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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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캐비닛'은 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캐비닛에 들어 있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 인데, 작가는 이들을 '심토머(symptomer)'라 칭한다.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마땅한 정의가 학계에 나와 있지 않아 우리는 그들을 ‘징후를 가진 사람들’ 혹은 ‘심토머’라 부른다. 심토머들은 생물학과 인류학이 규정한 인간의 정의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그들은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쩌면 최후의 인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최초의 인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아저씨, 어떤 여자를 너무 사랑해 고양이가 되고 싶은 순정남...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측은하게 여기거나, 심지어는 경멸할 수 도 있다! (가능성이 아주 없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평범한 걸 거부하면서도 그 개성이라는 것도, 평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패션도, 생각도, 지식도.

평범이 아닌, 이 이상한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꽤 행복하다. 그리고 그 이상 징후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들을 이용해서 어떤 제품이나 개발하려는 목적이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고등교육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지만, 실제로 세상은 다양성을 굉장히 싫어한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 남들과 같아지는 것, 또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의 멸시와 대기업의 횡포는 아마도 그들을 무서워 하는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도 변화된 종이니까, 그래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지금까지 없었기에, 또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예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혹은 나보다 뛰어나다는 질투심, 열등감 일까.

남과 '다른 것'은 남에게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나와 살아온 방식이 다르니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상이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다수들은 '틀린 것'이라 치부한다. 욕먹기 싫으면 우리와 같아지세요, 라고 하면서. 그건 참 안 좋은 방법인데 나부터도 너무 다른 사람과는 왠지 어울리지 못한다. (나는 질투하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정말 특이한 인간인 것 같다. 난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야기가 너무 독특해서, 신기해서 멈추기가 힘들었다. 너무 궁금해서. 은희경은 그의 '구라'가 일품이라 했는데, 나도 그건 동감!! 그의 구라는 정말 멋있고 재밌다. 진짜 이런 인간이 있을법하다고 착각했을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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