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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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은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재미있다. 그리고 [오늘의 거짓말]은 전체적으로 보통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특히, [타인의 고독]과 [삼품백화점] 그리고 [빛의 제국]은 정말 머리를 딱! 치게끔 만들었다. 정이현은 본인이 중산층의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대체로 중산 계층의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것 같다. 현대인의 본 모습, 이기심을 잘 집어낸다.

하나 버릴 것 없는 단편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생각을 많이 한 작품은 [어금니]이다.

한 번 붙으면 끝을 볼 수 없는 싸움이 남녀간의 갈등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더욱 심하다. 이 마초야! 이 페미니스트야!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여자들은 놀란다. 지금은 21세기인데 남자들의 생각은 전과 다름 없다고.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고. 남자들은 주장한다. 요즘 여자들은 참을성이 없다고. 허영만 부린다고.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았는데...(이의가 있더라도 참아주길 바란다. 여기서 소모적인 싸움을 할 생각은 없으니.)

그리고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주장은,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여자들의 적'이라는 것이다. ('여자는 여자의 적'이란 말은 나는 무척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감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너무 슬퍼진다.) 아들을 가부장적으로 만든 것은 어머니의 교육때문이라고. 우리 집은 딸만 있는 집안이라, 요즘은 딸이든 아들이든 다 평등하게 키우는 줄 알았다. 쩝.

마흔아홉번째 생일날, 여자는 어금니를 치료하러 치과에 간다. 발치가 끝난 순간, 아들의 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차 사고 였다. 다행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들의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차다. 그러나 차에는 아들만 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남보라라는 16세 소녀도 타고 있었다. 그 소녀는 그 사고로 죽었다. 여자는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들을 보호해야 하는 엄마 였으므로. 다행히 남편이 나온 학교가 좋고, 돈도 어느 정도 있었으므로 합의는 보았다. 여자는 소녀의 빈소에서 젋은 여자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부부는 식탁 앞에 앉았다. 평화로운 분위기로. 

그러나 여자는 생각한다.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아들이 없는, 또는 제3자의 나의 입장에서는 이 여자가 참 이기적이고 나쁘게 보인다.(화자가 여자임으로 그녀의 남편은 제외하기로 한다.) 그러나 만일 내가 아들이 있고, 아들이 술을 먹고 소녀와 놀아난 뒤, 차 사고를 내서 동승인을 죽이고 허리가 아프다고 징징대고 있다면, 미울까?? 대답은 한마디로 NO 다. 그래도 살아주었으니 고맙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남의 집 여물지도 않은 딸이 죽었다고 해도. 남의 자식이라 그런지 여자는 빈소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소녀의 빈소에 왔던 젊은 여자? 그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 아님 사회의 정의 실현을 모토로 살고 있는 사람들? 그래, 내 생각보다는 많을 것 같다. 진짜 돌을 던져야 하는 대상은 여자의 아들이지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단지 새끼를 지키는 어미의 역할을 다 했을 뿐이다. 언론에서 연신 떠들듯이 어머니는 위대하니까!

 

....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 몇년 전 밀양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들의 어미들은 이렇게 말했다. 딸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고!!

나는 그 때, 그녀들에게 돌을 던졌던 것 같다. 이런 ^&*($%^&%&*^ 개념없는 아줌마들이!!!! 라고. 나는 사회의 정의 실현을 모토로 살고 있는 사람?? 글쎄.. 하지만 이론과 실재는 언제나 다르다는 것!! 그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이현처럼 잘 기술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론의 동정표를 못 받았다고 말하는 건 정말 말도 않되는 논리이고.... 그래, 나쁜 사람들한테는 가끔은 돌을 던져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죄가 없는 자는 아니지만. 이러다 나도 돌 맞는 건 아닌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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