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학교' 같은 드라마를 보면 참 이상했다. 아, 중고등학생은 저런 식으로 생활하는구나. 나도 저런식으로 성장하게 되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방황하고 반항하는 10대. 그것이 내가 가졌던 '성장'에 대한 생각이었다.   

지금도 나이가 어린 편이지만 나의 10대는 정말 잔잔하게 흘러갔었다. 딱히 반항이 심했던 것도 아니고 일단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오히려 지금이 더 심난하고 고민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 일탈이란 것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정해진 것 외의, 그 밖의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10대의 나는 참 보수적이는데.. 어른들의 규칙에 별 의문도 없이 잘 따랐던 나는 지금은 아주 방탕(?)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 편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 놀랠 정도로. 억지로 누르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다시 1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라는 설문조사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의아한 생각이든다. 아직 사회생활을 잘 안 해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심하게 놀아 볼 것이다. 차라리! 어정쩡하게 공부할 바에는.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는 놀랍게도 성장 소설이다. 나는 처음에 제목과 책의 재질을 보고는 환경운동에 대한 에세이일지, 페미니즘서인지, 이게 왜 소설 부분에 꽂혀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내가 너보다 먼저 죽는다면)내 무덤에서 춤을 춰 주겠니?] 랄지, [핼, 내 무덤에서 춤을 춰] 라야 더 맞는 것이 겠지만... (일단 그들은 친구이니, 해라체는 너무 이상하다.) 내가 생각해도 참 어색한 번역이다. 번역가도 어려움이 컸을 듯. 

죽음이란 관념에 관심이 많은, 문학적 재능이 있는 소년 핼이 바다에 빠지게 된다. 약간 오지랖이 넓지만 따뜻한 매력의 엄마와 멋진 욕실이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배리가 그를 구해주는 것이 소설의 발단이다. 어릴 때 바보상자에서 본 '마법의 콩'과 우정의 이미지를 결부 시켰던 핼은 드디어 그 상대를 만난다. 그들은 계속 붙어다니며 폭주족과 나쁜 짓을 하기도, 취객을 도와주며 투닥거리기도 하고.. 아무튼 배리가 바람을 펴서 큰 싸움이 나고, 그것으로 오토바이 질주를 하다 배리가 죽게 되기 전에는 그들의 만남은 완전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것이 고작 7주였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들의 관계를 우정이라 규정하는 느낌이었지만-주인공은 확실히 헷갈리는 것 같았다- 그것이 과연 우정이었을까. 나는 사랑하는 관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잤다는 사실도 그렇지만(이 작품 상에서는 동성애도 그저 하나의 사랑에 지나지 않지만, 혐오증이 있다면 읽지 않는 게 좋을 듯) 돌을 던져 거울을 깰 정도로 심한 질투를 표출하고 자신의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보통의 친구 관계와는 다른 점이 있다. 결국은 사랑은 우정보다 진하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혈기왕성한 10대 였기에 재밌는 일을 즐겨야 하고 극에는 역시 극적인 것이 필요하기에, 배리는 핼에게 자신이 먼저 죽으면 자신의 무덤에서 춤을 춰 달라고 부탁, 아니 강요를 한다. 그래서 저렇게 멋진(?) 제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 극은 극이므로 핼은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추고, 배리의 엄마의 신고로 기소된다. 무덤을 훼손한 미치광이의 기사를 소개하며 소설은 시작해서 끝은 -스포일러 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예상되는 결말- 핼은 무덤에서 춤을 춘 이유를 선선히 불면서 풀려나는 해피엔딩(?)이다. 

눈물의 빵을 먹어본 적 없는 잔잔한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공감이 잘 안 가고 참 소설이 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이다 소설이야......... 

남들은 다 이렇게 성장통을 겪고 자라온 걸까. 나도 이제 뭔가를 만들어야 할까. 아무리 돌이켜봐도 내 인생의 극적인 순간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아니면 있는데도 기억을 잘 못하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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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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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1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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