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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의 재발견 -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
장 뤽 엔니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엉덩이'라는 말이 그렇게도 웃겼다. 원래 내가 웃음이 헤픈 여자이긴 하지만.. 엉덩이의 변형적인 말은 궁뎅이, 방뎅이... 등등이 있는데 아무튼 그 모든 것이 내게는 다 웃겼다. 왜 엉덩이라는 부위는 웃음을 자아냈던 것일까. 그건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가끔 외국의 뮤지션이 관객모독(?)으로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곤 하는데, 사실 아직도 뭐가 웃긴지 웃기다. 푸하하
엉덩이는 사실 불필요한 부분이다. 이 살이 없어진다고 뭐 어떻게 되기야 하겠나. 그치만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엉덩이에 집착한다. 엉덩이가 예쁘면 또 의외로 삶이 풍요로워 질 수도 있다. 구체적인 예를 열거하진 못하지만 분명히 그런 점이 있다.
어디선가 이 책의 리뷰에, '엉덩이 마니아'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고 했다. 꼭 그래서 산 건 아니지마는.... 아무튼 흥미로운 얘기도 많다. 도판이 그리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문제는 의외로 진지하다. 자칫 천박해질 수 있는 이야기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별로 천박하지 않다. 그럼에도 책은 유쾌하다.
책에 대해서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이 생긴다. 아니, 엉덩이를 다루려면 좀 더 세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니유? 라는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또 양장본인데 말 그대로 dirty한 내용이 나왔다면 출판사를 욕하면서도 끝까지 봤을거다. 막장드라마를 끊지 못하는 의지 약한 시청자처럼.
저자는 여러 종류의 엉덩이에 대해 탐구했다. 그리고 엉덩이가 의미한 것, 엉덩이에서 파생되는 문화나 물건들... 예술 작품은 물론이고 수많은 작가와 저자들의 말은 인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의외의 진지함에 가볍고 재밌는 것을 기대한 나는 숙연해졌다. 엉덩이도 인문적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정말 엉덩이의 재발견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어떤 여성지에서 사실 남자들은 가슴보다 엉덩이가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골지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원래 가슴 큰 걸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 엉덩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아유미도 '큐티허니'에서 "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같은 여자..." 라고 노래를 시작했을까. (근데 이런 사실이 머가 크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가끔 봤던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엉덩이가 질펀하다고 계속 자막으로 나오는 바람에 왠지 정준하가 싫어졌다. 부정하고 싶지만 나도 엉덩이 마니안가 보다.
이 책의 효용성은, 몸에서 엉덩이의 존재가 그렇듯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엉덩이의 기원과 기상천외한 별명, 게다가 역사상의 방종한 엉덩이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나도 '엉덩이 마니아'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