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언제 샀더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였던가. 학교에서 방학 숙제 였는지 시험이 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몇 년이나 지났다고....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은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공부한 기억이 있다. 대체로 고등학교 때 나왔던 문학작품, 작가들은 왠지 정이 가질 않는다. 비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글도. 갑자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동그라미와 밑줄을 쫙쫙 그으면서 보게 될까봐 두렵다. 특히, 요즘 화재가 되는 [바리데기]는 집에 있지만 정말 손이 가지 않는 책. 황석영이란 작가가 딱히 싫은 건 아니다. 근데 지겹다... [삼포 가는 길]이 생각나서. 다음에, 아주 다음에 읽어 봐야겠다.

여기 나오는 글은 문제집에서 지겹도록 본 기억이 있다. 다행히 글도 문제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큰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얼마전에 책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꽂혀 있는 작은 크기의 책. 거의 새 책이다. 한 번 읽고 시험만 봤으니...

글은 다 어렵지 않다. 재밌다. 상식을 하나 얻는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 왠지 어릴 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상식을 늘어논 책을 읽는 기분이다. 어릴 때 언니와 상식책을 읽고 문제내는 시합을 하는 것 같은... 책을 읽다가 그 생각이 나서 조금 웃었다.

언니 曰: 무슨무슨 복어는 한번에 알을 몇 개나 낳게? / 나 曰 : 음... 백개!!! (언니 표정보고) 아니, 천개!!! / 언니 曰 : (머리를 때리며) 땡!!! 틀렸어. ~개!.............불행히도 몇 개를 낳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무슨무슨 복언지 갈친지도 기억이 안 난다.

얼마전에 읽었는데도, 상식을 하나 얻으면 기쁠 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읽었는데도, 기억이 잘 안난다. 나 진짜 머리가 나쁜건가? 상식같은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최재천 교수의 개인적 경험이나 시작하는 글, 마치는 글이 더 기억에 남는다. 1학기가 끝날 때쯤, 독서와 토론 시간에 본 영상과 중첩된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일까.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을 읽으면서 교수님이 보여주신 영상. 제인 구달이 방한해서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하는데, 통역이 최재천 교수였다. 한창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진행이 끊어졌다. 이유는 최재천 교수가 울었기 때문. 처음엔 "헉....뭐야, 우는 거야?" 라는 반응이 었다. 이유는 침팬지의 위대한 모성이었나.. 아무튼 감동적인 내용이긴 했다. 그런데 다 큰 어른이 울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울면 큰일나는 줄 아는 남자 어른이.

솔직히 감동받았다. 살짝 충격이기도 했다. 나는 과학자들은 모두 무진장 차가운 사람들인 줄만 알았던 것. 만화나 다큐멘터리에서만 보아도 과학자들은 엄청 차갑다. 도무지 웃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실제로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좀 그랬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나도 다 그런 줄 알았다. 책을 읽고도 이 저자를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실제로는 웃지도 않을껄...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편견. 이 사람은 생물을 전공한 사람이니까 따뜻할 거고, 물리학자나 수학자는 분명 차가울꺼야.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