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9
김준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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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검은색 플레임의 묵직한 책을 들고 경건한 마음으로 살펴 보았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응당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책은 도발적이게도 신윤복의 그림을 아주 조그맣게 잘라서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표지에 쓰인 그림은 전체적으로 보면 더 불손한(?) 그림이지만) 별것도 아닌 것을 모자이크 처리해 놓으면 이상해 보이는 것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노란책 띠지에 "조선시대 가장 '핫'한 이야기"라고 적힌 걸 보고 서둘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얼굴은 실망으로 굳어갔다. 처음엔 피식피식 했지만, 비슷한 패턴과 한정되고 공감 안되는 소재에 그만 책을 탁 덮고 말았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내 잘못이지!

이 책은 여러 패설집 중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만을 발췌해서 실은 것인데, 조선시대에 패설집이 그렇게 많았는지 잘 몰랐다. 사실 관심이 없었기도 하고, 조선시대 특유의 이미지로 인해, 인간적으로 그리 끌리는 면도 없었다. 그래서 신윤복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졌었나. 나도 동양미술을 잠시 배우면서 신윤복 그림은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적극성을 보였었는데, 문학에서도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게 반갑게 느껴졌다. 아무리 유교가 어쩌고저쩌고 해도 어차피 사람이 사는 시대였는데 공자왈 맹자왈만 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되냐고요! 

가끔 양반인 실존 인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과부, 홀아비, 계집종, 부패한 중, 주모, 기생, 덜 떨어진 유학자, 맹인들이다. 그리고 한자를 이용한 언어유희, 종이로 가린 집이 지천이었던 까닭에 남의 부부의 사생활을 엿보는 이야기, 처첩 간의 이야기 등이 주요 소재로 쓰였다. 특히 계집종을 좀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하는 주인들의 이야기를 보고는 짜증 주름을 잡아가며 책을 읽곤 했는데, 하여튼 어리고 순진한 아이들을 이리 저리 꾀보려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어서인지 마구 분노하며 읽기도 했다. 

성 이야기라고 하면 아무래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거칠고, 품위 없고, 희극적이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희극적이다. 6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짧고 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중에 지금 현대에 대한 성 소화 선집을 모은다면 어떤 것들이 실릴지를 생각해봤다. 

지하철이나 고속도로 가판에서 파는 성인유머들이 실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내가 지금 생각나는 몇 가지 저렴한 이야기를 해보면.. 

이야기 1. 어느 학교의 성교육 시간이었다. 어느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다. "선새임~ 근데 강간이 왜 나쁜 거예요?"(이런 나쁜 쉐끼-_-) 선생님이 대답했다. "넌 누가 길 가는데 갑자기 니 콧구멍 찌르고 가면 좋냐?"  / 또 학생이 물었다. "선새임~ 그럼 여자가 마법에 걸린 날에는 왜 하면 안돼요?"(나원참, 참나원, 원참나..) 선생님이 대답했다. "넌 코피날 때도 코를 파냐?"  / 또 학생이 물었다. "선새임~ 그럼 콘돔을 끼고 하는 게 왜 나쁘다는 거예요?" (이 학생에게 이제 욕하기도 지치는 상황) 선생님 왈, "넌 그럼 고무장갑끼고 코를 파면 시원하냐?" 

결론 : 선생이나 학생이나...-_- 아무튼 성교육이 막 시작될 쯤에 나올 수 있는 멍청 유머이므로 뽈쥐 선정 현대 성인 유머가 되겠습니다.  

이야기 2. 부잣집에 가정부로 일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순진했던 여인은 어느 날 마님의 방을 정리하다가 콘돔을 보게 됩니다. 궁금했던 여인은 마님께 여쭈었습니다. "마님, 이게 당췌 뭐여유?" 마님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습니다. "어머, 얘는~ 넌 경험이 한번도 없니?" 그러자 젊은 여인이 갸우뚱 거리며 답했습니다. "아유~ 껍데기 벗겨질 때까지는 안 해봤어유~" 

아 부끄부끄. 창작유머는 아니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니.. 모쪼록 오해는 없으시길.

사실 몇 개 더 생각나는 게 있는데 더 '핫' 해 질까봐 여기서 그만하기로 한다. 파닥파닥.(얼굴에 손으로 부채부치는 중..*-_-*)  

 

책의 뒷표지에는 이런 말이 써있었다. "조선은 유학에 갇힌 중세가 아니다!"  

옳다구나아아~!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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