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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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요즘에도 무고한 사람이 희생양이 되는 현상을 두고 이런 말을 쓴다. 어릴 때는 막연히 그냥 마녀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좀 크고 나서 알게되니 이런 사건이 역사상으로 실제했다는 사실에 으스스했다. 

마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법을 부리는 여자라는 뜻인데, 실제로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너무나 아름다워 혼을 쏙 빼놓게 만드는 대단한 팜므파탈형(?) 미인이나 아주 못되고 지독한 여자한테 쓰인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왜 '마남'은 없는거지? 쩝..)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 

나는 마녀사냥이 중세 유럽에만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데 17세기 미국에서도 있었구나. 식민지 시대 초창기, 아직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에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행해졌던 일이라니... 참 초식동물스러우면서(약한 놈을 희생하여 다수가 살아남는 그들! 어찌보면 더 잔인한 사회다!) 야만적인 시대였구나. 인간이 크게 진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을 걸 감사한다. 

주인공 코니는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이다. 어느 날, 히피같은 생활을 하는 엄마의 전화로 몇 십년 동안 방치된 할머니네 집을 가게 되고, 거기서 사건이 시작된다.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집은, 심지어 전기 조차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런 으스스한 집에서 코니는 오래된 성경책과 그 안에서 열쇠, 또 '딜리버런스 데인'이라고 씌인 종이를 발견하게 된다. 

계속 악몽을 꾸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던 중, 그것이 사람 이름이었음을 알게 되고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답게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를 계속 하다보니 그 이름의 주인공은 마녀로 몰려 힘든 삶을 살았던 여인임을 알 게 된다. 그녀는 약을 잘 지어서 동네에서 많이 불려져 일을 했는데, 그러던 중 그녀가 지은 약을 먹은 딸을 둔 아버지가 그녀를 마녀로 고발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덩달아 힘든 삶을 살았던 그녀의 딸은 그 약제조법이 씌여진 책을 팔아버리고... 그래서 코니는 그 자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책을 찾으면서 이어지는 스토리가 꽤 재밌다.)

그 여인들의 삶을 추적하다보니, 이상하게도 그 여인의 남편도, 그들 딸의 남편도, 그리고 코니의 엄마 그레이스의 남편이자 코니의 아버지까지 사고로 일찍 죽고 만다. 그리고 코니가 조사를 하면서 만났던 샘까지도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킨다. 아 이들의 숙명이란! 

대부분은, 아니 모든 역사상의 마녀들은 그저 무고한 희생자들이었는데.. 만약 진짜 마녀가 있었다면? (아니 마법을 나쁘게만 쓰지 않았다면, 그녀도 무고했다고 볼 수 있겠지..?) 소설은 이런 재미난 상상에서 시작한다.  

예전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가정에는 거의 혐오에 가까운 거부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현실이 현실이다보니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말도 안되는 전제도 재밌어졌다. 어차피 소설은 허구니깐.  

책을 딱 덮는 순간은, 꽤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난 듯 가뿐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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