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
스티븐 비진체이 지음, 윤희기 옮김 / 해냄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파란 바탕에 하얀글씨. 표지의 깔끔함도 긴 제목도 내 마음을 끌었다. 도대체 어떤 연상의 여인들을 찬양하는 걸까. 계속 읽어보고 싶었다가 최근에야 겨우 읽게 된 책이다. 게다가 이 책에 달린 리뷰에는 거의 이런 말이 있는 것 같다. 문학이냐 외설이냐. 이러면 정말 안 읽어 볼 수가 없다. 왜냐, 나도 판단을 하고 싶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학이다. 소설코너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기 때문. 그리고 뒷표지의 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은 신문사는 내가 왠지 많이 들어 본 신문사였다. 그래서 문학이냐 외설이냐 하는 논쟁은 여기서 그만두고.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은 간단히 말해 그 남자의 연상의 여인 편력기, 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자들을 참 많이도 사겼고, 기억력도 참 좋다. 그렇게 상세하게 기억하다니.

연상의 여인들은 또래나 어린 여자들에 비해서 경험이 많고 성숙하다.(연상의 여인들에 비해 또래의 여자(!)들은 그에 의해 많이 폄하돼있다.) 또래의 여자들처럼 예의없게 막 비웃지도 않고. 그것이 연상의 여인들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아버지가 나치 세력에 의해 암살된 후, 그에게 사랑을 듬뿍 준 여인은 엄마와 고모들이었으며, 엄마타 티파티를 할 때에 엄마 친구들은 그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또한 전쟁터에서 미군의 뚜쟁이 역할을 하던 그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주었고 또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던 매춘부 여인들. 그에게 책을 빌려주며 본격적인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을 퍼부을 수 있게 해준 마야에서 부터, 그에게 큰 시련을 준 일로나, 그를 돈 주앙으로 만들어 준 추자,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앤까지.(사실 더 있다. 내가 기억을 못 할 뿐.)

아무튼 그의 여성편력기는 대단했다. 연상의 여인들이 꼭 위로와 안식만을 준 것이 아님을 염두해 둘 때, 그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은 거의 맹목적인 것이다. 아님 그의 정신연령이 너무 어리던가.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은 작가 스티븐 비진체이의 회고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작가 연보에도 나왔듯이, 그의 아버지는 나치에 의해 암살되었고 제2차 대전과 헝가리 혁명에도 참여했다. 또한 그가 헝가리의 지식인층임을 감안하면 그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아무래도 위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의 삶에 연상의 여인들이 위로가 되어 주었다면 다행한 일이다. 맹복적이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는 내내 그의 여성편력기를 읽는 것 같아 아주 상큼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았지만.

세상 모든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이 아니고, 단지 그의 삶에 영향을 준 그녀들에 대한 회고록이 아닐까. 내가 남자가 아니라 이 작품에 크게 동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을 읽고 있는 연하의 여인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연하의 남정네들을 사귈 수도 없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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