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동네 소설상의 특징은 가볍다. 그리고 가독성이 좋다. 처음 몇 해는 좀 잔잔하고 생각할 것도 많은 작품도 있는 것 같았지만 요즘은 가볍고 빨리 읽히는, 재밌는 작품을 뽑는 것 같다. 뭐 그게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한 소설이 없다면 1시간 30분이나 되는 통학이 괴로울 것이다. 안 그래도 사람에 치여 신경 쓰이는데 책까지 힘든 내용이라면..? 저절로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달의바다]는 읽은지 정말 꽤 됐다. 너무 심심해서 몇 번 읽었다. 원형탈모가 생긴 청년실업자 주인공에 트랜스젠더가 되려고 하는 잘생긴 남자인 친구, 거짓말쟁이 고모. 그 비현실감에 잠시 인터넷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싸이에 예쁘게 장식하는 글일지도. 챕터마다 달린 부재들도 뭔가 싸이월드 스타일이라 큭큭, 하고 웃었다. 아무리 소설이 허구라고는 하지만 너무 대놓고 허구인 것 같아 좀 웃음이 나기도 했다.

오십보백보. 다른 소설들도 허구라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는 없다. 그렇지만 항상 그럴 듯한 허구를 기대하는 나는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황당하다는 생각은 머리에서 떨쳐버리지 못했다.

소설의 처음 문장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글쎄, 꿈- 이라는 말 자체의 울림이 너무 커서 머리가 잠시 텅 비어버렸다. 문득 나는 꿈이 뭐에요?, 라고 어떤 이로 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이 안 나온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그 어떤 이가 어떤 인가에 따라서 질문도 다르겠지. 잘 모르는 사람이면 그건 정말 사생활 침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을 하려고만 하면 눈동자가 마음대로 굴러다니는 나로서는 고모의 거짓말 기술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뭐야, 당신에게는 거짓말이 그렇게 쉬운 것이군요. 좋겠습니다. 췌!

꿈, 이라는 것. 잡기도 쉽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기도 쉽지 않다는 건 내 짧은 인생(이라고 보기도 쫌... 그렇다.)의 경험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이 간단한 한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콕 받혀 있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나도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치만 꿈에 다가가려고 실패하고,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모가 했던 무수한 거짓말들은 재밌다기 보단 어쩐지 슬프고 처연하다. 그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우수웠을까. 비참했을 것 같다. 나도 엄마 눈치를 아주 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장면이 그려졌다. 아니면 자신에 대한 일종의 위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꿈을 못 이뤘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꿈을 이룬다면 더 좋겠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자기 경멸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