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한 번 읽었던 것 같은...데자뷰??

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오늘의 작가상.. 이 상 받은 작품들은 거의가 재밌다. 좀 가볍기도 한 것 같고. 아무튼 재밌는데 2%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걸프렌즈]도 재밌었다. 한 남자를 에워싸고 그의 걸프렌드들이('들'이라는 복수명사에 주의할 것.)프렌드가 되는 발상이 무척 상큼하고 기발했다. 그녀들끼리 머리를 잡거나, 전화로 쌍욕을 하거나, 아니면 셋이 찾아가서 문제의 그 놈을 몰아세우고 담판 짓는 것이 보통 생각하는 해결법이 아닌가. 혹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그 놈에게 복수할 방법을 묻거나. 이럴 때는 대게 수많은 그 놈을 욕하는 댓글과 함께 그런 미친놈은 헤어진게 잘된거라고 생각하세요, 라든지 님이 예뻐지고 더 멋진 남자를 만나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최고의 복수랍니다, 하는 답변이 달린다.

그런데 한 중반부를 읽을 때까지 이 소설.. 어디서 읽은 것 같아, 라는 말이 나왔다. 뭐였을까.. 그리고 생각난 책 한 권.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랑 정말 비슷했다. 작가의 시니컬한 문체. (시니컬 한 걸로는 정이현이 win!) 무능력한 여주인공은 회사를 그만두고, 옆에는 독설을 뿜어대는 친구도 있다. 게다가 엄마의 연애까지.

그렇지만 나에게는 [달콤한 나의 도시]보다는 [걸프렌즈]가 더 매력적이었다. 한 남자를 둘러싼 세 여인들이 친해져서,(한 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동업까지 하다니! 신선신선신선... 왠지 나도 그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왜냐. 그녀들이 너무 재밌어 보였고, 나도 그렇게 좋은 언니와 동생을 얻으면 매우 기쁠 것 같았다.

내 바람둥이 친구H를 보면서 자꾸 드는 생각은 꼭 한 사람만 사겨야 할까, 라는 생각이었다. H는 자기는 남자를 여럿 사랑할 수 있다고 소신있게 주장한다. 앞으로 그럴거라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사귀는 남자도 사랑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보수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나쁜X로 몰리는 것이 참을 수 없단다. 나는 그녀의 험난한 연애 생활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잖아. 그런데 왜 그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섀도는 세 가지를 바르면서 여러 사랑을 함께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거지? 왜 꼭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다 채울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거지? 사실 그럴 수 없잖아. 내가 미처 채울 수 없는 부분, 다른 사람이 대신 채워주면 어때서? 난 상관없다고 했어.(p.119)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다. 그게 욕망이고 본능이니까. 어떻게 사람 마음이 모 아니면 도,로 딱딱 끊길 수 있을까. 산성과 염기성의 정도에 따라 숫자를 나눠놓은 pH지수 같은 것도 있는데... 사람 마음이 다 그런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