출판계에는 고전, 세계문학의 바람이 거세서 그런지, 베테랑 출판사답게 디자인도 그렇고 번역도 그렇고 매우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번역가가 쓴 해설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오만과 편견]의 원서를 읽다가 매번 집어던지는 사람으로서 오스틴의 번역은 매우 까다로울텐데,  역시 번역 잘 하는 사람들은 글도 잘 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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